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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분 진료, 의사와 환자 '대화 기술'
김진수 기자
[ 2017년 09월 06일 05시 29분 ]

[수첩]고작 7분이었다. 정부가 추진하는 15분 진료, 즉 심층진료 시범사업을 앞두고 현실 가능성을 체험해보겠다는 알량한 자존심으로 진료실 문을 열었지만 겨우 15분 절반의 시간도 보내지 못하고 밖으로 나와야 했다.


진료를 받은 질병이 중증·희귀질환은 아니었지만 감기처럼 흔한 것도 아니었기에 충분히 가능할 것으로 내심 기대했다. 그러나 현실은 달랐다.


나름대로 질환과 관련해 궁금한 것들을 어느 정도 물었다고 생각했는데 10분도 채우지 못한 원인이 무엇이었을까. 도달한 결론은 환자도, 의사도 아직 15분 진료에 대한 준비가 전혀 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먼저 환자였던 기자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여느 국민처럼 3분 진료에 너무 익숙해져버린 탓에 15분이란 긴 시간동안 대체 무엇을 물어야 할지 난감했다.

의사와의 대화 도중 말문이 막히거나 '괜한 질문을 하는 것은 아닌가'하는 생각에 묻지 못한 내용도 있었다. 다른 환자들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의사는 너무나 쉽고 천천히 설명해줬다. 그러나 질환의 원인 등을 설명할 때 "영어로는 아는데 한글로 뭐라고 표현해야 하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며 겸연쩍은 웃음을 지었다.

해당 의사 역시 그동안 단 한 차례도 15분이라는 긴 시간 동안 환자와 대화하고 구체적으로 설명해 본 적이 없었기에 어쩌면 당연한 결과이자 자연스런 현상이었을지 모른다.


환자 입장에서 할 수 있는 질문은 기껏해야 질환 발생원인, 치료방법, 치유시간 등 매우 한정적이다. 의학적 지식이 부족하기에 말을 계속 이어가거나 물어보는 게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 측면에서 15분 진료에는 대화의 스킬도 필요함이 느껴졌다. 의사는 환자의 말을 들어주는 역할 뿐 아니라 대화를 적극적으로 이끌고 환자들에게 충분한 정보를 제공해주는 역할을 담당해야 한다는 것이다.


질환명 등 전문용어를 환자가 이해하기 쉽도록 풀어 설명해 주는 것은 물론 환자가 궁금해 하는 원인·치료 방법과 진행 방향·예후 등과 관련한 정보를 제공하는 게 필요하다.


의사들도 환자를 상대로 설명하는 훈련이 안 돼 있는 것은 마찬가지다. 환자들이 주로 궁금해 하는 내용, 환자에게 전달해 주면 좋은 정보, 가장 효율적인 설명법 등을 기록한 가이드라인 마련이 필요한 이유다,


의사 개개인이 이런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15분 진료를 준비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 정책을 시행할 정부나 의사단체에서 적극 나서야 한다.

이와 관련, 한 대학병원 교수는 "사실 3분과 15분의 간극은 엄청나다. 그동안 3분에 모든 것을 맞추며 익숙해진 진료 습관과 패턴을 갑자기 바꾸는 것이 의사들에게도 쉽지 않을 수 있다. 의료전달체계 등 전반적인 제도 개선과 함께 환자와 의사들도 바뀐 옷을 입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의료계에서는 의술을 펼치는 것도 힘든데 대화·설명 방법까지 익혀야 하냐는 불만이 나온다. 그러나 의사는 주체적인 의료서비스 제공자이고, 국민적 요구에 응하려면 좋든 싫든 간에 대화의 기술을 익히고 환자 및 보호자와의 스킨십을 자연스럽게 하는 것이 좋다.


아직 시범사업 시행 전이지만 3분 진료를 벗어난다는 국민들의 기대감은 높다.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친밀한 대화법을 숙지하면서 의료쇼핑을 방지한다는 의사들이 늘어나면 그만큼 환자들의 만족도는 높아질 것이고 새로운 의료전달체계 구축 시범사업의 취지와 효용성도 높아지지 않을까 싶다. 

김진수기자 kim89@daily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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