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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눈물에서도 확인된 슬픈 질환 '치매'
박대진 기자
[ 2017년 07월 05일 05시 00분 ]
당혹스러웠다. 도무지 영문을 알 수 없었다. 작은녀석의 눈시울이 벌게진 것은 순식간이었다. 이내 눈물이 뺨을 타고 흘렀다.
 
?”라는 외마디 질문을 던지기도 전에 엄마 품으로 파고 들었다. 그러고는 한참을 흐느꼈다. 녀석의 눈물은 유치원 졸업식 이후 3년 만이었다.
 
지난 주말 아침 벌어진 황당한 상황의 요지는 이랬다. 우리 가족은 매주 토요일 오전 신문토론시간을 갖는다. 거창한 NIE(Newspaper In Education, 신문활용교육)는 결코 아니다.
 
조상님 덕이 두터워 결혼 후 줄곧 주말부부로 지낸다. 물론 아이들과도 주말에 상봉한다. 처해진 상황으로 인한 대화 부족의 갈증을 해소해 보자는 심산으로 신문토론을 제안했다.
 
주제는 자유다. 본인이 흥미를 느낀 기사부터 가족에게 들려주고 싶은 내용까지 무관하다. 이날 주제는 치매였다. 문재인 대통령의 치매국가책임제관련 내용이 많아 스크랩했다.
 
초등학교 저학년인 녀석들에게 치매를 이해시키는 게 우선이었다. “만약에 엄마가 치매에 걸린다면···으로 시작된 설명이 무르익을 즈음 앞선 당혹스런 풍경이 연출됐다.
 
한참 후 진정모드에 들어간 녀석에게 물었더니 치매는 너무 슬픈 병이라는 답(答)이 돌아왔다. ‘나를 기억 못하는 엄마’, ‘꼬마처럼 투정 부리는 엄마는 녀석에게 상상만으로도 끔찍한 일이었다.
 
작은녀석의 눈물을 뺀 그 치매가 요즘 화두다. 치매환자와 보호자의 고충을 덜어주겠다는 새 정부의 치매국가책임제발표 이후 부쩍 관심이 높아졌다.
 
문재인 대통령은 어느 날 불쑥 찾아온 병으로 가족 전체가 불행의 나락으로 떨어진다면 국가는 도대체 왜 존재하냐며 치매국가책임제를 약속했다. 정책 취지에 대한 공감도 크다.
 
사실 치매는 환자와 보호자에게 수반되는 정신적, 신체적 고통 만큼이나 국가적으로도 위협적인 질병이다.
 
보건복지부 중앙치매센터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치매환자 수는 약 648000명에 달한다. 65세 이상 노인 10명 중 약 1명이 치매를 앓고 있다는 얘기다.
 
더욱이 빠른 고령화 등으로 치매환자 수는 2024100만명, 2041년에는 200만명을 넘어설 것으로 추산된다. ‘개인이 아닌 국가적 재앙이라는 말은 결코 허튼소리가 아니다.
 
늦게나마 국가 차원에서 치매를 보듬겠다는 결정이 내려져 여간 다행이 아니다.
 
이러한 고무적 상황에서 간과되고 있는 점이 있다. 바로 치매라는 용어다. 일반 국민은 물론 정부기관 조차 스스럼 없이 사용하는 이 단어에는 참으로 슬픈 뜻이 담겨 있다.
 
치매는 어리석을 치()’어리석을 매()’를 쓴다. 음치(音癡), 박치(拍癡)라는 말에도 이 어리석을 치()’자가 사용된다.
 
직역하면 어리석고 또 어리석은 사람이다. 좀 과하게 의역하면 바보쯤 되겠다. 특정 질병으로 고통받는 환자에게 사용하기에는 여간 불편한 단어가 아닐 수 없다.
 
일반인들 역시 이 병명을 부정적으로 인식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조기진단율이 떨어진다는 조사결과도 있다.
 
정부가 550여 명을 상대로 치매 병명 개정 욕구 조사를 실시한 결과 일반인의 39.6%, 전문가의 39.9%치매라는 용어에 거부감이 든다고 답했다.
 
거부감이 전혀 없다고 답한 비율은 각각 10.5%, 17.7%에 그쳤다. 병명을 바꿔야 한다고 답한 비율은 일반인 22.4%, 전문가 49.4%였다.
 
사실 치매라는 단어는 이웃나라 일본에서 가장 먼저 사용됐다. 하지만 일본은 더 이상 치매라는 용어를 쓰지 않는다. 혐오스런 치매대신 인지장애로 바꿔 부른다.
 
치매국가책임제를 선언한 문재인 정부 역시 정책과 제도 개선의 담론에 앞서 치매라는 단어에 대한 고민부터 시작하길 권한다.
 
가까스로 울음을 그친 작은녀석에게 치매(癡呆)’의 참뜻을 차마 얘기해 줄 수는 없었다. 너무나 슬픈 질병을 조롱하는 듯한 그 뜻을 말이다.
박대진기자 djpark@daily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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