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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유일 서울대병원 '배뇨장애치료실'
비뇨기과 오승준 교수
[ 2017년 08월 14일 05시 55분 ]
한때 인터넷 상에서 ‘나는 지금 똥 만드는 기계다’라는 말이 유행처럼 번졌었다. 스스로가 아무것도 하는 일 없이 그저 먹고 싸는 일만 반복하고 있다는 것을 자조적으로 표현한 것인데 그 어감의 강렬함(?) 덕에 한동안 회자된 바 있었다.
 
“방광 비워주는 간헐적 자가도뇨법(CIC) 교육 표준화·급여화 절실”

정말로, 생물에게 있어서 ‘잘 먹고 잘 싸는’ 것만큼 근본적이고 중요한 업무도 없다. 방광이나 요도와 같은 요로기관 감염으로 인해 발생하는 요로패혈증(urosepsis)의 사망률이 최대 42%에 달하는 위험한 질병이라는 것을 생각하면 알 수 있다. 배설은 생명을 유지하는 중요한 기능임과 동시에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을 경우 치명적인 합병증을 초래, 관리가 필수적인 부분 중 하나다.
 
특히 전립선비대증이나 척수손상으로 인한 신경이상 등 각종 배뇨장애로 인해 다량의 소변이 방광 안에 머물게 될 경우 요로패혈증이 오기 쉽다. 심각해지면 신장 기능까지 상실되는 수신증을 비롯해 방광 결석이나 부고환염까지 일으킬 수 있어 배뇨장애 환자의 경우 일정 시간마다 방광을 비워주는 간헐적 자가도뇨법(CIC : Clean Intermittent Catheterization)을 꼭 시행해야 한다.
 
서울대학교 비뇨기과 오승준 교수[사진 上]는 이 CIC를 전문적으로 교육하는 배뇨장애치료실을 지난 2002년부터 개설, 전국에서 유일하게 운영하고 있다. 매년 700명 이상의 환자를 꾸준히 교육시킨 결과, 누적 교육 건수가 5700건을 돌파했다.
 
CIC 과정 자체는 단순하다. 말 그대로 환자가 직접 요도에 소변줄(폴리카테터)을 넣고 방광의 잔뇨를 빼내는 일이다. 문제는 환자의 상태에 따라 도뇨방법이 달라져야 하며, 이를 제대로 수행하지 않을 경우 요로장애 및 감염 등으로 심각한 합병증을 겪을 수 있다는 점이다.
 
오승준 교수는 “배뇨장애 관리의 가장 큰 목표는 신장을 보호하는 것”이라고 강조하며 “CIC가 필요한 신경손상환자들이 이를 제대로 수행하지 못해 만성신부전증까지 겪게 되는 경우를 해마다 목격한다”며 안타까움을 표했다.
 
반대로 말하면 CIC만 철저히 수행해도 많은 환자들의 합병증은 호전될 수 있다. 오 교수가 소개한 사례 중 하나는 파킨슨 질환을 앓고 있는 71세 남성이다. 그는 사전지식 없이 스스로의 판단으로 하루 1번만 CIC를 시행했다가 패혈증으로 응급실을 2차례나 방문했다. 고령의 나이에 사망까지 이를 수 있는 위험한 순간이었다. 그러나 3차례에 걸친 CIC 교육 후 별도의 감염이 발생하지 않았다. 단지 도뇨 횟수와 방법만 조절했을 뿐인데도 합병증을 예방하게 된 것이다.
 
오 교수는 “임의로 도뇨를 시행했다가 양쪽 신장 모두에 수신증이 발생했던 환자가 규칙적으로 실시하는 교육을 받고 수행하자 수신증이 사라지고, 반면 교육을 받았음에도 환자 판단에 따라 도뇨를 중단했다가 수신증 및 요로결석 등의 합병증을 앓게 된 경우도 있다”며 “생각보다 많은 환자들이 정확한 CIC 교육을 받지 못해 질병의 위험에 노출돼 있다”고 설명했다.

"CIC 받은 환자 사망률 훨씬 낮아"
 
실제로 CIC를 수행했을 때 요로장애·감염에 의한 사망률은 유치카테터를 사용할 때의 53.5%보다 크게 낮은 27.2%까지 줄어든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이에 보건당국은 올해부터 CIC에 필요한 카테터에 급여를 적용하기 시작했다. 문제는 환자들이 최신 의료기기를 사용하고 있으면서도 제대로 된 교육과 사후관리가 부족해 여전히 감염 위험에 시달리고 있다는 점이다.
 
오 교수는 “방광에 남아 있는 소변을 제때 배출하지 않으면 신장기능에 이상이 생기고 감염 위험이 높아진다. 도뇨만 잘해도 위험한 합병증을 막고 감염 우려로 과다하게 항생제를 복용하는 일을 줄일 수 있다. 그러나 아직도 대부분의 환자들이 왜 굳이 카테터를 통해 소변을 자주 빼내야 하는 지 필요성조차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흔히 소변줄이라고 불리는 카테터를 사용해야 한다는 것조차 거부하는 환자들을 설득하는 일은 쉽지 않다. 카테터를 사용하고 세척하는 방법부터 시작해 사람마다 방광 크기와 압력이 달라 전문가의 지시에 맞춰 수분 섭취를 조절하고 CIC 횟수를 지켜야 한다는 것까지 설명하려면 대략 40분 내외가 소모된다. 도뇨와 감염예방에 대한 해부학적 지식이 필요해 CIC 교육에는 전담 간호사가 반드시 필요하다.


<서울대병원 배뇨장애치료실>

 
"환자별 일대일 상담 필수지만 수가 등 보장 안돼 전문인력 투입 여력 없어"

그러나 도뇨 횟수와 관리 방법이 달라 환자별 일대일 상담을 해야 하는 업무에 전문인력을 투입할 수 있는 의료기관은 많지 않다. 서울대병원처럼 치료실 운영을 통해 사후관리까지 맡는 곳은 더더욱 드물다. 많은 시간이 드는 데 반해 보장되는 수가는 하나도 없기 때문이다.
 
오 교수는 “전혀 수익이 나지 않는 일에 전담인력과 시설을 갖춘 전문치료실까지 동원할 수 있었던 것은 국립대병원이기에 가능한 일”이라며 “배뇨장애를 겪고 있는 환자라면 누구나 받아야 하는 교육이지만 현실적으로 의료기관에서 선뜻 하기 어려운 사업일 수밖에 없다”며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이어 “비뇨기과 학회 차원에서도 CIC 교육에 따른 상담수가 신설을 10년 전부터 요구하고 있지만 보건당국은 묵묵부답”이라며 “치료재료만 보험화한다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환자가 도뇨의 방법을 제대로 알고 시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건강보험이 CIC 교육에 적용되면 표준화를 통해 더 많은 환자들이 올바른 도뇨의 중요성을 깨닫고 감염을 예방할 수 있게 된다.

오 교수는 “건강보험 보장을 통해 CIC 교육을 표준화하면 여력이 부족해 암암리에 주먹구구식 CIC 교육을 진행하고 있는 의료기관 상황도 개선될 것”이라며 “제대로 된 방법만 알면 치명적인 질병을 예방할 수 있다는 점이 널리 알려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한해진기자 hjhan@daily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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