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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기초의학 연구환경 민낯
김성미 기자
[ 2017년 04월 10일 12시 20분 ]

[수첩]우리나라 기초의학자들은 노벨상 얘기가 나오면 죄인 인양 고개를 숙인다. 세계 최고 의술을 자랑하는 한국에서 단  한 명의 노벨생리의학상 수상자도 배출하지 못했다는 자괴감 때문이다.


세계적인 학술지 ‘네이처’는 지난 해 6월 “한국은 국내총생산 대비 R&D 투자 비중이 세계 1위인데 단 한명의 노벨상 수상자도 배출하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으며, 기초연구 투자에 미흡할 수 밖에 없는 구조를 원인으로 짚었다.


R&D 투자 대부분이 삼성, LG, 현대 등 대기업 중심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성과 창출에 장시간이 소요되는 기초연구 경쟁력은 약해질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2014년 기준 한국의 발표 논문 수는 7만2269편으로, GDP 대비 R&D 투자 비중이 1.22%인 스페인과 비슷했다. 일본(11만4999편)과 독일(14만9495편)에 크게 뒤진다.


정부 R&D 투자는 ‘탑다운’ 과제에 집중된다. 예산 낭비 지적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만큼 ‘투자 대비 고효율’ 성과로 예상되는 주제의 연구자를 선정하는 것이다.


연구자 자율에 맡기는 과제 비중은 6% 정도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연구 세부 제목까지 정해주는 터라 특정 연구자를 염두하고 과제를 선정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도 일각에선 제기된다.


A의대 기초의학 교수는 “해당 분야 연구자가 아니면 접근도 못 할 정도로 주제가 너무 구체적”이라고 꼬집었다.
 
탑다운 방식 하에서는 연구자들이 과감하고 모험적인 연구주제에 도전하기는 어렵다. 연구비를 받으려면 정부가 정해주는 연구 과제만 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연구비를 따내기 위해 동분서주하느라 연구에 집중할 시간을 빼앗기는 경우도 허다하다. 연구자가 행정에 종속되는 것이다.

R&D 투자 방향이 널뛰는 것도 문제다. 박근혜 정부는 지난해 3월 ‘알파고 쇼크’ 이후 갑자기 “인공지능이 미래”라며 1조원 투자 계획을 밝혔다.

이후 인공지능이라는 단어가 들어간 과제는 급증했고, R&D 트렌드도 바뀌었다. B의대 교수는 “연구정책이 오락가락하면 곤란하다”며 "일관성을 유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R&D 특성을 무시한 평가체계도 연구력 저해 요소로 지적된다. 하나의 주제에 대해 다양한 접근방법이 있을 수 있는데, 키워드 중심으로 심사해 무조건 중복과제를 허용하지 않는 경우 성과가 나오기도 전에 싹을 자를 수 있다는 것이다.

연구자들은 연구자의 자율성에 맡기고 뚝심 있게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기초연구 육성에 대한 의지를 갖고 정부가 큰 방향은 설정하되 하고 싶은 연구를 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달라는 것이다. 

과학기술정책연구원이 국내 연구자 109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국가 R&D 생산성 저해 요인으로 중장기 전략 부재, 키워드 중심의 중복심사, 성과중심의 평가제도 등이 꼽혔다.

차기 정부에는 사업기획 과정에서 전문가 참여 확대, 양적 성과 중심의 평가제도 개선, 중장기 R&D 전략 수립 및 연구자들의 자율성 보장 등을 고려할 것을 원했다.  

C의대 교수는 "연구자들은 시속 100km로 달리는데, 정부 정책은 시속 10km로 따라오고 있다"며 연구자들과 합을 맞출 수 있는 지원 정책을 역설했다.

연구자들은 박근혜 전 대통령 국정 농단 사건을 겪으며 누군가에겐 절실한 국가 R&D 예산이 특정 인물의 이익을 위해 사사로이 쓰였다는 사실에 절망했다. 선량한 연구자들이 흘린 땀이 결실을 맺을 수 있는 연구 정책을 기대한다.

김성미기자 ksm6740@daily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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