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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역항암제 그리고 환자들의 절규
박근빈 기자
[ 2017년 09월 17일 20시 47분 ]

[수첩]지난 8월 21일 면역항암제가 급여 의약품에 등재된 지 4주가 흘렀다. 옵디보는 2주, 키트루다는 3주 간격으로 주사를 맞아야 하는 만큼 4주가 흘렀음은 면역항암제를 투여 받던 환자들의 데드라인을 의미한다.

이 시점에서 갈등은 더욱 극심해지고 있다. 풀리지 않는 제도의 함정에 빠진 모습이다. 급여기준과 적응증에 해당되지 않는 말기 암환자들은 처방받을 권리를 잃었다고 하소연 한다. 

몇 주 간의 취재를 통해 문제가 제도의 작은 빈틈에서 발생했음을 파악했다. 면역항암제의 급여화 결정 전까지는 임상현장에서 오프라벨(적응증 외 처방)은 불법이 아니었다.


하지만 급여화 이후 오프라벨 영역에서의 면역항암제는 관리가 필요한 ‘허가초과 의약품’으로 규정됐다.


허가초과 의약품은 식품의약품안전처의 허가사항과는 달리 안전성·유효성이 불명확해 진료기관 내 전문가들의 심의 및 심평원 승인을 통해서만 처방이 가능하다.

결국 면역항암제 오프라벨은 허가초과로 변하는 과정에서 다학제 기관 심의 등 관리가 엄격해진 규정이 생겼다. 별 문제 없이 처방돼 2~3주 간격을 주사를 맞던 급여기준 외 환자들은 생(生)과 사(死)의 영역에서 절규하고 있다.


논란이 가중되자 정부는 올해까지 오프라벨을 허용하겠다는 예외적 조치를 발동했다. 하지만 ‘원칙적 불가’가 내포된 허가초과 의약품과 오프라벨이 혼용된 상황에 직면하자 병의원들의 처방은 더 신중해졌고, 포기하는 형태로 변했다.


여기에는 암질환심의위원회 등 대학병원 교수들의 부작용 발생에 대한 신중론도 한 몫 한다. 급여화 이전에는 크게 들리지 않았던 우려의 목소리가 급여화 이후 갑자기 커졌다.  


근본적으로 보장성 강화는 건강보험 재정과 직결된다. 건강보험 혜택 희비가 갈림은 당연지사다. 하지만 여기서 말하는 환자들은 그 혜택을 바란 것도 아니다. 단지 기존에 사용하던 항암제를 계속 투여 받길 원할 뿐이다.

이제는 예전처럼 본인이 전액을 지불하고도 면역항암제를 처방받을 수도 없게 됐다. 말기 암환자들이 제도의 함정에 빠진 셈이다.


이들은 국가권익위원회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을 거쳐 최근에는 청와대 앞에서 사실상 마지막 집회를 열었다. 여전히 소규모였고, 답변을 얻지도 못했다. 


한 집회 참가자는 “정부와 소통이 어려워 청와대에 얘기를 하려고 했다. 하지만 아쉽게도 아무런 말도 듣지 못했다”고 울분을 토했다. 


이어 “이제 돈 있는 환자들은 주사를 맞으러 일본에 가겠지만 돈 없는 환자들은 죽어가거나, 수면 아래에서 현찰로 거래해 주사를 줄 수 있는 곳을 찾을 것이다. 이게 대한민국 의료현실”이라고 덧붙였다.


데드라인이 지났지만 여전히 실질적인 해결책은 보이지 않는다. 심평원은 오프라벨을 올해까지 허용하는 등 예외적 조항을 두고 많은 편의를 제공 중이라고 설명하지만 보다 적극적인 개입이 필요하다.


허가초과로 변경하는 내년이 되기 전에 오프라벨 처방이 가능한 병원 리스트를 꾸려 환자들에게 제공하는 것은 심평원의 업무 범위를 넘어선 일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예외적 조항으로 법적 문제가 없다면 당장 신음하고 있는 환자들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의료계와의 합의를 거친다면 처방권 개입이라는 문제에 대해서는 일정부분 조율이 가능하다는 분석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더 안타까운 부분은 면역항암제를 판매하는 다국적제약사와 환우들 간 일종의 청탁이 있을 것이라는 의심이 의료계 내부에 번지고 있다는 것이다. 


호사꾼들이 지어내기 딱 좋은 시나리오다. 환자들은 단지 처방을 해줄 기관을 찾고 있다. 생명을 연장하기 위한 수단으로 면역항암제를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집회 참가자는 “제약사는 이윤을 남겨야 하기 때문에 경제 논리를 따져 많은 환자가 있는 암종에 대한 임상시험은 치열하게 하면서도 난치성 희귀암에 대해서는 소극적이다. 이 문제를 극복할 수 있었다면 이렇게 힘들지 않았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사실과 다르게 왜곡된 주장이 수면 위로 올라오면 이에 합당한 대응을 할 것이다. ‘살려달라’고 외치는 환자들에게 더 큰 상처를 남기는 행위는 금지해 달라”고 당부했다.

박근빈기자 ray@daily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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