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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통환자 MRI검사 급여화여부 관심
허성혁 교수(경희대학교병원 신경과)
[ 2017년 09월 03일 20시 04분 ]

두통을 호소하며 병원을 찾는 많은 환자가 MRI 검사를 문의하곤 한다. 다른 병원에서 검사받은 후 괜찮다는 말을 들었음에도 두통이 가시질 않는다며 큰 병원 진료를 다시 받겠다며 내원하는 일도 많다.
 

뇌졸중을 포함한 일부 뇌질환에 대하여 2005년 MRI의 보험 급여가 실시됐지만 두통 환자에서는 국소신경학적 증상이나 징후가 있는 경우가 아니면 비급여로만 시행이 가능하다.
 

물론 대부분의 병원에서는 검사 후 명확한 뇌병변이 발견된 경우 삭감 대상이 아니므로 다시 보험급여로 환급해주기도 한다.
 

최근 문재인 대통령의 비급여 전면 급여화 정책과 함께 MRI의 보험 급여도 확대될 것이 발표됐는데 두통 환자도 포함될 지에 대해서는 아직 언급이 없는 것 같다.
 

두통은 전체 인구의 90% 이상이 경험할 정도의 매우 흔한 질병이다. 원인도 300가지 이상인 것으로 알려졌다.
 

원인이 있는 두통을 이차성 두통, 원인이 없는 두통을 일차성 두통이라고 하는데 사실 전체 두통 환자 중에서 뇌에 명백한 질환이 있어서 발생하는 이차성 두통이 차지하는 비율은 매우 낮다.
 

일차성 두통 중에서 만성 지속성 두통의 가장 흔한 형태가 편두통, 긴장성두통, 군발두통, 삼차자율신경두통 등이다. 그중 편두통은 여성에서 서양에서는 약 20%, 국내에서는 약 10% 정도의 유병률이 보고되는 흔한 질환이며 두통의 강도도 상당히 센 편이다.
 

두통 환자에서 MRI는 필요한가?는 네, 아니오로 답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지만 90% 이상의 환자에서는 불필요하다.
 

그럼에도 한국에선 드라마나 영화에서 뇌종양이나 뇌졸중 환자가 두통을 호소하거나 뒷목을 잡고 쓰러지는 장면이 자주 등장해서인지, 낮은 진료수가 하에서 여러 가지 검사에 의존해야만 적자를 면하지 않는 우리나라 의료계의 상황 때문인지 국내 환자들이 MRI를 포함한 너무 많은 검사에 노출된 것 같은 생각이 들 때가 많다.
 

사실 뇌종양이나 뇌졸중 환자의 경우 병변이 매우 크고 진행한 경우가 아니라면 두통은 대부분 발생하지 않는
다.
 

따라서, 두통 환자에서 때때로 그러한 검사는 필요하지만, 무분별한 검사비용에 대한 부담이 병원 접근성을 떨어트려 아주 간단한 약물치료로 호전될 수 있는 질환을 키우기도 한다.
 

그렇다면, 뇌 영상검사를 받아봐야 할 증상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머리가 아프면 우선 뇌 속에 병이 있다고 생각하는데 정작 뇌 자체는 통증을 직접 느끼지 못한다. 2001년에 개봉한 ‘한니발’이라는 영화에서 주인공 안소니 홉킨스는 인질로 잡은 FBI요원의 뇌를 잘라 먹는 장면이 나온다. 뇌는 감각을 못느낀다는 말과 함께.
 

당시 의과대학을 졸업했지만 신경과 수련을 받기 전인 나로서는 영화 장면을 의학적으로 완전히 이해할 수 없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사실 그 상황은 모두 타당한 건 아니었다.
 

뇌 자체는 통증을 인지하는 신경이 없는 것이 맞다. 하지만 뇌를 싸고 있는 뇌막은 통증에 매우 예민한데 영화 장면처럼 뇌를 잘라내기 위해선 뇌막을 건드릴 수밖에 없고 그 과정에서 엄청나게 아팠을 것이다.
 

뇌 질환에 의한 두통은 대개 두통 발생 이전에 다른 신경학적 증상(운동이나 감각마비, 언어 장애, 발작, 복시나 시야 장애, 보행과 균형감 상실 등)이 나타나는 경우가 대부분이므로 이러한 신경학적 이상을 동반한 두통이 발생하면 반드시 뇌 영상 검사를 해야 한다.
 

이밖에 뇌를 싸는 뇌막이 자극될 때 통증이 생기므로 갑자기 발생한 깨질 것 같은 두통 (예: 뇌지주막하출혈), 열을 동반하는 경우 (예: 뇌수막염), 수일이나 수주에 걸쳐 점차 심해지는 경우 (예: 경막하출혈, 뇌압상승 또는 저하 등)에는 국소신경학적 증상이 없더라도 뇌영상 검사가 필요하다.
 

문재인 대통령의 발표처럼 2020년까지 MRI가 단계적으로 급여화될 경우 과연 두통은 급여대상에 포함될 것인가, 그렇지 않을 것인가?
 

만약 급여화 대상이 된다면 너도나도 무분별하게 검사를 시행해 보험재정이 파탄나는 것을 앞당길 가능성이 높다. 지금도 인구 당 MRI 기계 수 및 검사건수가 전세계에서 가장 높은 우리나라에 더 많은 MRI가 수입되고 검사가 시행될 것이다.
 

반대로 급여화가 되지 않을 경우 지금처럼 비급여로 시행할 방법은 막힐 것이다. 그렇게 되면 검사를 한 경우 대부분 삭감을 당할 것이므로 되도록 검사를 하지 않으려 할 것이고 환자들은 의사와 병원에 불만을 표출할 것이다.
 

어떤 의사들은 두통 환자를 인지장애, 뇌졸중 등 급여화되는 전혀 다른 진단명을 추가해 급여로 시행하는 경우도 있을 것이고 환자들은 개개 의사 양심과 전문가적 식견 보다는 MRI를 찍기 위해 이러한 왜곡된 진료를 일삼는 의사와 병원을 선호하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따라서 위에 언급한 몇 가지 경우 모두 바람직하지 않을 것이라면 지금처럼 비급여의 길을 놔두는 게 낫지 않을까하는 생각을 해본다.

데일리메디 dailymedi@daily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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