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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세 유아 사망으로 본 외상응급의료 현실
김성미기자
[ 2016년 11월 03일 10시 50분 ]

[수첩]'2세 소아 치료 거부 논란’으로 어린 생명이 목숨을 잃으면서 2700억원의 예산을 쏟아 부은 권역응급의료 및 외상시스템이 사실상 제 기능을 수행하지 못한 것이 드러났다.
 
전북대병원은 권역응급의료센터라는 이름이 무색하게 환자가 심각한 하지골절임을 파악했는데도 정형외과 전문의를 호출하지 않았다. 시급을 다투는 상황에서 응급수술을 전담해야 할 의사는 유방절제술을 하고 있었다.


전원체계도 엉망이었다. 응급실 핫라인이 아닌 대표번호로 전화하거나 연락이 닿은 후에도 환자 상태를 정확히 알리지 않았다. 이 과정에서 애꿎은 병원들이 환자를 거부했다는 낙인이 찍혀 피해를 입기도 했다.


전원을 의뢰 받은 전남대병원 권역외상센터는 골반골절 등 환자 상태를 비교적 상세하게 전달받았는데도 김군을 중증외상환자로 판별해내지 못하고 진료를 거부했다. 병원들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우왕좌왕하는 사이 김군은 끝내 골든타임을 놓쳐 숨을 거두고 말았다.


김군 사건을 계기로 응급의료시스템 전반의 개혁이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국내 응급의료 전문가들은 “전원체계를 손 보고 응급 및 외상센터 핵심인 전담인력을 보강하지 않고서는 재발을 막을 수 없다”고 입을 모은다.


환자 단체는 "선진 응급의료체계 구축을 위한 인력 확충과 관련해서 정부의 장기적 계획이 필요하다“며 "법정기준을 충족하지 못하거나 양질의 중증외상 서비스를 제공할 의지가 부족한 권역외상센터는 과감하게 폐쇄하는 등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당국은 관련 병원을 중징계했다. 전북대병원과 전남대병원은 각각 권역응급의료센터와 권역외상센터 지정을 취소하고 보조금을 중단하기로 했다. 을지대병원은 지정 취소를 6개월 간 유예하기로 했다.

징계와 별도로 복지부는 연내까지 응급의료시스템 개선책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우선 중증응급환자를 원거리 이송할 때는 중앙응급의료센터 전원조정센터에서 119 및 닥터헬기 등을 활용할 수 있도록 하고 센터의 조정 기능 범위는 전국으로 넓혔다.

권역 간 전원은 원칙적으로 전원조정센터에 의뢰해 우선 조정하고 권역 내 조정은 지역 내 네트워크를 활용하거나 필요시 전원조정센터에서 조정하도록 했다.

 

구조적인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는 근본적인 해결책을 마련하는 것과 더불어 이번 기회에 다른 지역 및 권역센터가 지정 기준에 맞게 운영되고 있는지에 대한 다각적인 점검도 병행돼야 한다.


복지부는 지역 의료 질 향상을 위해 권역심뇌혈관질환센터, 신생아집중치료지역센터, 소아전문응급센터, 지역암센터, 광역치매센터, 지역전문재활치료센터 등을 지정해 운영토록 하고 있다.


센터로 선정된 병원에는 수백억원의 국고보조금이 투입된다. 허술하게 운영될 경우 혈세 낭비일 뿐만 아니라 권역심뇌혈관질환센터, 신생아집중치료지역센터, 소아전문응급센터 등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하면 환자의 생명을 좌우할 수 있어 질 관리가 중요하다.


한 대학병원 교수는 "정부는 여러 지역 및 권역 사업을 하고 있는데, 하드웨어만 갖춰놓는다고 해서 내용의 완성도까지 담보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가령, 심뇌혈관질환센터의 경우 병원이 인프라를 갖춰놓는다고 해도 환자가 제때 병원에 도착하지 못하면 소생률을 높일 수 없다"며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노력이 동반돼야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의료계는 이번 2세 소아 치료 거부 논란으로 큰 홍역을 치렸다. 제2의 외상센터 사태가 재발하는 것을 막으려면 사전에 철저한 평가를 통해 각 센터가 실효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지원하고 개선해야 한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우'를 또 다시 범하기에는 치러야 할 대가가 너무 크다. 

김성미기자 ksm6740@daily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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