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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대신 의료인 교육시키는 외국 의료기기社
한해진 기자
[ 2017년 12월 04일 15시 03분 ]
“정부가 해야 할 일을 기업이 대신하고 있다.”
 
최근 우리나라에 잇따라 글로벌 의료기기회사들의 트레이닝 센터가 건립되고 있다. 인천 송도에 위치한 올림푸스의 K-TEC, 충북 오송의 메드트로닉 이노베이션센터(MIC), 서울 디지털미디어센터(DMC)에 자리잡은 인튜이티브서지컬의 수술혁신센터가 대표적이다.
 
센터는 수술 시연과 핸즈온 코스, 세미나 등 전공의 교육 및 학술대회에 필요한 장소와 설비를 제공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MIC 개소식에 참석했던 대한흉부심장혈관외과학회 심성보 이사장은 이를 두고 “정부가 해야 할 일을 기업이 대신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국내 의학교육을 위한 인프라를 구축하고 수련 환경의 질을 높이는 일을 외국계 기업에서 시작하고 있는 현실에 대한 지적이었다.
 
트레이닝 센터를 운영하고 있는 기업들은 ‘국내 시장에 대한 재투자’, ‘의료 교육의 질을 높여 국민 건강 증진에 기여’한다는 대의적 목적을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이 얻는 이익이 아주 없지만은 않을 것이다. 브랜드 이미지 제고는 물론 해당 기업 의료기기에 익숙해진 의사들이 주는 홍보 효과와 그들의 손을 거친 제품들로부터 발전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다. 궁극적으로는 고객이 될 가능성도 높다.
 
그러나 이를 차치하고서라도 의료 교육만을 위한 시설이 별도로 마련됐다는 것은 매우 고무적인 일이다.

내시경 연관 학회들은 검사 및 시술 핸즈온 교육에 늘 애를 먹었다. 몰려드는 인원을 수용할 마땅한 공간이 없어서다. 병원을 전전하며 초음파 교육을 했던 때를 생각하면 각종 시뮬레이션과 원격 수업까지 가능한 트레이닝 센터가 반가울 수밖에 없다. 술기 교육이 절실한 외과학회도 MOU를 통해 적극적인 활용에 나서고 있다.
 
미국과 영국, 일본 등 수련교육 비용을 지원하는 국가는 많다. 국내 의료계도 정부의 전공의 수련교육 지원에 대해 꾸준히 요구해 왔다. 의료서비스에 공공성과 사회적 책임을 주입하기 위해서는 교육 단계에서부터 보건당국과 병원의 활발한 소통이 요구된다.

외국 기업이 먼저 나서서 국내 의학교육 환경의 중요성을 설파하는 현실은 의료비 영역은 확실히 통제하고 있으면서 의료서비스가 탄생하는 교육 과정에 대해서는 미온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는 우리나라 정부의 이중적인 태도와 대비된다.
 
물론 정부가 의학교육 지원에 본격적으로 나선다면 병원 또한 감수해야 하는 부분이 존재한다. 정부가 비용을 지원하기 시작하면 의료기관들은 현실적으로 개선이 쉽지 않았던 도제식 교육과정에 대한 수정을 요구받게 될 것이다.

수련환경 개선은 다시 말하면 오랫동안 고착화돼 온 병원 시스템의 관습을 뜯어고쳐야 한다는 의미다. 대학병원을 비롯한 각 의료기관이 이 같은 규제를 받아들일 준비가 돼 있을지 의문이다.
 
정부는 "문재인 케어의 지향점은 국민"이라고 공언한다. 건강보험 체제를 통해 의료기관의 수익 구조를 정부의 감시 아래 두고 국민이 합리적인 가격으로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한다는 것이다.

좋은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좋은 의사가 육성, 배출돼야 한다. 정부는 왜 좋은 의사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는 살펴보지 않은 채 골인 지점만 바라보고 있는 것일까? 이제는 등을 돌려 출발선에 대해서도 진지하게 관찰할 때가 아닌가 싶다.
한해진기자 hjhan@daily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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