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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탐(食貪)과의 전쟁 '통풍'"
송정수 교수(중앙대병원 류마티스내과)
[ 2016년 11월 27일 20시 15분 ]

48세의 건장한 남자가 류마티스내과 외래진료실로 휠체어에 몸을 의지한 채 오른쪽 다리를 발걸이에 올려놓고 들어오면서 당황스럽고도 황당한 말 한마디를 했다. “선생님 내 다리 좀 잘라주세요!”


이야기를 들어본 즉, 185cm의 키에 100kg이 넘는 거구를 자랑하는 이 환자는 젊을 때는 운동을 했고 지금은 사업을 하면서 크게 성공했는데 몇 달 전에 한번 이렇게 다리가 아프다가 진통제 맞고는 저절로 나았었단다.

그런데 최근 중국에서 온 중요한 사업 파트너와 밤새 술 전쟁을 벌이다가 새벽부터 다리가 붓고 아프기 시작하더니 아침에는 도저히 일어나지 못할 정도로 통증이 심해 119에 실려 왔다.


평소 소고기, 돼지고기, 닭고기, 개고기, 곱창, 생선회, 참치, 새우, 조개류 등 못 먹는 음식이 없고 회식에서 술을 시작하면 항상 대미를 장식하고 동료들의 뒤처리를 해 주는 두주불사형 호인이었다.

그는 "다른 욕심은 없어도 식탐(食貪)은 조금 있다"고 말했다. 진찰 결과는 급성 통풍관절염이었다. 그 원인은 식탐이었다. 일단 통증 치료를 위해 입원을 권유했다.


통풍은 한문으로 아플 통(痛)자에 바람 풍(風)자를 쓰는데, 말 그대로 바람만 스쳐도 아픈 병으로 모든 질병 중에 가장 아픈 병으로 질병의 왕(王)이라고 불린다. 통풍은 주로 엄지발가락 관절에 심한 염증이 생기는 것이 주 증상인데 그 통증이 너무 심해 통풍으로 관절이 아픈 경우를 발작이라고 부른다.


이는 여자들이 아이를 낳을 때보다 더 그 고통이 심하다고 한다. 출산의 고통은 쉬는 시간이 있지만 통풍은 쉬는 시간이 없이 뼈를 부수는 듯한 통증이 며칠간 지속되어서 참기 힘들고 통풍이 생긴 다리를 잘라 버리고 싶을 정도로 통증이 심하다.
 
통풍은 역사적으로 매우 오래된 질병으로 알렉산더대왕과 샤를마뉴 대제, 헨리 8세, 루이 14세, 뉴톤, 다윈, 밀턴, 벤자민 프랭클린 등이 앓았다고 전해진다. 왕이나 귀족처럼 잘 먹고, 잘 마시고, 부유하고, 뚱뚱한 사람에게 잘 생긴다하여 왕의 질병이라고도 불린다.


하지만 지금 이 시대에 통풍은 더 이상 부자들의 질병이 아니게 되었다. 선진국이나 일부 개발도상국에서는 가난한 사람들이 많은 단백질과 칼로리를 섭취하여 비만한 사람들이 늘어나고 부자는 오히려 운동과 식이요법으로 이상체중을 유지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제는 더 이상 왕의 병이 아닌 비만한 중년 남자의 흔한 질병으로 대중화되었다. 우리나라가 먹고살기 힘든 상황에서 영양과잉으로 인한 대사증후군을 걱정하기 시작한 것은 얼마 지나지 않는다.


통풍은 영양과잉으로 인한 요산의 축적에 의해 발생되며 우리나라도 서구적 식이습관과 인구의 고령화 등으로 인해 통풍의 발생이 점차 증가하기 시작하였다.)


통풍은 단순한 관절염이 아니라 요산이라고 하는 단백질의 찌꺼기 물질이 몸속에서 과잉으로 생산되면서 관절과 관절 주위조직, 그리고 콩팥이나 다른 여러 장기에 요산이 침착되면서 발생되는 다양한 질병군을 총칭한다.


즉, 핏속 요산 농도의 증가, 발작적으로 생기는 급성 관절염이 여러 차례 발생, 관절과 그 주위에 요산 결정에 의한 통풍결절(tophi)이 침착되면서 관절 변형과 관절기능장애의 발생, 요산의 축적에 따른 다양한 콩팥질환, 요산에 의한 콩팥돌증(nephrolithiasis) 등을 모두 통풍이라고 할 수 있다.


통계를 볼 때 요산이 몸속에 쌓이기 시작하는 것은 첫 발작이 나타나기 평균 20년 전부터라고 한다. 발작이 생기기 전에 피검사를 했을 때 요산이 정상보다 증가된 상태를 무증상 고요산혈증이라 하는데 요산이 조금씩 차곡차곡 쌓여 20년 이상 지나면 증상이 나타난다.


요산은 소변으로 나오는 산성 물질이라는 뜻으로 우리가 즐겨먹는 고기나 생선에 많이 들어 있는 퓨린이라는 아미노산이 우리 몸에서 에너지로 사용되고 소변을 통해 그 찌꺼기 형태로 나오는 물질이다.


