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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 치료는 잘하면서 암 경험자 방치하는 나라”
김치중 한국일보 의학전문기자
[ 2017년 07월 21일 17시 55분 ]

국내 암환자의 5년 생존율은 2010~14년 70.3%로 암 환자 10명 중 7명은 ‘완치’ 판정을 받는다. 암 진단 후 치료를 받고 생존하고 있는 사람들이 많아졌다는 의미다. 암 진단 후 수술, 항암·방사선치료 등을 통해 암을 치료해도 암 환자들의 삶은 고단하다.
 

우선 경제적 문제에 봉착한다. 암 진단, 수술, 항암치료, 재활 치료에 필요한 비용부담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암 환자의 86.6%가 암 치료 후 직장에 복귀하지 못했다는 통계도 있다. 암을 치료했다는 기쁨보다 앞으로 먹고 살 일을 걱정해야 하는 것이 암 환자의 현실인 것이다.
 

암 환자들의 사회복귀가 어려운 것은 그들을 바라보는 사회적 인식이 부정적이기 때문이다. 국립암센터가 일반인 2,000명을 대상으로 암 경험자의 직장복귀에 대한 인식을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60.4%가 ‘암으로 인한 통증 때문에 작업능력이 떨어질 것’이라고 답했다.

‘암 환자와 일반인은 남은 인생의 길이가 달라 함께 일하면 마음이 불편할 것’ ‘대부분의 암 환자가 일을 하기 원하지만 그들이 할 수 있는 일은 별로 없을 것’이라는 답도 응답자의 절반이 넘는 51.7%나 됐다. 응답자의 44.7%는 ‘암 환자는 조기 퇴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답했다. 암 환자에 대한 대중이 인식이 얼마나 부정적인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암 환자에 대한 부정적 인식은 사회뿐만 아니다. 암 환자들은 가족들에게 ‘미운오리 새끼’ 취급을 받는다고 하소연한다.
 

1993년 왼쪽 유방에 0.4mm 종양이 발견돼 부분절제를 한 후 10년이 지난 2013년에 다시 왼쪽 유방에 4cm가 넘는 종양이 발견돼 왼쪽 유방을 완전 제거한 H(65)씨는 “처음 암에 걸렸을 때 남편과 자식들이 울고불고 난리가 났지만, 완치판결을 받은 후 검사를 받으러 병원에 가려하면 ‘암 완치됐다고 하는데 병원 갈 필요 있나?’라며 눈치를 줬다”며 “화장실 들어갈 때와 나올 때 다르다는 말을 암 치료를 하면서 실감했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암 환자들은 자신이 치료를 받은 병원의 ‘환우회’모임에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 같은 암을 앓고 있고, 자신보다 더 오래 생존하고 있는 선배 암 경험자들에게 건강관리 등 정보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암 종류별로 환우회가 있는 것은 아니다. 회원이 가장 많은 환우회 조직이 유방암 환우회다. 암 특성상 여성들만 모일 수 있어 활동하기가 편하다. 유방암은 재발률이 높아 환우회 소속 회원들이 암이 재발한 회원 간호 및 상담에 적극적이다.
 

모 대학병원 유방암 환우회에 가입한 K(45)씨는 “남편보다 환우회 회장님을 믿고 산다”고 말했다. 암을 치료한 사람끼리 위로하고, 암 치료를 하고 있는 이들에게 ‘당신들도 우리처럼 하면 살 수 있다’는 메시지를 줄 수 있는 것이 바로 환우회다. 하지만 여기도 사공이 많아지면 배가 ‘산’으로 갈 수 있다. 회장 자리를 놓고 회원끼리 다툼을 벌이는 곳도 있다.
 

유방암처럼 여성들만 활동하는 환우회도 바람 잘 날이 없는데, 남녀가 함께 하면 생각지 못한 일들이 발생한다. 8년 전 대학 병원에서 위암 수술을 받고 그 병원 환우회에 가입했던 S(50, 여)씨는 “환우회에서 만난 남녀가 바람이 나서 환우회 조직 자체가 엉망이 됐다”며 “가정에서 위로받지 못하다가 같은 처지에 놓인 사람끼리 만나니 그럴 수 있다”고 말했다.
 

