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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사 현대의료기기 사용, 편의차원 접근 절대 안돼”
권철 대한의사협회 한방대책특별委 위원장
[ 2017년 09월 11일 05시 45분 ]

"밥그릇 싸움 아니므로 의원들은 법안 철회해야"
 
의료계가 한의사 현대의료기기 사용 문제로 또 다시 들썩이고 있다. 자유한국당 김명연 의원이 최근 한의사가 진단용 방사선 장치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한 의료법 개정안을 발의했기 때문이다. 한의사 현대의료기기 사용 허용은 지난 정권 규제 기요틴과 맞물려 추진됐다. 이에 의료계는 강력하게 반대했고, 한의사 현대의료기기 사용을 논의하는 협의체는 운영이 중단된 상태다. 관련 법안이 발의된 상태에서 복지부는 원론적인 입장이다. 의료계와 한의계는 물론 시민사회단체까지 참여하는 협의체를 구성해 한의사 현대의료기기 사용에 대한 논의를 진행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의협 한방대책특별위원회 권철 위원장은 의료법 상 각각 의료행위와 한방의료행위로 구분돼 있는 만큼, 한의사 현대의료기기 사용에 대한 논의를 재개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 한의사 현대의료기기 사용을 허용하는 의료법 개정안이 발의됐다

국회의원이 어떻게 대법원이나 헌법재판소의 판례를 뒤집는 법안을 발의하는지 모르겠다. 그리고 법안 발의를 하려면 적어도 국민에게 이로운지 아닌지에 대한 전문가의 판단이 필요한데 이번 법안은 국민의 건강권은 핑계고 특정 직역을 편들기 위해 발의된 것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든다.
 

법안에 포함된 진단용 방사선 장치는 현재 의사들도 조심해서 사용하고 있는 기기다. 여기에 관리도 쉽지 않고 관리 문제도 있는데 단순히 사용하게 하는 것은 옳지 않다. 한특위에서는 당연히 법안에 대해 묵과하지 않을 방침이다. 보건복지위 전문위원실 검토에서 문제가 있다는 의견이 나오길 기대하고 있다. 또한, 법안심사소위원회에 상정되기도 쉽지 않을 것이다. 혹 법안이 법안소위에 상정되고 심사가 진행된다면 그 때는 큰 저항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 한의사가 진단장비마저 사용치 못하도록 해야 하냐는 주장들도 있다

진료라는 것은 진단과 치료를 합쳐서 부르는 말이다. 진단이 왜 중요하냐면 진단을 어떻게 내리느냐에 따라서 치료의 방향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한의사가 현대의료기기를 사용하도록 하자는 데 국민의 편의성을 이유로 든다면 의사들도 진료과를 나눌 이유가 없다. 한 명의 의사가 모든 환자를 볼 수 있는 게 편의적으로는 낫다. 그런데 내과 의사가 정형외과 환자를 보지는 않는다. 자신이 잘할 수 있는 분야가 다르기 때문인데, 한의계가 의학적 원리에 따른 현대의료기기를 사용하게 해달라는 것은 내과 의사가 정형외과 환자를 보겠다는 꼴이다.
 

의사와 한의사를 이원화시킨 이유는 분명히 양 측이 다르기 때문이다. 한의사는 기와 혈로 환자를 진료한다면, 의사들은 해부병리학적인 문제를 파악한다. 모든 치료는 원인을 진단하는 데서 시작한다. 한의사는 한의학적으로 원리를 규명할 수 있는 기기를 사용해야 한다. 교차해서 사용해도 된다면 의사면허와 한의사면허가 분리될 필요가 없지 않나.
 

의학에서는 아주 사소한 진단이라도 차이가 있으면 결과가 180도 달라질 수 있다. 경제적인 이유나 편리상의 이유로 접근해서는 안 될 문제다. 보다 엄격하고 정확할 필요가 있다. 
 

