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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화된 연명의료결정법 문제 많다”
허대석 한국의료윤리학회 회장
[ 2017년 07월 31일 06시 50분 ]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가 자신의 결정이나 가족 동의에 따라 연명치료를 거부할 수 있도록 한 ‘호스피스·완화의료 및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 결정에 관한 법률(이하 연명의료결정법)’이 오는 8월 4일부터 순차적으로 시행된다. 호스피스 부분이 우선 시행되고 국립연명의료관리기관 운영과 연명의료계획서 작성, 연명의료중단 이행 등 실질적인 부분은 내년 2월 4일 시행된다. 하지만 의료계는 정부 시행령에 개선·보완해야 할 점이 많다며 성급한 시행을 우려하고 있다. 또 지구 반대편에 있는 영국에서는 10개월 된 아기 찰리의 연명의료결정에 대해 우리와 반대되는 논란이 일고 있다. 이에 데일리메디는 한국의료윤리학회 허대석 회장(서울대병원 혈액종양내과)을 만나 연명의료결정법에 대해 들어봤다. 

"여러 국회의원 법안, 하나로 묶다보니"

먼저 허대석 회장은 "연명의료결정법이 입법 취지와 달리 이원화돼 문제가 아주 많다"고 지적했다.
 

허대석 회장은 “연명의료결정법은 보라매사건과 김할머니 사건 등을 거치면서 법에 명시하지 않았지만 이미 자율적으로 진행되고 있었다. 그런데 법이 제정되면서 혼란이 왔다”면서 “한 개의 법에 ‘말기’와 ‘임종기’가 혼재되면서 복잡해졌다”고 밝혔다.
 

허 회장은 “호스피스와 연명의료를 하나로 묶기에는 부담스러운데 지난 국회에서 하나의 법으로 제정됐다”면서 “호스피스는 넓게 적용하기 위해 '말기', 연명의료는 악용될 여지가 있다고 보고 '임종기'에 국한하면서 행정적인 절차를 복잡하게 만들었다”고 꼬집었다.
 

그는 “좋은 취지로 법이 제정되고 통과했지만 여러 국회의원이 제안한 법을 하나로 묶다보니 이런 문제점이 발생했다”고 비판했다.
 

이론적으로는 사망 2~3개월 전을 ‘말기’라고 하고 사망에 임박한 시기를 ‘임종기’라고 정의하지만 때로는 겹칠 때가 많다. 암을 제외하고는 구분하기가 쉽지 않을뿐더러 사전연명의료의향서 작성 절차와 규제들이 의료현장에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현재 연명의료결정법 제10조 제4항에 따르면 연명의료의향서 작성 시 환자에게 관련 설명을 이해했다는 서명, 기명날인, 녹취 등을 받도록 돼있다.
 

하지만 이런 행위는 현실에서 가능하지 않다. 허대석 회장은 “비윤리적이고 현실과 동떨어진 규제”라면서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에게 ‘곧 임종할 것 같으니, 인공호흡기를 원하는지? 그렇지 않은지 등의 진술을 받아 녹취한다는 것은 윤리적으로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또 “해당 법이 환자의 자기결정권을 존중하기 위함이라는 취지를 벗어나 오히려 환자에게 일종의 의무를 지우는 것이며 환자 인권과 사생활을 침해할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녹취 등 절차 폐기하고 의무기록 갈음 제도 필요" 
 

허 회장은 “녹취 등의 절차를 폐지하고 의무기록으로 갈음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현대의학으로 회생가능성이 없다는 것을 입증해야 하는데 그것을 의사가 어떻게 진단할 것인가와 2명의 의사가 서명을 해야 하는데 전공의를 제외한 전문의로만 2명이 매일 당직을 서야 가능하지만 현실에서는 힘든 일”이라고 말했다.
 

허대석 회장은 “큰 병원이야 어떻게든 맞추겠지만 중소병원의 경우 전공의도 없는데 갑자기 환자가 상태가 나빠질 경우 전문의 2명이 신속하게 판단하기 위해서는 매일 밤 당직을 하지 않으면 방법이 없다”고 했다. 
 

허 회장은 “본인의사가 확인되면 특히 문서로 확인된다면 논란이 없겠지만 본인의사 확인이 되는 경우는 1%밖에 없다”면서 “개방된 미국의 경우도 30%밖에 안된다”고 설명했다.
 

통계청이 집계한 한해 우리나라 사망자는 28만명에 이른다. 이 중 사고 등의 급성기질환과 자살 등을 제외하면 22~23만명이 만성질환을 앓다가 사망한다.
 

22만명 중 75%인 18만명이 병원에서 사망하는데 절차와 규제를 따를 수 없는 구조라는 것이다.

"보편적 가치에서 판단하면 간단하고 명확"
 

허대석 회장은 “네덜란드와 벨기에, 룩셈부르크, 미국, 독일, 호주 등은 'terminal'과 식물상태일 때 연명의료를 결정하고 영국과 대만, 일본은 'terminal'과 ‘말기’를 대상으로 적용한다. 그런데 한국은 임종기와 말기를 혼재해 혼란만 야기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허 회장은 “일본의 경우, 환자에게 있어서 무엇이 최선일까에 임해 가족과 충분히 서로 이야기해 환자에게 있어 최선의 치료 방침을 취한다고 정하고 있다. 우리도 보편적 가치에서 판단하고 적용하면 간단하고 명확할 것”이라고 지시했다.
 

처벌규정에 대한 지적도 이어졌다.

연명의료결정법 제6장 제39조부터 제43조까지는 연명의료중단 시 발생하는 문제에 대해 의료인에게 처벌을 가하겠다는 내용이 기록돼 있는데 기록을 허위로 작성하거나 정보를 유출한 사람은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내야하며 정당한 사유 없이 연명의료중단에 응하지 않은 의료인은 5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내야한다. 사안에 따라 7년 이하의 자격정지를 당할 수도 있다. 
 

이에 대해 허 회장은 “어느 나라도 의료진에 대한 처벌규정은 없다”면서 “과도한 법정서식과 처벌규정은 의료진의 질적인 환자 돌봄을 방해할 뿐 아니라 입법 취지와 반대로 의료인들의 임종기 판단을 지연시키고 연명의료가 조장되거나 지속되는 불행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허 회장은 “시행규칙이 8월 4일 발표 전까지 어떻게 봉합을 했는지 지켜봐야 한다”면서 “지금 발표된 시행령은 실질적인 내용이 없다”고 덧붙였다.

김도경기자 kimdo@daily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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