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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안전 사건과 사과법
조진석 변호사(법무법인 세승)
[ 2017년 06월 18일 22시 35분 ]
의료기관에서 환자안전은 매우 중요한 요소다. 의료서비스 제공 과정에서 환자안전을 확보하지 못하면 각종 사고와 사건이 발생할 수 있다.
 
최근 환자안전과 관련해 여러 정책과 입법이 모색되고 있는 가운데 사건이 발생했을 경우 의료기관 종사자와 환자 측 사이에 소통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시되고 있다.
 
환자안전사건 소통이란 사건이 발생한 경우 의료기관이 환자 측에 경위를 설명하고 공감이나 유감의 뜻을 전함과 더불어 조사를 통해 적절한 보상을 하고 비슷한 유형의 사건을 반복하지 않도록 하는 일련의 행위를 의미한다.
 
이러한 소통을 통해 의료소송 빈도와 소송비용 감소, 환자 측의 의료진 처벌에 대한 의향 감소, 의사와 환자 관계 강화, 의료진 추천 및 재방문 의향 증가, 의료질 평가 점수 향상, 의료진의 죄의식 감소 등의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렇지만 의료행위 특성상 해당 의료인 외에는 주의의무 위반 또는 법 위반사실을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소통은 알려지지 않았던 과오를 공개함으로써 추가적 문제의 시발점이 될 수 있는만큼 의료진이 소통을 꺼리는 한계가 있다.
 
따라서 의료진이 환자안전사건 소통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법적 장치인 사과법(Apology law) 제정이 필요할 것이다.
 
법적 측면에서 의료기관 종사자들이 가장 우려할 만한 추가적 문제는 민사적 손해배상청구, 형사처벌, 행정처분 등을 고려할 수 있다.
 
이러한 추가적 문제의 경우 법적 책임의 전제가 되는 사실관계 확인이 중요하다. 우리 법체계에서는 행위 당사자의 사실 인정 내지 자백진술이 거의 절대적 증거로 채택되는 것과 마찬가지로 환자안전사건도 예외는 아니다.
 
따라서 의료기관 측의 과오 공개가 필요한 환자안전사건 소통 역시 행위 당사자 내지 의료기관에 민사·형사·행정적 책임을 부담시킬 수 있는 바, 이를 우려한 행위 당사자나 의료기관이 환자안전사건 소통에 소극적으로 대응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환자안전사건 소통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사과법을 제정해 의료기관 종사자에게 환자안전사건 소통에 따른 이로운 법적 효과를 부여하는 것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이로운 법적 효과와 관련하여 환자안전사건 소통 과정에서의 과오 인정 등을 민사 손해배상청구에서 사실인정이나 자백진술의 증거로 사용 내지 채택할 수 없게 하는 것도 하나의 이로운 효과로 부여할 수 있겠지만, 의료기관 종사자가 환자안전사건 소통을 한 경우 민사 손해배상청구에서 정신적 손해에 대한 위자료 감액 사유로 규정하고, 사건의 경중에 따라 형사처벌 감면사유 및 행정처분 감면사유로 규정하는 등의 복합적 법률효과를 부여하는 게 필요하다.
 
한편 환자안전 사건을 잘 해결하기 위해서는 이 같은 사건이 발생한 경우 소통을 의무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특정 행위로 인한 민사·형사 책임 측면에서는 과실이 인정돼야 하는데, 의료사고인 환자안전 사건에 한정해 볼 때 의료진에게 의료과오(과실)가 있다고 하기 위해서는 의료진이 결과 발생을 예견할 수 있고 또 회피할 수 있었는데도 이를 예견하지 못하거나 회피하지 못했음이 인정돼야 한다.
 
과실 유무를 판단할 때에는 같은 업무와 직종에 종사하는 일반적 보통인의 주의정도를 표준으로 하고, 사고 당시의 일반적인 의학 수준과 의료환경 및 조건, 의료행위의 특수성 등을 고려해야 한다.
 
그러므로 구체적 사건의 사실관계에 따라 과실유무를 달리 판단해야 하는데, 최근 복잡·다양해지고 세분화된 의료행위 특성상 행위 당사자나 의료기관이 환자안전 사건에서 과실이 있다고 자각하는 게 상당히 어려울 수 있다.
 
실제로 의료과오소송을 수행하다 보면 해당 사건에 대한 행위 당사자인 의료진 또는 의료기관측의 과실판단과 실제 의무기록감정이나 사실조회에서의 과실판단이 서로 다르게 현출되는 경우를 상당 수 경험한다.
 
특히 재판과정에서는 과실에 관해 사실적 판단의 요소 외에 규범적 판단의 요소가 관여할 수 있기 때문에 행위당사자 등 의료기관측이 과실여부를 판단한 것과 법적으로 판단한 과실여부가 서로 다르게 나타나 상충될 수 있다.
 
이같이 과실 판단이 상충할 가능성이 농후한 상황에서 사과법으로 환자안전사건 소통을 의무화하는 것은 의료기관 종사자 등 환자안전 사건 관련자들이 예측하지 못했던 법적 결과가 발생할 수 있는 바 신중하게 재고돼야 할 것이다.
 
향후 환자안전 사건 소통 관련 법적 문제와 관련해 위에서 언급한 요소들을 감안한 논의가 이뤄져 환자안전에 기여하면서도 의료계와 환자 측 뿐만 아니라 사회에서 수용 가능한 사과법이 제정되기를 기대한다.
데일리메디 dailymedi@daily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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