☞ 한의사 현대의료기기 사용 허용 법안에 대응하는 로드맵이 마련돼 있나

일단 국회에 접근해 부당성을 피력할 계획이다. 의협과 한특위 차원에서 문제를 제기할 것이다. 우선 법안심사소위원회에 해당 법안이 상정되지 못하게 할 것이다. 상정되더라도 통과되지 않도록 총력을 다해 막을 것이다.
 

자유한국당 김명연 의원이나 더불어민주당 인재근 의원 모두 한의사협회 총회에 가서 한의사가 현대의료기기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그러나 국회의원이라면 그렇게 이야기를 해서는 안 된다. 김 의원이나 인 의원은 한의사 현대의료기기 사용을 허용하는 법안을 발의하기 전에 의료계와 한의계 양 측의 이야기를 들었어야 했다.
 

☞ 박능후 복지부장관은 시민단체 등이 참여하는 협의체를 구성, 한의사 현대의료기기 사용을 논의한다고 했다
 

한특위는 부정적인 입장이다. 지금까지 대한민국 의료를 지켜보면 전문가 소리보다 비전문가의 목청이 컸다. 한의사의 현대의료기기 사용 문제는 밥그릇 싸움이 아니고 옳고 그름의 문제도 아니다. 협의체 만드는 것 역시 인정할 수 없다. 의사의 의료행위와 한의사의 한방의료행위가 명백히 구분돼 있는 상태에서 협의체를 구성한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
 

☞ 한의계와는 어떤 논의도 할 수 없다는 것인가

의학적인 교육과 한의학적인 교육은 다르다. 정부가 어떤 논의를 하고자 한다면 의사와 한의사면허 분리가 타당한지 타당한지 않은지 결론에 도달하고, 의료일원화를 해야 하는지 말아야 하는지에 대해 논의해야 한다. 의료계가 줄기차게 요구하는 것은 교육의 일원화다. 그런데 의학 분야 중 하나로 한의학이 들어오기 위해서는 전반적인 한의학 교육의 수준이 현재 의학 교육 수준까지 올라와야 한다.
 

교육의 일원화에는 또 다시 전제가 붙는다. 한의학 자체가 과학적인 체계로 들어와야 한다. 지금은 아무도 검증하지 않는 ‘비법’이 있지 않나. 이는 과학의 영역이 아니다. 양쪽이 타당한 과학의 위상을 갖춰야 교육의 일원화도 가능할 것이다. 그 전에 한의사가 어느 기기를 사용하고 말고에 대해 논의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
 

☞ 전임 정부와 현 정부의 한방의료정책에 대해서는 어떻게 평가하나

박근혜 정부에서는 분명 한방의 산업화를 추진했고, 이에 대한 접근법이 잘못됐다. 그런데 이번 정부 들어서 보니 정부의 문제가 아니다. 국내 한방정책은 국회의원 개인의 호불호에 따라서 움직이고 있다. 정권이 교체됐지만 여야에서 동일한 법안이 나온다면 정부보다는 국회에 더 문제가 있다고 본다.
 

☞  자동차보험에 한방물리요법 수가를 신설하려는 움직임도 있다
 

자보에서 애초부터 한방은 물리치료 개념이 없었다. 최근에 4가지 요법이 인정된 것이다. 의료계는 자보가 한의사들의 물리치료에 대해 비급여 인정을 해줬던 것부터 문제라고 본다. 한방 물리요법 역시 한의학적인 원리의 치료가 아니다. 한방원리에 의한 것이라면 허용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그런데 정부는 의학적으로 인정되지 않는 요법을 인정해주려고 하고 있다.
 

☞ 마지막으로 할 말이 있다면

정말 답답한 심정이다. 한의사 현대의료기기 사용을 추진하는 국회의원들은 해당 법안 발의를 철회해야 하고, 타당성부터 접근해야 한다. 국토부도 자보 한방물리요법 자체를 퇴출시켜야 한다.

정승원기자 origin@daily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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