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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성적 소수자 진료체계 구축코자 미국행 교수
순천향대서울병원 산부인과 이은실 교수
[ 2017년 08월 30일 05시 20분 ]

대학병원 교수가 성적 소수자들을 위한 선진 의료체계를 공부하기 위해 1년간 미국에 다녀왔다. 아직 국내에서는 의료진도 편견을 갖고 있는 분야라 연수 준비과정에서 응원보다는 우려 목소리가 많았던 것이 사실이다. 그럼에도 ‘성적 소수자들에게 의학적 안전지대가 필요하다’라는 판단 아래 직진을 결정했었다. 결과는 만족스럽다. 단단한 버팀목이 될 수 있다는 자신감을 확보한 것이 가장 큰 성과다. 


최근 데일리메디는 1년 간의 미국연수를 마치고 돌아와 8월 중순 복귀한 순천향대학교서울병원 산부인과 이은실 교수[사진]를 만나 앞으로의 로드맵 등을 들었다. 연수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제기됐던 걱정은 이미 사라진지 오래다.


이 교수는 “티를 내기 싫었지만 연수 전에는 주저주저했던 부분이 있었다. 가이드라인에 근거해 진료를 진행했지만 환자마다 상황은 달랐기에 남모를 고민이 많았다. 특히 사춘기 아이들이 찾아올 때 어려운 부분이 많았다. 이제는 많은 부분이 달라졌다”고 밝혔다.


그는 UCSF(캘리포니아 대학) 내 베니오프 소아병원(Benioff Children’s Capital)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면서 임상현장에서의 막연함을 떨쳐버릴 수 있었다. 실제 베니오프 소아병원에는 4살부터 24살까지 다양한 연령층의 환자들이 찾아온다.  


이 교수는 “성별 비순응으로 고민하는 아이들을 위한 진료체계가 잘 갖춰져 있다는 측면이 가장 큰 강점이라고 느꼈다. 어린 아이들에게 적용해야 할 심리적 치료, 사춘기 청소년들에게 호르몬 억제제 투여 시기 및 방법 등의 고민을 해결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궁금한 부분에 대해 쉽게 물어볼 수 있는 교수진들이 생겼다는 점은 값진 수확이다. 기간은 짧았지만 연구할 수 있는 창구를 마련했다는 성과가 크다”고 밝혔다.


“아이와 부모가 행복한 모습을 되찾을 수 있도록”

이 교수는 “기억에 남는 장면은 아이와 부모가 행복한 모습으로 병원을 찾아와 즐겁게 시간을 보내고 가는 것이었다. 연수 전에는 단 한번도 보지 못했던 장면이었다. 우리도 차차 이렇게 변화했으면 좋겠다"며 소박한 바람을 피력했다.


아직 국내서는 아이들의 성별 비순응에 대해 부모들이 인정하지 않으려는 경향이 있다. 양자가 충분히 시간을 갖고 같이 공유하는 정서를 만들어 가는 것이 중요한데 왜곡된 시선으로만 바라보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극단적 선택으로 이어지는 상황도 종종 발생하는데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사회적 인식변화가 중요하다.


이은실 교수는 “미국에서도 청소년기 이전 아이들에게 호르몬 제제를 바로 투여하지 않는다. 대화를 통해 해결할 수 있는 영역이 있기에 지속적 관리가 필요한 것이다. 아이들에게서 변화를 느꼈다면 병원에 찾아와 상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 체계가 구축된다면 성적 소수자들 삶의 질도 좋아질 수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아쉬움 남지만 가능성 찾은 외과 영역


“많이 배워왔냐”는 질문에 “많이 느꼈다”고 답한 이은실 교수는 1년 간의 연수기간은 짧았기 때문에 계획했던 모든 숙제를 풀지는 못했다고 아쉬움을 표했다.


가장 아쉬운 부분은 남성에서 여성으로 성전환 시 생식기 수술(Bottom Surgery)에 대한 최신지견을 배워오고자 했는데 마땅한 교육프로그램을 찾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호르몬제제 투여와 관리에 대해서는 많이 배웠지만 생식기 수술을 습득하지 못했다. 추후 지속적으로 관심을 두고 연구를 진행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생식기 수술과 달리 가슴제거 수술(Top Surgery)에 대해서는 순천향대서울병원에서 이미 다학제 개념으로 수술 및 치료가 이어질 수 있도록 조취를 취했다는 설명이다.


이 교수는 “병원에 복귀한 후, 곧바로 성형외과 심형보 교수와 논의를 했다. 가슴수술과 가슴제거 수술에 관심을 두고 있는 심 교수와의 미팅에서 실현 가능성을 찾았다. 조만간 시행이 가능하도록 고민을 이어가고 있는 단계”라고 말했다.


이순실 교수는 9월부터 지난 1년의 연수과정에서 배운 항목들을 정리해 진료매뉴얼을 구축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체계적인 가이드라인이 필요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또한 소규모 '젠더 클리닉'을 열어 마음 놓고 트랜스젠더들이 찾아와 상담이 가능할 창구도 마련할 계획이다.  


이 교수는 “파악이 어려운 수면 아래에서의 수술과 미흡한 사후관리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대학병원급에서 진행되는 안정적인 진료가 필요하다. 늘어나고 있는 트랜스젠더가 기댈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나갈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박근빈기자 ray@daily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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