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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와의 대화
안순범 데일리메디 대표
[ 2017년 10월 16일 08시 34분 ]

최근 충격적인 소식을 접했다. 치매에 걸린 70대 노모(老母)를 살해한 뒤 시신을 암매장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50대 남성이 중형을 선고받은 내용이다.

이번 사건은 반인륜적인 극단적 사례다. 하지만 치매 부모로 인해 '동병상련(同病相憐)'의 가슴앓이를 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은 분명한 현실이다. 요양병원, 요양원 등에 부모를 떠넘기고 방치하는 신(新)고려장이 대표적이다. 독거노인 증가 및 고독사(孤獨死)가 심심찮게 발생하는 것도 연유를 자세히 파악해 보면 치매로 인한 비율이 압도적이다.

지난 9월21일은 ‘치매 극복의 날’ 이었다. 정부는 이날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이 참석한 가운데 강남 코엑스에서 ‘치매 국가책임제 보고대회’를 성대하게 열었다.

박능후 장관은 “문재인 정부가 중점 추진코자 하는 치매 극복대책을 차질없이 이행해서 국민이 치매로부터 자유로운 ‘치매안심사회’를 만들겠다”고 천명했다. 그는 전국에 252개 치매안심센터를 건립하고 환자별 1:1 사례관리, 치매안심요양병원 확충, 전반적인 치매의료비 경감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치매 국가책임제’ 계획도 공개했다.

우리나라는 금년 8월말 고령화사회에서 고령사회로 진입했다. 미국, 유럽 등 선진국들보다 짧은 기간에 고령인구가 급증한 탓으로 진입 시기가 예상보다 훨씬 앞당겨졌다. 현재 국내 치매환자는 73만명으로 추산된다. 2024년 100만명, 20 40년에는 200만명이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치매는 환자 본인 뿐 아니라 가족도 정신적, 육체적, 경제적으로 감당하기 힘든 질환이다. 경증일 때는 어느 정도 본인 및 가족들의 관리가 가능하다. 그러나 중증 단계에 들어서면 사정이 급변한다.

환자의 대소변 기능 상실은 흔하다. 길을 잃거나 교통사고를 당하는가 하면 자해를 비롯한 자살, 방화 등도 예외가 아니다. 이로 인해 가족들은 막대한 비용을 부담해야 하고 항상 환자를 돌봐야 하는 스트레스로 인해 우울증에 빠지기도 한다. 가정이 풍비박산 나는 경우도 심심찮게 들린다.

환자가 100만명을 넘어설 때 그 가족들뿐만 아니라 국가가 짊어져야 하는 부담이 엄청나다. 이런 측면에서 치매는 고령 사회의 어두운 그늘이고 치매 환자의 급속한 증가는 국가적 차원에서도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이다.

개인적으로 치매를 떠올리면 씁쓸하고 먹먹할 때가 많다. 부친께서 신체적으로는 건강한데 기억력이 급속히 떨어졌기 때문이다. 몇 년 전부터는 증상이 많이 악화, 친척들은 물론 자주 못 보는 외손자들 이름과 얼굴을 못 알아 보는 상황이 발생했다. “치매가 남의 일이 아니구나”를 절감하고 있는 상황이다.

현재 부친은 치매 직전 단계인 ‘의인성 치매’다. 몸은 연세에 비해 건강하기 때문에 지금 상태에서만 더 나빠지지 않으면 몇 년은 크게 문제되지 않을 수 있다.

위급하지는 않았지만 부친으로 인해 소소한 사건을 경험한 터라 가급적 아들의 목소리를 정확히 기억하는 현 상황을 지속시키기 위해 2~3일에 한번 전화를 드릴려고 한다. 하지만 아버지와 대화를 하면서 요즘 들어 답답함에 울컥해지곤 한다.

대화가 3~4마디 이상 진전이 안되기 때문이다. 평일이건, 휴일이건, 낮이건, 밤이건 부친의 첫 마디는 항상 “지금 어디여”로 시작된다. 매번 동일한 대화의 마지막은 늘 “하는 일 잘 하고 건강하라”고 맺으신다. “오늘이 무슨 요일 이예요”라는 물음에 “글쎄, 잘 모르겠는데”라는 답변도 단골 멘트다.

부친 연령 때 분들이 다들 비슷하겠지만 아버지도 매우 완고하시다. 자식들 말은 마지못해 수긍하지만 모친의 조언에는 귀를 막는 경우가 다반사다. 어머니가 우울증이나 홧병을 하소연하는 경우가 잦은 이유도 이와 무관치 않다.

아주 가끔 핸드폰 너머 어머니의 울먹임을 듣는 날에는 옆에서 모시지 못하는 자식으로서의 죄스런 마음이 씁쓸해진다. 그럴 때면 혼자 “아버지 때문에 모친이 계속 힘드시면 내가 불효자가 될 수도 있겠구나” 라는 생각을 하곤 한다.

고령사회에 들어선 대한민국. 지하철을 타면 60세 이상 고령자가 부쩍 많아진 풍경이 일상화 된지도 이미 오래 전이다. 이런 시점에서 정부가 막대한 자금을 투입, 치매환자를 발굴 치료하고 관리하는 ‘국가책임제’를 도입한 것은 시의적절하고 올바른 선택이다. 덧붙여 가급적이면 조기 발견과 조기 치료 방안을 효율성 있게 추진하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병원에서는 검사 결과 정상으로 나와 치매 발병을 잘 받아들이지 않는 환자들을 조기 발견해서 이들이 급격히 나빠지지 않은 채 정상 생활을 하고 더불어 가족들이 겪는 우울감과 정서적, 신체적 불행도 줄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데일리메디 dailymedi@daily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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