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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의원과 대학병원이 경쟁하는 구조 깨야 한다"
김윤 서울의대 교수
[ 2018년 01월 02일 06시 00분 ]

 

"의료전달체계 개편, 의료기관에 선택지 주는 것”

의료전달체계 개편이 무술년(戊戌年) 의료계 최대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해 대통령 선거 당시 의료전달체계 개편을 공약했다. ‘나라를 나라답게’라는 선거 슬로건처럼 ‘의원을 의원답게’, ‘병원을 병원답게’ 만들겠다는 것이다. 사실 의료전달체계 개편은 이전부터 추진돼 왔다. 2016년 1월 의료전달체계 개선 협의체가 권고문을 만드는 작업을 시작한 것이다. 권고문은 당초 2017년에 발표될 예정이었다. 그러나 의료계 반대가 거세지면서 해를 넘기게 됐다. 의료계는 의료전달체계 개편의 필요성에는 공감하지만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의료전달체계 개선 협의체에 참여 중인 서울의대 김윤 교수는 의료전달체계 개편을 미룬다면 공멸을 피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의원과 병원, 종합병원과 상급종합병원이 상생하기 위해서는 의료전달체계 개편을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는 것이다. 그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Q. 의료전달체계 개선 협의체 권고문이 의료계의 뜨거운 이슈다. 가장 핵심적인 내용이 무엇인가

권고문의 핵심은 의료법상 종별 기능이 아닌 진료기능을 중심으로 유형을 구분하고, 유형에 맞는 진료를 할 때는 수가를 올려주고 유형에 부합하지 않는 진료를 하면 진료비를 낮춘다는 것이다.


Q. 의료기관 기능 분화가 의료계에서 가장 반발하는 부분인 것 같다. 특히 대한의사협회 보험위원회와 각과 보험이사 연석회의에서는 의원급 의료기관에서 중증질환을 볼 경우 디스어드벤티지를 줄 수 있다는 부분이 문제가 됐다
 

현재는 그런 내용까지 권고문에 들어가 있지는 않다.  권고문 초안이 완성된 뒤 합의가 되면  다음 단계에서 논의돼야 할 사안이다. 의원급 의료기관에서 중증질환을 볼 때 불이익을 주는 것은 우선순위가 높은 일은 아니다. 의료전달체계 개편의 목적은 경증환자가 대형병원에 쏠리는 걸 막는 일이다. 1~2차 의료기관에서 중증질환을 볼 경우 불이익을 주는 것은 기계적으로는 균형에 맞을 수는 있지만 우선순위는 높지 않다. 권고문에 명시해야 할 문제도 아니며, 의료계에서 당장 걱정할 필요는 없다.


Q. 기능 중심 진료비 차등제에서는 분류와 정의가 중요할 것 같다

합의를 해 나가야 할 부분이다. 의료전달체계 개편이 필요한 이유는 동네에 있는 의원과 수도권 대형병원이 무한 경쟁을 하기 때문이다. 이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의원은 과잉투자를 하고 상급종합병원과 대형병원은 의사를 늘리고 있다. 이 상태가 지속되면 모두 공멸한다. 때문에 유형을 구분해 칸막이를 치고 칸막이 안에서 기능에 적합한 환자를 진료하는 시스템을 만들자는 것이다. 기능을 나누고 어떤 질환을 봐야 할지에 대해 논란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에 합의하지 못하면 무한경쟁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무한경쟁에서 벗어나야 공급과잉에서 벗어나고, 그래야 적정진료가 가능해진다.


Q. 의료전달체계 개선 협의체 권고문에 수가 조정과 관련해서 내과와 외과, 의원-병원-종합병원-상급종병의 특성을 고려한 점진적 조정과정을 거칠 수 있어야 한다고 돼 있는데

의료계가 합의를 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경증과 중증질환을 누가 구분하겠나. 개원가, 상급종합병원의 교수들, 학회, 중소병원이 모여서 결정해야 한다. 권고문에 보면 의료전달체계 개선과 관련해 상시적인 추진체계를 만들고 구체적인 안을 만들도록 돼 있다. 이를 위해서는 각 분야별로 위원회를 만들어야 한다.


