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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럭 타고 환자 찾는 정신과 전문의
임재영 의왕시 정신보건센터장
[ 2017년 01월 02일 11시 39분 ]

7년 동안 근무했던 병원을 망설임 없이 나온 의사가 선택한 것은 ‘트럭’이었다. 찾아오는 환자를 기다리기보다 직접 찾아가자는 생각을 했다. ‘찾아가는 상담소’ 트럭을 몰며 환자들을 상담해 주는 의왕시 정신보건센터 임재영 센터장의 얘기다.
 

그는 올 3월 근무하던 계요병원에서 나와 의왕시 정신보건센터장을 맡아 ‘찾아가는 상담소’트럭을 운영하기 시작했다. 일주일에 적어도 두 번은 트럭을 몰고 환자를 찾아 거리로 나선다.

대학교, 주민센터 등 가고 싶은 곳이라면 어디든지 간다. 재능기부의 일환으로 진료가 아닌 기록이 남지 않는 정신과 상담을 무료로 해 주겠다는 목적이었다.
 

“구상은 작년 겨울부터 했다. 직접 트럭을 구입해 본격적으로 시작한 것은 올 3월이다. 처음에는 상담하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 병원에 있을 때처럼 환자가 알아서 올 거라고 생각했는데 눈요깃거리만 됐을 뿐 외려 괴짜 취급을 받았었다.”
 

야심차게 시도한 트럭 상담소는 스스로도 “병원 밖에서 나를 의사로 알아봐 주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는 게 그렇게 큰 차이가 날 줄 몰랐다”고 말할 정도로 환자가 적었다. 네다섯 시간에 한 명을 겨우 만난 적도 있다. 그러나 더 많은 사람들의 고민을 들어주고 싶어 트럭을 계속 몰고 다녔다.

"정신과 질병 앓는 환자들은 병원에 올 때면 이미 진행 많이된 상태"
 

“병원에 있으면서 환자들을 보면 이미 병이 심각하게 진행된 상태에서 오는 경우가 많았다. 아프면 병원을 찾는 게 당연한데 정신병원의 경우 ‘내가 거기 찾아갈 정도는 아니다’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발병 후 몇 년씩 지나 본인과 가족들이 만신창이가 되고 나서에 병원에 오는 경우도 있다. 그걸 보고 ‘내가 나가야겠다’고 생각했다.”
 

편견이 만든 정신병원의 높은 문턱을 낮추고 싶어서 그는 포기하지 않았다. 다행이 지난 6월 의왕시 시범사업으로 선정되면서 트럭을 찾아오는 사람들도 늘기 시작했다.
 

“상담소뿐만 아니라 본인 얘기를 좀 들어 달라는 개인적 연락이 다 들어줄 수 없을 정도로 많이 온다. 병원에서 환자들을 지켜보며 병원 밖에서 어려움을 겪는 이들이 훨씬 많을 거라는 생각을 했는데 그게 맞았던 것 같다.”

그는 “정신과 의사를 만나고 싶어 하면서도 병원을 찾아가는 것은 부담스러워 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있다”며 병원 바깥에 머물고 있는 선입견을 깨는 데 일조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정신질환자 탈원화, 준비 안된 대한민국"

정신과 전문의로서 병원 밖을 관찰하며 그가 느낀 또 다른 점은 정신질환자의 탈원화에 대해 아직 우리 사회가 덜 준비됐다는 점이다.
 

“인권 차원에서 볼 때 탈시설화가 장려되는 것은 좋은 방향이다. 실제로 몇 년씩 산책도 나가지 못하고 병원에만 머물러 있는 환자들을 많이 봤다. 그러나 그런 환자들은 외려 병원이 아니면 갈 곳이 없는 경우가 많다.”
 

그에 의하면 탈원화에 대해 일차적인 부담이 가는 곳은 환자의 보호자들이다. “보호자들이 노쇠해 환자들을 스스로 감당할 수 없어 퇴원을 반대하는 것을 종종 목격했다. 탈원화를 도울 인력, 퇴원한 환자들이 머물 수 있는 주거공간 등 현실적 여건이 마련돼야 정신질환자의 탈시설화가 제대로 정착할 수 있을 것 같다.”
 

상담만 하는 관계로 처방은 안해 때론 "의사 맞냐"고 오해성 질문을 받을 때도 있지만 그는 "병원을 나와 자유롭다"고 답했다. 앞으로도 더 많은 환자들을 만나며 할 일이 많기 때문이다.

그의 목표는 우리 사회의 자살률을 낮추는 데 기여하는 것이다.
 

“혼자 이뤄내기엔 너무 거창한 목표지만 진심으로 바라는 점이며 정신과 전문의가 되기로 한 이유기도 하다. 건강한 몸을 갖고도 스스로 목숨을 끊는 것 외에 다른 선택이 없을 정도로 고통스러워하는 환자들을 보며 자살의 위험성을 새삼 깨달았다. 전문적 도움이 필요한 사실조차 모르고 있는 사람들을 위해 의사를 필요로 하는 곳에 먼저 다가가고 싶다.”

한해진기자 hjhan@daily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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