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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살 민건이와 같은 사건 절대 반복되지 말아야"
김윤 교수(서울의대 의료관리학교실 )
[ 2017년 04월 24일 05시 29분 ]

사건 개요

지난해 9월 30일 17시 40분 2살 민건이는 견인차에 치여 전북대병원 응급실에 도착했다. open book type 골반골 골절과 오른쪽 발목에 압궤손상(crushing injury)이 있었다. 18시 10분 발목 미세수술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담당 정형외과 전공의는 전원을 결정하고 을지대, 전남대를 포함한 10여개 병원에 전원을 요청했다.

하지만 20시 30분 아주대병원이 전원요청을 수용하기 전까지 모든 병원이 전원 요청을 거절했다. 20시 37분 아주대병원으로 이송하기 위해 전북소방에 헬기이송을 요청했으나 당직인력이 부족해 헬기가 출동하지 못했다. 21시 05분 심정지 발생했으나 심폐소생술로 자발순환이 돌아왔다. 중앙소방본부에서 출동한 헬기에 의해 23:59분 아주대병원에 도착했고, 10월 1일 새벽 1시 05분 아주대병원에서 응급수술을 시행했으나 4시 43분 사망했다.
 

시스템적 접근 

 민건이와 같은 안타까운 죽음을 되풀이하지 않으려면 잘못된 외상체계를 고쳐야 한다. 시스템 이론(systems theory)에 의하면 실수를 저지르는 것은 사람이지만, 그 배후에는 늘 잘못된 시스템이 있기 때문이다. 실수한 사람에게만 벌을 주면, 잘못된 시스템 안에서 일하는 다른 누군가에 의해 실수는 반복된다. 벌을 받지 않으려고 사고를 숨기기도 한다. 겉으로는 아무 문제가 없는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상황은 더욱 심각해질 수 있다. 이 글은 병원이나 의료진의 잘못을 지적하려는 것이 아니라 외상체계에 대한 문제 분석을 바탕으로 개선방안을 제시하기 위한 것이다.
 

문제 1: 출혈성 쇼크에 대한 진단 실패와 부적절한 응급처치 

이 사건에서 중요한 문제 중 하나는 대량출혈로 인한 쇼크에 대한 진단이 3시간 가량 지연됐다는 것이다. 민건이의 경우 내원 당시부터 출혈성 쇼크를 의심해야 했다. 대량출혈 가능성이 높은 open book type의 골반골절 환자였다. 내원 당시부터 맥박이 약간 빨랐고 이후 맥박이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양상이었다. 내원 당시 맥박은 148회/분으로 약간 빨랐고, 이후 17시 50분 168회/분, 18:07분 188회/분, 20:35분 210/분으로 계속 증가했다. ATLS(Advanced Trauma Life Support) 지침에 따르면 소아에서는 30% 이상의 실혈이 있기까지는 혈압이 정상으로 유지되기 때문에, 혈압을 근거로 쇼크 여부를 판단하지 않았어야 했다.

출혈성 쇼크에 대한 진단이 지연된 결과, 초기에는 다량의 crystalloid 수액이 공급이나 수혈과 같은 적절한 순환소생처치가 이뤄지지 않았다. 더욱 심각한 것은 혈압이 낮아져 출혈성 쇼크를 인지한 이후에도 ATLS 지침에 부합하지 않는 응급처치가 이뤄졌다는 것이다. 맥박이 증가하고 전신이 창백해 쇼크를 의심해야 하는 상황에서 CT 촬영을 했다. 굵은 직경의 정맥관으로 우선 다량의 수액을 신속하게 공급해야 했으나, 중심정맥관을 잡는다고 수액공급이 지연되었다. 중심정맥관 시술과정에서 진정제가 과다 투여되었다. 전북대 의료진 인터뷰에 따르면 수혈도 심정지가 발생하기 전후인 내원 3~4시간 이후에야 이뤄진 것으로 추정된다.
 

대책 1 : 권역외상센터 근무의사에 대한 ATLS 교육 의무화 

 우리나라의 예방가능한 외상사망률은 약 30% 수준이며 , 이 중 약 1/3은 응급실에서 적절한 심폐소생을 받지 못하기 때문에 발생한다. 심폐소생술 실패로 인한 예방가능한 외상사망은 시간이 지나도 거의 개선되지 않고 있다. 1997년 예방가능한 외상사망의 원인 중 약 33%를 차지했던 심폐소생술 실패는 2004년에도 35% 수준이었으며, 2015년에도 유사한 수준이었다. WHO는 쇼크에 대한 진단과 치료가 적절하게 이뤄지면 중증외상환자의 사망률이 절반 가량 감소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외상환자에서 적절한 심폐소생술이 이뤄지도록 하기 위해서 권역외상센터에 근무하는 모든 의사들이 근무 시작 전에 ATLS 교육을 의무적으로 받도록 해야 한다.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에서는 이미 이렇게 해왔다. 교육대상이 권역외상센터 의사들이고, 이론과 실습 교육이 병행되어야 하는 점을 고려하여 권역외상센터가 교육을 담당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향후 ATLS 교육 의무화는 권역응급센터와 지역응급센터 근무의사에게로 점진적으로 확대돼야 한다.
 