이 요산 찌꺼기가 몸속에서 100개가 만들어지면 정상적으로 100개가 신장을 통해 몸에서 빠져 나와야 하는데 신장에서 이 요산을 잘 배출하지 못해서 50~60개 정도 밖에 잘 배출하지 못하면 남은 요산이 몸속에 쌓이게 되고 이렇게 남은 요산은 요산 결정을 만들어서 피를 타고 돌아다니다가 관절이나 신장, 혈관 등에 쌓이게 되면 우리 몸의 면역계 특히 백혈구가 이 요산을 세균이나 바이러스로 착각하게 되어 공격하게 된다. 그러면 몸에 염증반응이 일어나면서 통풍이 일어나게 되는 것이다.


통풍을 10년 이상 제대로 치료하지 않을 경우에는 만성 결절성 통풍으로 진행이 되는데 그런 경우에는 요산이 관절에만 쌓이는 것이 아니라 온 몸의 혈관과 콩팥에도 쌓이면서 고혈압, 당뇨병, 고지혈증, 동맥경화, 중풍, 심장병, 만성 신부전 등 치명적인 합병증을 일으킬 수 있으므로 조기 진단과 지속적인 치료가 필요하다.

관절이 아파서 생명을 잃는 환자는 없다. 통풍 환자의 주된 사망 원인은 관절염이 아니라 만성 신부전, 심장병, 중풍 등의 만성 성인병이므로 이런 합병증을 막기 위해 통풍 치료를 제대로 받아야만 한다.


통풍의 치료는 약물로 한다. 약물치료는 크게 두 가지로 분류할 수 있는데 첫째는 통풍 발작이 생긴 경우 신속하게 염증과 통증을 가라앉히는 치료이고, 둘째는 통풍 발작이 잘 조절된 후 다시는 그 고통스런 통풍 발작이 생기지 않도록 핏속의 요산을 낮추는 근본적인 치료다.


요산의 형성을 억제하거나 요산의 배출을 촉진시키는 약을 사용하여 혈청 요산을 5 mg/dL 정도로 유지하면 통풍 발작이 다시 생기지 않을 뿐 아니라 통풍에 의한 다양한 합병증도 예방할 수 있다.


하지만 요산을 떨어뜨리는 약을 중단하면 대부분의 환자에게 다시 요산이 올라가고 통풍 발작이 다시 생기기 때문에 요산을 떨어뜨리는 약은 거의 평생 동안 복용해야 한다. 따라서 통풍이 완치되는 질병으로 볼 수는 없지만 고혈압이나 당뇨병처럼 조절이 가능한 만성 질환으로 보아야 한다.


즉 요산을 5.0 mg/dL 정도로 잘 떨어뜨리면 요산 결정을 형성하지 않으므로 통풍 발작이 일어나지 않고 통풍으로 인한 합병증인 만성 신부전이나 고지혈증, 동맥경화, 심장질환, 중풍을 충분히 예방할 수 있다. 다행히 통풍약은 장기간 복용하여도 심각한 부작용이 거의 발생하지 않으므로 통풍의 장기간 조절이 쉽고 안전하다고 볼 수 있다.)


통풍 치료에 가장 중요한 것은 약이지만 음식조절도 중요하다. 우선 모든 종류의 술을 조심해야 한다.


맥주 맥주의 주성분인 호프에는 통풍을 일으키는 요산의 전구물질인 퓨린이 아주 많이 함유되어 있어서 맥주를 많이 마시면 체내에 요산이 갑자기 증가되면서 통풍이 잘 생길 수 있다.뿐 아니라 막걸리나 소주나, 포도주나 모두 알코올을 함유하고 있으므로 모든 술 종류는 통풍을 일으킬 수 있다고 볼 수 있다.


더 중요한 것은 섭취한 알코올의 양이다. 통풍 위험도는 마시는 알코올의 양에 비례하므로 어떤 종류의 술이든 많이 마시면 많이 마실수록 그 위험은 증가하게 된다. 음식 중에는 통풍의 원인물질인 퓨린 함량이 많은 음식을 주의해야 한다.


퓨린이 많이 들어있는 음식은 닭고기, 소고기, 돼지고기를 포함한 육류, 특히 간과 내장에는 퓨린이 많다. 청어, 고등어, 정어리, 꽁치 등의 등푸른 생선, 새우, 바닷가재 등이 있다. 이러한 음식들을 조금씩 먹는다면 큰 문제가 없겠지만 식탐이 발동하여 많이 먹게 된다면 통풍 위험이 증가한다.

또한 이 음식들의 공통점은 모두 고소하고 맛있고 또 술안주로 안성맞춤이라는 특징이 있다. 술을 좋아하시는 통풍환자들에게는 매우 안타까운 현실이다.


반대로 통풍환자들에게 좋은 음식으로는 쌀, 보리, 밀, 메밀과 같은 곡류와 감자, 고구마, 우유, 치즈 등의 유제품, 계란, 야채류, 김이나 미역같은 해조류, 과일과 콩 종류와 두부가 좋다.


앞서 입원한 남성 환자는 입원 중에 정성스럽고도 집중적인 치료와 통풍에 대한 올바른 교육을 받고 다음 날부터 걸어 다닐 수 있게 됐다. 앞으로 술도 많이 줄이고 음식도 가려먹고, 식탐을 줄이고, 운동도 열심히 해서 체중을 80kg대로 줄이고, 정기적으로 혈액검사를 받기로 약속하고 3일째 퇴원했다. 요즘에 만나는 그는 약속을 잘 지켜서 아프지 않고 건강하고 행복하게 잘 지내고 있다.

데일리메디 dailymedi@daily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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