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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분 포함 심층진찰 ‘의료전달체계 개편’ 초석될까
복지부, 상급종병 수가 신설 추진···병·의원 "환자 쏠림 심화" 반발
[ 2017년 10월 10일 05시 04분 ]
보건복지부가 일명 ‘3분 진료’를 개선하기 위해 심층진찰료 카드를 꺼내들었다. 15분 심층진료를 통해 중증환자를 진료할 때 충분한 시간을 확보하고, 이에 대한 수가도 지급하겠다는 것이다. 9월 심층진찰료 시범사업 설명회가 열렸으며, 시범사업 참여 기관들은 15분 이상 진료를 하고 이에 대한 수가를 지급받게 된다.

정부는 심층진찰료 시범사업을 통해 중증환자는 상급종합병원으로, 경증환자는 의원과 중소병원으로 가는 의료전달체계 개편 가능성을 가늠해보겠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병의원들 시선은 싸늘하기만 하다. 심층진찰료가 의료전달체계 개편의 키(Key)가 되는 것에 대해 회의적인 의견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이에 정부는 조급해하지 않고 차분히 시범사업 결과를 지켜본다는 입장이다.

15분 진료는 대학병원의 자발적인 움직임에서 시작됐다. 3분 진료에 어려움을 느낀 교수들이 모여 15분 진료팀을 꾸리고 나선 것이다.

서울대병원은 금년 9월부터 호흡기내과, 신경외과, 산부인과, 소아 관련 질환 11개 진료과에서 초진환자 15분 진료에 들어 갔다. 초진환자의 경우 기존 3분진료로는 정보를 충분히 알고 진료의 방향성을 정하기 어렵기 때문에, 이들에게 15분 진료를 시행코자 한 것이다.

서울대병원이 15분 진료를 처음 시작한 것은 지난 2015년. 호흡기내과의 임재준 교수팀이 15분 진료를 시작한 데서 출발했다.

임 교수는 “비뚤어진 우리나라 진료시스템을 고쳐보겠다는 거창한 목표로 한 것이 아니다”라며 “3분에 1명씩 총알같이 환자를 진료하는 것을 지양하기 위해 시행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후 분당서울대병원과 삼성서울병원에서도 부분적으로 15분 진료를 이어갔고, 이러한 움직임이 정부의 시범사업으로까지 이어지게 된 것이다.

다만, 복지부는 시범사업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심층진찰을 받을 수 있는 진료 분야를 제한하기로 했다.  중증질환과 희귀질환자,중증질환 의심자로 일차의료기관에서 시범사업 기관으로  의뢰된 환자로 제한된다.

보건복지부 정통령 보험급여과장은 전문기자협의회와의 인터뷰에서 “심층진료에 투입되는 시간과 노력 대비 수가는 낮다는 생각”이라며 “시범사업을 통해 가능성을 타진한 후 본사업에서는 상향 조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15분진료 시범사업에 병·의원 ‘못마땅’
정부는 심층진찰료 시범사업이 의료전달체계 개편의 단초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중증질환자에 대한 15분 진료 효과가 확인되면 중증 질환자는 상급종합병원, 경증질환자는 병의원에서 진료를 받게 되는 의료전달체계 개편이 자연스럽게 이뤄질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정부의 바람과는 달리 병·의원들은 심층 진찰료 시범사업에 대해 마뜩치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복지부의 심층진찰료 카드가 의료전달체계 개편이 아닌 상급 종합병원 쏠림현상만 가속화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다.

대한의사협회의 한 관계자는 “결국 상급종합병원에 진료비가 더 부담되는 방향으로 간다는 이야기인데, 그것이 국민 편의성과 맞는지 의문”이라며 “환자의 경제적 수준 차이로 인해 혼란이 발생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15분 진료는 본인부담이 일반 외래보다 많기 때문에, 경제적인 차이로 인해 15분 진료 선택 여부가 결정될 수 있다는 것이다.