Q. 외과의원의 경우 만성질환 관리만으로는 충분치 않다고 한다. 처치료 인상이 있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어떻게 생각하는지

처치료 역시 조정이 가능하다. 만성질환을 포함한 흔한 질환을 포괄적으로 보는 것이 일차진료기관이다. 여기에 해당 분야에 대한 전문성을 바탕으로 하는 전문의원이 있다. 가령 안과는 스페셜리스트가 서비스를 한다. 내과에서 안저검사가 필요하면 안과에 의뢰를 하게 된다. 개원의 중에서 만성질환 관리를 하는 이들은 전문과목과 관계없이 자기가 해왔던 일을 하는 것이고, 외과계 전문의원에서는 간단한 처치를 하게 되는 것이다. 의견 수준이기는 하지만 내외과의 불균형이 없도록 하기 위해서는 처치료가 인상돼야 한다. 그러면 외과계열이 도리어 유리할 것이다.


Q. 입원병상의 단계적인 축소에 대해서는 입원진료를 하는 의원과 중소병원이 반발할 것 같다

일차의료기관은 기본적으로 병상이 없는 기관이다. 의원이 입원병상을 가지면 이차의료기관으로 분류했다. 사실 29병상짜리 의원과 31병상 병원은 차이가 없다. 그렇기 때문에 이차의료기관으로 묶었다. 통상적으로 이차의료기관은 병원과 종합병원이었다. 그런데 개편안에서는 이차의료기관의 범위가 넓어졌다. 입원병상을 가진 의원이 포함됐다. 대신 일차의료기관은 외래만 하고 입원은 하지 않는다. 일차와 이차의 경계를 명확히 한 것이다. 외과계에서 수술을 하는 의원을 일차의료기관으로 분류하면 환자안전과 수술장 안전에 대한 기준이 병원과 달라진다. 그렇게 되면 환자의 안전을 보장할 수 없게 된다. 의원이라고 해도 수술과 입원에 있어 병원과 같은 기준을 갖추면 기능 중심의 분류니까 같은 카테고리로 분류되는 것이다.


Q. 중소병원들이 전문병원이나 거점병원으로 활로를 찾지 못한다면 생존이 어려워질 듯하다


현재 의료계는 공급과잉 상태다. 공급과잉을 해소해야 한다. 그러려면 어차피 병상을 줄여 나가야 한다 그 과정애서 도태되는 병원이 없을 수는 없다. 의료전달체계 개편을 하지 않더라도 도태될 것이다. 이 상황에서 의료전달체계 개편을 하게 되면 각자의 병원들에 선택지가 생긴다. 현재 100병상 짜리 정형외과병원, 산부인과병원, 대장항문 병원은 그대로 둔다면 대학병원과, 종합병원과 경쟁해야 한다. 이런 병원들이 전문병원으로 발전할 수 있는 경로를 열어두겠다는 것이다. 오히려 도태 가능성은 낮아질 것이다. 현행 의료전달체계는 굉장히 자유로운 무질서 상태다. 여기에 기준을 만들어 동질적인 기능과 규모를 갖는 기관들을 육성하자는 것이다. 그럼 경계가 생길 것이고 의료기관도 선택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외과 의원 중에서 수술을 하고 입원을 하는 곳은 인증을 받야 할 수도 있다. 국민이 원하는 것은 양질의 서비스를 받는 것이지 진료비를 적게 내는 것이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외과 의원도 평가를 통해 질을 올리고 그에 상응하는 보상을 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그래서 제안한 것이 전문병원을 위한 의료질평가지원금이다. 대신 인증평가도 하자는 것이다. 지금도 지원이 되고는 있지만 전문병원에서 선택진료 폐지분에 대한 보상의 성격이다. 여기에 규모를 더 키워 보상을 하자는 것이다.


