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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국적제약사의 본사 송금과 사회공헌활동
백성주기자
[ 2017년 05월 02일 06시 40분 ]

언젠가부터 우리 사회에 ‘호갱님’이라는 단어가 널리 쓰이기 시작했다. 호갱이란 호구와 고객의 합성어로, 어수룩해서 이용하기 좋은 사람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소비자를 쉽게 여기는 기업들의 몰지각한 행태를 풍자하는 동시에 씁쓸한 맛이 남는 슬픈 신조어기도 하다. 이른바 ‘봉’이 되지 않으려는 반항 심리도 담겨 있다.


이 가운데 다국적 제약사의 배당액이 논란이다. 국내에서 낸 수익을 본사에 송금하기 급급한 모습을 보이면서 한국사회에 대한 투자보다는 이익만 챙기고 있다는 지적이다.
 

올해도 벌써 노사 간 충돌이 발생하고, 의약품 고가 공급으로 환자들 불만이 심화되고 있는 것이 업계의 현실이다. 다국적 제약사들이 한국시장과 국민들을 너무 쉽게 여기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는 대목이다.


작년 GSK는 500억원을 현금 배당했다. 한국에서 거둔 순이익은 132억원에 불과했다. 3675억원의 매출을 올린 로슈의 경우 139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지만 대부분인 120억원을 배당했다.


당기순이익이 –7억원으로 적자 전환된 애보트는 오히려 배당은 늘렸다. 413만원에 그쳤던 2015년과 달리 2016년에는 적자임에도 103억원의 현금배당액을 책정했다.


아스트라제네카 역시 2015년 당기순이익 56억원에서 작년 –1억원으로 적자 전환됐다. 하지만 배당액은 114억원에 달했다.


이 외에도 얀센, 오츠카제약, 젠자임, 노보노디스크 등이 전년보다 배당금액을 늘린 것으로 파악된다. 이 같은 현금배당과 관련, 불만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내부에서부터 나온다.


한 다국적 제약사 직원은 “외자사 대부분은 국내에서 낸 수익을 해외로 송금하는데 급급하다. 적자 상황에서도 무리하게 현금배당을 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다른 외자사 직원도 “수입되는 대부분의 약품은 매출원가가 70%에 육박, 흑자를 내기 힘든 구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 직원들이 열심히 일해서 이익을 내면 본사 배당금으로 보내는 것이 현실”이라고 비판했다.


본사에는 과도한 배당금을 보내면서 임금협상 때는 경영난을 핑계로 형편없는 임금인상률을 제시한다는 것이다. 해마다 희망퇴직, 해고 등으로 인력감축을 강행하는 점도 문제다.


이 가운데 최근 발표된 KRPIA의 사회기부 자료는 씁쓸한 생각마저 들게 한다. 27개 다국적 제약사의 작년 기부금 포함 사회공헌활동 금액은 247억원으로 매출 대비 0.47%로 집계됐다. 회사 한 곳당 겨우 9억원을 상회하는 수준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실시한 사회공헌 실태조사에서 국내 주요기업 255개사의 사회공헌활동 지출액은 전체 매출의 0.19%다. 다국적 제약사들은 국내기업보다 2.5배 정도 높은 수치라는 점을 크게 부각시키고 있다.


또 다국적 제약사 임원은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혁신적 신약을 공급하는 것만으로도 한국사회에 큰 기여를 하고 있다”고 얘기했다. 그는 또 “낮은 약가와 신약의 가치를 인정하지 않은 약가제도로 희생을 감수하고 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익의 대부분을 송금하는 회사를 바라보는 사회의 시선도 이와 같을지 의문이다. 수백억원을 본사에 이체하면서 기부액은 수억원, 이마저도 영업활동에 도움이 되는 의사단체에 전달되는 경우도 다반사이다.


작년 노바티스는 수십억원의 불법리베이트를 살포한 비윤리적 기업으로 낙인 찍혔다. 이에 대한 과징금으로 수백억원을 부과받았다. 또 적지 않은 다국적 제약사에서 매년 임금협상, 직원 해고 등으로 노사갈등을 겪고 있다.


국민들은 다국적 제약사들의 대단한 사회 기여를 바라진 않는다. 다만 납득할만한 수준의 경영철학과 한국을 ‘호갱님’으로 대하지 않기를 원할 뿐이다.


버는 돈은 모두 송금하는 다국적기업에서 때가 되면 진행하는 김장김치 및 연탄 배달, 자선경매, 희망콘서트 등의 활동에 국민들은 크게 감동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았으면 하는 생각이다.

백성주기자 paeksj@daily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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