심층진찰료가 적용되는 중증질환’ 기준이 애매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의협 관계자는 “심층진찰료 도입은 국민의 편의성보다 오히려 빈익빈부익부를 야기할 수 있다”며 “여기에 국민이 경증과 중증 질환을 구분하기도 쉽지 않은 점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범사업에서는 일차의료기관에서 심층진료가 필요한 환자를 진료 의뢰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지만, 본사업에서 환자가 15분 진료를 선택할 수 있게 되면 환자 스스로 이를 구분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주장이다.

중소병원들도 심층진찰료 신설이 못마땅하기는 마찬가지다. 심층진찰료가 병원들에 빈익빈부익부를 가속화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한 중소병원 원장은 “상급종합병원에 심층진찰료를 적용하는 것은 가진 자에게 더 주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상급종합병원은 당연히 중증환자를 봐야 하는 곳이다. 차라리 중증질환자를 보는 중소병원이나 종합병원에 지원하는 게 합리적”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진료시간을 늘리는 것은 분명히 필요하지만 중증환자로 넘어가기 前 단계에서 진료를 충분히 할 수 있는 게 중요하다”며 “결국 종합병원, 중소병원이 허리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한병원협회 관계자도 “의료전달체계에서는 종합병원의 역할이 중요하지 상급종합병원에서 15분 진료를 도입하고 그에 대한 수가를 지급하는 게 의미가 있을지 모르겠다”고 전했다.

심층진찰료 도입과 관련한 당사자인 상급종합병원도 제도 시행에 대해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서울대병원 등이 실험적으로 15분 진료를 시행하고 있지만, 이를 상급종합병원으로 확대하는게 과연 가능하겠냐는 것이다.
실제로 서울대병원이 9월부터 15분 진료를 시행하지만, 사실상 빅5 병원 외에는 15분 진료 시범사업에 참여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한 상급종합병원장은 “국내 의료현실에서 15분 진료를 할 수 있는 상급종합병원이 몇이나 될지 모르겠다”며 “서울대 등 일부 병원에서 시도하고 있지만 대부분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토로했다.

의사 양심에 맡기는 15분진료
정부는 심층진찰료 시범사업에서 심층진찰 시행 여부에 대해 의사 양심에 맡기겠다는 입장이다. 기술적으로는 시간을 확인할 수 있지만 믿음으로 시간 준수에 대해서는 확인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여기에 15분 진료는 기존의 시범사업들처럼 기간도 정해져 있지 않다. 우선 정부는 시범사업 시행 자체에 의미를 두고 있는 모습이다.

정통령 과장은 “별도로 시범사업 기한을 설정하지는 않았다. 기본 1년은 예상하고 있지만 더 길어질 수도 있다”며 “시범사업 기간에는 시간 체크를 하지 않을 방침이다. 의료진의 자발적 참여로 이뤄지는 만큼 믿고 갈 생각이다. 핵심은 ‘심층진료’의 첫 제도적 시도라는 사실”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시범사업은 자율성도 높은 편이다. 참여 의사 비율, 진료의뢰 환자 수, 의사자격, 분야 등을 제외하고는 의료기관 자율에 맡긴다는 방침이다. 다만, 복지부와 시범사업기관 간 면담을 수시로 갖고 최적의 심층진료 방향을 설정한다는 계획이다.

정 과장은 “진료과목, 환자상태 등 심층진찰 제도화를 위해 풀어야 할 과제가 산적하다”며 “첫 시도인 만큼 시범사업 과정에서 하나하나 추려나갈 계획”이라고 전했다.

국내 대형병원의 고질적인 문제였던 3분 진료를 타파하기 위한 시도는 이미 시작됐다. 아직 시범사업 기간도 알 수는 없지만, 15분 진료는 분명 그 자체로 의미가 있는 일이다.

향후 주요 대학병원의 15분 진료가 진정 효과가 있을지, 아니면 병의원들 우려처럼 빈익빈부익부만 초래하게 될지 그 결과가 주목된다.

[위 내용은 데일리메디 오프라인 가을호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정승원기자 origin@daily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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