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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혈 기울인 ‘소통(疎通)’ 꽁꽁 얼었던 '의심(醫心)' 녹여
권덕철 복지부 기획조정실장
[ 2016년 12월 28일 05시 30분 ]

참으로 다이나믹(dynamic)했다. 스스로도 “30여 년의 공직생활 중 가장 숨가쁜 시간들이었다”고 술회했다.

14년 만의 의사 총파업, 대한민국 지축을 흔들었던 메르스, 1회용 주사기 재사용에 의한 C형간염 집단감염 사태까지, 관련 정책의 중심에 늘 그가 있었다.

관료사회 특성상 자칫 된서리의 희생양이 될 수도 있었지만 냉철한 판단과 강직한 성품은 오히려 ‘위기관리능력’이라는 훈장까지 달아줬다.

장장 ‘3년 6개월’이란 세월 동안 보건의료정책을 진두지휘했던 권덕철 실장. 이제 그는 보건복지부 살림과 전체 정책 방향을 조율하는 기획조정실장으로 또 한번의 열정을 불태우고 있다.
 

오월동주(吳越同舟) - 대립

2013년 5월 보건의료정책관으로 발령 받았을 당시 정부와 의료계의 대립각은 최고조였다. 오랜기간 쌓여온 불신이 불통으로 이어진 냉전기였다.

그도 그럴 것이 의약분업 이후 정부는 10년 넘게 저수가 기조를 유지했고, 여기서 더해 의사와 병원을 옥죄는 각종 정책들을 쏟아냈다.

특히 포괄수가제 도입을 놓고 극한 갈등을 빚었고, 이 과정에서 복지부 공무원과 일부 의사들의 명예훼손 법정공방이 벌어지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리베이트 쌍벌제’로 의사들의 심기가 불편해진 상황에서 정부 합동리베이트 전담수사반까지 출범시키며 의사들을 더욱 자극했다.

권덕철 실장은 당시 무엇보다 무너진 신뢰 회복이 급선무라고 판단했다. 그 단초는 소통이었다. 별도의 협의체를 통해 만들어 대화로 얽힌 실타래를 풀어나가야 한다고 결론 내렸다.

의-정 협의체는 그렇게 꾸려졌다. 요원해진 정부와 의료계의 관계 개선을 기치로 논의가 시작됐고, 중간 중간 우여곡절도 있었지만 이 협의체는 지금까지도 지속되고 있다.

권 실장은 정책관 시절 기자들과 만나 “의료계 목소리를 들려달라. 의료현장의 합리적 의견은 정책에 적극 반영하겠다”며 소통 의지를 전하기도 했다.

‘소통’에 방점을 둔 그의 정책 스타일은 후배 공무원들에게도 그대로 투영됐다.

김강립 보건의료정책관(現 보건의료정책실장)이 전국을 돌며 의사들과 대화를 나눈 것도 같은 맥락이다.

권덕철 실장은 “정책의 답은 현장에 있다”며 “특히 보건의료 분야의 경우 끊임없는 대화와 논의를 통해 도출된 정책이 가장 합리적이라는 신념으로 임했다”고 반추했다.
 

상전벽해(桑田碧海) - 화해

가까스로 의사들과 테이블에 마주 앉았지만 넘어야 할 산이 많았다. 추진해야 할 정책은 물론 예상치 못한 변수들까지 원활한 관계 회복의 발목을 잡았다.

현 정부의 공약인 4대 중증질환 보장성 강화를 시작으로 3대 비급여 개선, 원격의료 등은 매머드급 후폭풍이 예고되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그는 일방향적 추진이 아닌 균형감으로 헤쳐나갔다. 특히 보장성 강화와 비급여 부분은 의료계의 희생이 수반돼야 하는 만큼 손실보전에 무게추를 실었다.

의료질평가지원금을 통한 보전이 핵심이었다. 다만 객관적인 손실액 산출을 위해 면밀한 검토를 반복하는 수고를 아끼지 않았다.

상급병실 축소에 따른 손실보전 3000억원, 선택진료 손실액 5000억원 등 총 8000억원이 비급여 개선 비용으로 지불됐다.

메르스 직격탄을 맞은 병원들에게 수 천억원의 피해보상금을 마련하는 정책 역시 권덕철 실장의 주도 하에 진행됐다.

임상 일선에서 메르스 극복을 위해 혼신을 다해 준 의료계에 대한 최소한의 예우였다.

그의 균형감은 ‘원격의료’라는 난제에서도 빛을 발했다. 좀처럼 깨지지 않던 의료계의 원격의료 프레임은 ‘만성질환관리’라는 새로운 제도에 누그러지기 시작했다.

‘원격’이라는 단어 대신 ‘비대면’이라는 단어를 사용했다. 참여기관에 대한 수가 역시 후하게 책정했다. 시범사업 모집에는 1900곳이 신청서를 접수했고, 이 중 1800개 의료기관이 이 제도에 참여키로 했다.

권덕철 실장은 “예전과 작금의 상황을 비교하면 정말 많은 변화가 느껴진다”며 “적어도 요즘은 묻지마 반대식 저항은 없다. 물론 100% 충족은 있을 수 없지만 의료계와의 관계가 개선된 것은 확실하다”고 힘줘 말했다.

계포일락(季布一諾) - 약속

정확히 2년 4개월 전이었다. 보건의료정책실장 발령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임기 내 가장 추진하고 싶은 정책으로 ‘진료정보 교류’를 꼽았던 그였다.

현재 시스템이 국민들에게 너무 불편한 구조라는 인식의 발로였다. 어쩌면 보건의료정책 총책임자로서 자신과의 약속이었는지도 모른다.

여느 기관장이나 보직자들의 포부로 흘릴 수 있었지만 결국 그는 임기 내 그 약속을 지켜냈다. 중국 초나라 장수 계포(季布)의 굳은 약속에 버금갈 정도다.

실제 환자가 원하면 의료기관 간에 투약기록, 검사기록 등이 전송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의료법 개정안이 지난 12월 1일 국회를 통과했다.

이에 따라 앞으로 전국 어느 병원을 가더라도 환자가 원하면 CT나 MRI 등의 영상정보를 일일이 CD로 발급받아 들고 다닐 필요가 없어진다.

국내 의료기관의 전자의무기록(EMR, Electnonic Medical Record) 도입률은 92.1%. 그럼에도 병원 간 진료정보 교류율은 1.3%에 불과하다. 의료기관들이 각각 다른 정보시스템을 운영하는 탓이다.

때문에 환자들은 CT나 MRI 등 진료기록을 직접 전달해야 하는 불편함을 감내해야 했고, 특히 중복촬영 및 검사 등으로 인한 과잉진료 등이 문제점으로 지적돼 왔다.

실제 CT와 MRI 중복촬영으로 연간 176억원의 진료비가 낭비된다는 추계도 있다.

하지만 이번 의료법 개정을 계기로 의료기관 간 진료정보 교류가 본격화 될 전망이다. 환자의 불편을 덜어주고, 과잉진료 문제도 개선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권덕철 실장은 “정보 공유와 활용을 위해서는 표준화가 가장 기본”이라며 “의료와 IT기술이 융합된 의료서비스를 한 단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편 권덕철 기획조정실장은 성균관대 행정학과를 졸업하고 독일 슈파이어행정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31회 행정고시에 합격하면서 공직에 입문해 보건복지부 재정기획관, 보건의료정책과장, 대통령비서실 선임행정관, 보육정책관, 복지정책관, 보건의료정책관, 보건의료정책실장을 역임했다.

박대진기자 djpark@daily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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