Q. 상급종합병원에서 경증질환을 볼 때 병원에 불이익을 준다면, 환자 선택으로 병원이 불이익을 보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고 보는데 


환자가 처음 왔을 때는 환자의 선택이 맞다. 상급종합병원에서 경증을 볼 때 불이익을 주지 않는 예외는 초진과 진단명이 확정되기 전이다. 진단명이 확정된 뒤에는 병원이 환자를 설득해 돌려보낼 기회가 있다. 그렇지 않는 것에 대해 병원 측의 책임이 없다고 볼 수는 없다. 진료 의뢰 및 회송 비용도 있기 때문이다. 병원의 책임이 아니라고 한다면 상급종합병원 사이 경증 환자의 차이가 없어야 하는데 그렇지 않은 게 현실이다. 개편안에서는 환자와 병원이 불합리한 이용에 대해 책임을 분담하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Q. 당초 권고안은 2017년 내 확정될 예정이었지만, 2018년으로 늦춰졌다. 너무 급격한 추진이 아니냐는 문제 제기도 있다


의료전달체계 개선 권고안 마련 작업이 급격한 추진이라고 하는 것은 의료계 내 소통 구조에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의료전달체계개선 협의체가 운영된 지 2년째다. 지금 이야기하는 내용의 초안이 이미 오래 전부터 나와 있었다. 지금 권고안과 비슷한 내용이 지난해 2~3월부터 만들어져 있었다. 이를 바탕으로 의협과 병협에서 참여하고 의견을 모았다. 그런데 알고 보니 이러한 내용이 잘 공유가 안 됐고, 권고안 마련 작업 막판에 현안이 된 것이다. 오래 전부터 해오던 작업이 의료계 내에서 공유가 잘 안 된 면이 있다.


Q. 의료계 단체들과의 간담회 이후 수정안에서 초안과 가장 달라진 점은 무엇인가

이전에도 기능중심 분류가 있었다. 가장 큰 차이는 수술하고 입원병상을 갖는 의원을 이차의료기관으로 못 박은 일이다. 이에 외과계열에서는 외과 의원이 일차의료에 해당하는 외래도 보고, 입원환자도 보며 양 측에서 모두 인센티브를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현재 통계상 외과는 전체 6분의 1 정도가 수술을 하는 의원이다. 이 경우 수술을 하는 의원이 외래도 본다면 나머지 6분의 5와 경쟁을 해야 한다. 그보다는 기능을 나누는 것이 의뢰관계도 생긴다. 수술이나 입원을 하지 않고도 진료하는 곳도 생겨야 한다. 그게 국가적으로나 환자에게나 좋다.


병협은 혹시 수술하는 외과 의원이 병원인지 일차의료기관인지 명백하게 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의원이 지금처럼 외래도 보고 수술도 한다면 곤란하다는 게 병원계의 입장이다.


Q. 의료전달체계 개선 협의체 권고문 마련과 관련해 향후 일정이 어떻게 되나

의협에 수정안을 전달했고 신년 1월 첫 주에 피드백을 받는다. 1월 4일 협의체 소위원회가 있고, 여기에서 피드백을 받는다.  2018년 1월 15일이 의료전달체계 개선 협의체 2주년인데, 그 안에 초안 완성을 마무리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Q. 끝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의료전달체계 개편은 상생의 길을 찾는 것이다. 상생을 위해 타협하는 것이다. 그리고 타협을 위해서는 하나는 받고 하나는 내주는 협상이 필요하다. 지금 내과계와 외과계는 물론 병원도 내주지 않고 받기만 하겠다는 입장을 취하는 경우가 꽤 있다. 그렇게 되면 판이 깨지고 협의가 안 된다. 판이 깨지면 '로즈 로즈(Lose-Lose)' 게임이 되고 공멸이다. 어려운 것은 사실이지만 협상의 묘를 발휘해 하나를 받으면 하나를 내줄 수 있는 자세가 필요하다.

정승원기자 origin@daily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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