현대의학 발전 속도를 보면 암은 완치 가능한 병이 됐다. 그러나 처음 발견된 암(원발암)을 치료할 수 있지만 원발암 치료 후 재발, 전이는 물론 다른 장기에 새로 암이 생기는 2차 암이 왜 생기는지 의학적으로 명확한 원인을 규명하지 못하고 있다. 치료에 한계가 있는 것이다.
 

암을 조기에 발견해 치료, 암 환자를 5년 이상 살리는 기술은 우리나라가 미국, 영국, 일본보다 뛰어나다. 하지만 암 치료 후 암 환자 관리는 전무하다. ‘5년 생존율’에 대한 과도한 맹신, 5년 이상 생존한 암 경험자들이 사후 관리 체계 부실로 방치되고 있는 것이다. 국내 암 정책이 5년 생존율 향상에 집중돼 있을 뿐, 그 이후에 대해서는 별다른 지원을 하지 않고 있는 것도 주원인이다.
 

암 경험자의 정부 차원의 지원이 5년 이후 뚝 끊긴다. 암 환자가 ‘중증질환자 산정특례’로 등록하면 5년 간 진료와 검사 시 본인 부담금을 5%만 부담하면 된다. 입원비 역시 본인 부담은 5%에 불과하다.
 

하지만 5년이 지나면 확 달라진다. 외래 진료와 검사 비용의 본인부담금 비율이 병원 종류별로 30~60%로 치솟고, 입원비 역시 20%로 높아진다. 물론 5년이 지나서도 완치가 안되고 치료를 계속 받아야 할 경우 5% 본인부담을 연장할 수 있지만 완치 판정이 나면 부담이 대폭 커지는 것이다.
 
예컨대 산정특례 암 환자의 컴퓨터 단층촬영(CT) 검사비는 8500원이지만 산정특례 종료 뒤에는 10만3000원으로 올라간다. 자기공명영상(MRI)은 1만9600원에서 23만5900원으로, 양전자 단층촬영(PET)은 3만8500원에서 46만3000원으로 검사비가 폭등한다. 암 치료 후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암 환자들의 검사 순응도가 떨어지는 이유다.
 

암 경험자 관리를 위해 정부도 뒤늦게 나서고는 있다. 국립 암센터와 더불어 전국 6개 지역에 ‘암 생존자 통합지지센터’를 만들어 7월부터 운영에 들어가기로 한 것도 이런 취지에서다. 통합지지센터는 ▶전남(화순 전남대병원) ▶전북(전북대병원) ▶충북(충북대병원) ▶경남(경상대병원) ▶강원(강원대병원) ▶제주(제주대병원)에 들어설 예정이다.
 

그러나 이에 대한 암 경험자들의 반응은 싸늘한 편이다. 암 경험자들은 자기가 치료받은 병원에서 관리를 받고 싶어 하기 때문이다. 그들은 “차라리 5년 이상 생존한 암 경험자에 한해 CT나 MRI 등에 대한 본인부담 비율을 낮춰주는 것이 현실적” 이라고 말한다.
 

암은 누구나 걸리고 싶지 않은 질환이다. 암을 치료한 후 사회 복귀는 물론 가정에서까지 찬밥 신세가 된 암 환자들이 너무나 많다. 정부가  “암 환자 3명 중 2명이 생존”이라고 자랑을 하지만 살아있는 2명은 “내가 왜 죽지 않고 이렇게 살아야 하나”를 걱정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암은 다른 사람 얘기가 아니다. 운 좋게 암에 걸리지 않았을 뿐이다. 암 예방수칙에 맞게 생활하는 사람을 보지 못했다. 심지어 암 예방수칙이 있는지도 모르는 사람이 태반이다. 암 경험자에 대한 인식이 변해야 그들도, 우리도 살 수 있다.

데일리메디 dailymedi@daily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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