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척수장애 극복하고 의사·변호사 두 길 걷는 전공의
인하대병원 직업환경의학과 박성민
[ 2017년 05월 01일 05시 30분 ]

 "의료소송 전문성 위해 임상현장 도전"

인하대학교병원에는 조금 특별한 의사가 있다. 의사에서 변호사로, 변호사에서 다시 의사의 길을 걷고 있는 박성민[사진] 전공의(직업환경의학과)가 주인공이다. 화려한 스펙의 보유자인 그에게는 ‘척수장애인 의사’라는 수식어가 하나 더 따라 붙는다.
 


2003년 한국과학기술원(KAIST) 합격 후 공학도의 길을 걸으려던 그는 한 노인의 죽음을 가까이에서 목도한 후 의사가 되기로 결심했다. 충청북도 음성 ‘꽃동네’에서 2박 3일 동안 신입생 봉사연수를 하던 중 만난 할머니다.


“물수건으로 손발을 닦아드렸는데 그 할머니가 저를 빤히 바라보시더라고요. 할 일이 끝나 밖으로 나왔는데 갑자기 ‘삐삐삐’ 하는 소리가 나더라고요. 산소포화도가 떨어졌을 때 나오는 소리였던 것 같아요. 의료진이 다급히 들어가 심폐소생술을 했는데 결국 돌아가셨어요. 그 분이 임종 직전에 본 사람이 저라고 생각하니 잊히지 않더라고요.” 


가슴 깊이 각인된 할머니의 마지막 눈빛은 그를 의사의 길로 이끌었다. 심사숙고한 끝에 KAIST 합격을 포기하고 3순위로 지원해 둔 인하대학교 의과대학에 입학해 공부에 매진했다.


꿈을 향해 숨 가쁘게 달리던 그에게 시련이 찾아온 건 2005년 2월 2일이다. 예과 2학년을 마치고, 겨울방학을 맞아 스키동아리 합숙훈련을 갔다가 리프트 정상에서 땅으로 떨어지는 불의의 사고를 당했다.


눈을 떠 보니 모교 병원인 인하대학교병원이었다. “절망은 안 했어요. 나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죠.” 그러나 희망과 달리 평생 하반신을 쓸 수 없게 됐다. 재활치료까지 1년여의 병원 생활을 마친 그는 복학을 서둘렀다.


지도교수와 선배들이 대한의사협회에 문의한 결과 의사면허 취득에 전혀 문제가 없다는 답변이 돌아오자 마음이 급해졌다. 학교에서도 경사로 등 시설을 손보는 등 휠체어를 타고 이동하는 데 불편함이 없게끔 도와줬다. 
 

 
하지만 실습이 있는 의대 본과 생활은 만만치 않았다. 막상 의사면허를 딴다고 해도 몸을 자유롭게 쓸 수 없다는 제약 때문에 진로가 막막했다.

그는 주변에 사법고시를 준비하고 있던 친구들의 권유로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진학을 결심했다. 사고 이후 스키장을 상대로 소송을 진행한 경험과, 국립재활병원에서 치료를 받다가 만난 사회 선배의 안타까운 사연이 종합적으로 작용했다. 


“음주운전을 한 친구가 낸 교통사고로 사지마비가 된 선배였어요. 조수석에 앉아 있었는데 친구가 죄를 뒤집어 씌워서 사지마비로 몸도 불편한데 억울하게 조사를 받으러 다녔죠. 법에 관심을 갖게 됐죠.”

의사 국가고시와 병행해 1년 동안 준비한 끝에 2010년 서울대학교 로스쿨에 합격했다.

변호사가 된 이후에는 의료소송을 주로 담당했다. 의사면허가 있긴 했지만 임상 경험이 없으니 수많은 진료기록을 봐도 와 닿지 않았다.

현장에 대한 갈증을 느낀 그는 더 늦기 전에 전문의 자격을 취득하기로 하고 2013년 모교 문을 두드렸다.

"더 늦기 전에 전공의 수련을 마쳐야겠다는 생각에 변호사로서의 삶을 잠시 접고 병원으로 돌아왔어요. 동기들 덕분에 인턴 과정을 무사히 마칠 수 있었어요. 수술 어시스턴트를 서는게 힘든데 자발적으로 제가 할 수 있는 병동케어 업무와 바꿨죠. 배려가 없었다면 쉽지 않았을 겁니다."  

2014년 인턴 과정을 수료한 후 현재 직업환경의학과 전공의 3년차로 근무하며 진료와 연구를 병행하고 있다.

그는 전문의 자격을 취득한 이후 의사와 변호사 두 가지 직업을 병행해 자신만의 커리어를 개척해나갈 계획이다.  "의사, 변호사 모두 하고 싶어요. 몸이 힘들기는 하겠죠. 하지만 결코 불가능한 일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김성미기자 ksm6740@daily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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