문제 2 : 중증외상환자의 높은 전원율 

 민건이 사건의 또 다른 핵심은 전북대병원이 중증외상환자인 민건이를 직접 수술하지 않고 다른 병원으로 전원보냈다는 점이다. 우리 나라 응급환자의 전원율은 약 10~15%로 미국에 비해 약 2배 높다. 전원된 환자는 최종치료병원으로 직접 내원한 환자에 비해 사망 률이 약 3배 높다. 이는 사고발생에서 전원까지 평균 3시간 이상 걸려 외상치료의 골든타임 1시간을 훌쩍 넘기기 때문이다. 특히 권역외상 및 권역응급센터(이하 권역센터)가 전원보내는 환자에서 전원까지 걸리는 시간은 지역응급센터에 비해 훨씬 길다.
 

대책 2-1: 권역외상센터의 중증외상환자 수용 체계 구축 

 외상을 포함한 중증응급환자의 전원은 피할 수 없지만 최소화할 수는 있다. 먼저 권역센터는 중증외상환자를 반드시 수용하고, 일단 환자를 받으면 끝까지 책임지고 진료하는 체계를 갖춰야 한다. 즉, 중증외상환자는 극히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다른 병원으로 전원하지 못 하게 해야 한다. 미국의 외상센터는 중증환자를 받으면 끝까지 책임지고 진료하는 반면 우리나라 권역센터는 중증응급환자의 최종치료기관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환자를 전원보내고 있다.

하지만, 중증외상환자의 수가 외상센터의 수용능력을 넘어서면 전원시킬 수밖에 없게 된다. 그래서 외상환자가 너무 많아 더 이상 환자를 받을 수 없는 상황이 되면 미리 119 구급대에 더 이상 응급환자를 데리고 오지 말라고 요청하는 구급차 분산배치(ambulance diversion)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 미국을 포함한 선진국은 구급차 분산배치 제도를 오래전부터 운영하고 있다.

물론 외상센터도 분산배치를 요청하기 이전에 먼저 병원의 의료인력을 최대한 동원해야 한다. On-call 당직의료진을 호출하고, 정규수술을 취소하는 등의 조치를 취한 후에도 현재 진료하고 있는 응급환자의 안전을 위해 더 이상 응급환자를 받을 수 없는 경우에 한해 구급차 분산배치를 요청할 수 있다.
 

대책 2-2 : 119 구급대의 중증외상환자 권역외상센터 이송원칙 의무화 

 중증외상환자의 전원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119 구급대가 중증외상환자를 반드시 외상센터로 이송하도록 해야 한다. 많은 중증외상환자들이 최종치료능력이 없는 응급의료기관으로 이송된 후에 전원과정에서 최종치료가 지연되어 사망하고 있다. 119 구급대가 중증외상환자를 외상센터로 이송하도록 하기 위해서는 먼저 적절한 외상환자분류지침(trauma field triage protocol)이 마련되어야 하고, 이를 근거로 환자의 중증도를 판단하는 능력이 갖춰져야 하고, 환자 이송의 적절성을 평가하는 체계가 있어야 한다. 현재 119 구급대는 미국 CDC의 외상환자분류지침을 오래 전부터 도입해 사용하고 있지만, 이 지침을 엄격하게 적용하지 않고 있다. 권역센터가 중증환자를 받아주지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라고 한다. 아주 오래된 이유이기도 하고 핑계이기도 하다. 외상센터가 반드시 중증외상환자를 수용하도록 해야, 119 구급대로 하여금 중증환자를 외상센터로 반드시 이송하도록 할 수 있다.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 논란을 할 것이 아니라 동시에 해결하면 된다.
 

그 밖의 문제들 

 일각에서는 응급과 외상수가가 낮아서 충분한 인력을 쓸 수 없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다. 응급과 외상수가는 이미 다른 수가에 비해 원가보전율이 더 높다. 많은 응급환자를 진료하는 응급센터는 더 이상 응급실에서 적자를 보지 않고 있다. 소아외상센터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있다.

하지만, 외상센터도 제대로 운영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소아외상센터를 운영하자는 것은 아직 걷지도 못하는 아이에게 뛰라고 재촉하는 꼴이다. 더구나 민건이는 미세수술을 못 받아서 죽은 것이 아니다. 출혈성 쇼크에 대한 응급처지와 손상통제수술(demage control surgery)이 늦어져 사망한 것이라는 점도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중앙응급의료센터의 전원조정센터가 적절한 역할을 했는가에 대한 평가와 119 구급대의 헬기 이송이 왜 2시간 넘게 지연됐는지에 대한 평가도 필요하다. 
 

맺는 말 

 민건이와 같은 안타까운 죽음은 이 순간에도 반복되고 있다. 단지 사회적 이슈가 되지 않아 우리가 알지 못하고 있을 따름이다. 이번 기회에 외상체계를 혁신하지 못하면 민건이와 같은 안타까운 죽음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 중증외상환자를 살려야 할 병원과 의사, 정책결정자가 머리를 맞대고 지혜를 모아야 한다. 서로를 탓하느라 외상체계를 혁신할 수 있는 계기를 이번에도 놓친다면 국민과 사회의 호된 질책으로부터 어느 누구도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다.  

데일리메디 dailymedi@daily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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