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甲[교수] 횡포 乙[전공의] 희생 끊을 방책은···
"지도전문의 자격 박탈" 제기··복지부 "물의 일으킨 병원 패널티 검토"
[ 2018년 01월 02일 12시 24분 ]

 

곪고 곪아 터진 상처라지만 갑과 을의 역학관계는 상상을 초월한 수준이었다. 부산대병원 사건이 세상 밖으로 나오자 의료계의 갑을 관계가 명확한 ‘일대일 도제식’ 교육 방식을 악용한 전형적 사례들이 쏟아져 나왔다.

전공의 폭력 사건이 올해 유난히 부각된 것은 아니다. 십 수 년 전에도 전공의 폭력은 암암리에 있어 왔다. 지난 2001년에는 모 대학병원 전공의가 폭력을 견디지 못하고 자살해 큰 파문을 일으킨 바 있다.

의료진 간 폭력 사태도 주요 언론 사회면에 종종 실렸다. 대전 지역 한 대학병원 교수는 승진에 협조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제자이자 같은 진료과 교수를 폭행했다.

이처럼 여전히 뿌리 뽑히지 못하고 있는 의료계 내부의 폭력은 부끄러운 자화상이고 의사의 정체성마저 흔들 수 있다는 지적의 목소리가 높다.
 

실제 수술 어시스트, 회진과 같은 본인 업무를 넘어 지도교수 논문작업 및 잡무, 심지어 운전기사 노릇까지 떠맡고 있는 경우도 있다. 수 십 년 이어져온 관행이다.

전공의들이 을(乙) 살이를 할 수 밖에 없는 이유는 대학병원의 교수자리, 개원의로서의 성공 열쇠는 의사로서 실력이지만, 그 자리까지 가기 위한 발판을 닦는 데 지도교수 입김이 무시할 수 없는 영향력을 행사하기 때문이다.

지도전문의 역할이 변질됐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실제 서울 소재 한 대학병원 전공의는 “설령 부당하다고 해도 내 자리를 마련해 줄 수 있지 않을까라는 막연한 기대감이 있다”며 “하다못해 봉직의를 가도 지도교수가 누구인지에 따라 이 바닥에서 대우가 천차만별”이라고 전했다.

이러한 관행에 사회의 시선은 따가울 수밖에 없다. 의사는 비교적 명확하고 논리적이며 사람의 생명을 다루는 숭고한 직업으로만 아는 일반의 상식을 뒤엎는 것 같아 더욱 그러하다.

동료에 폭력 휘두르는 의사···교육 일환?
전문가들은 이른바 ‘권력형 엘리트’ 출신들이 제자나 피고용인과의 ‘갑을 관계’를 악용한 ‘권력형 폭력’를 저지르는 데 주목한다.

형식적인 평가를 바꿔 수련과 교육에 대해서는 철저한 질 평가로 전환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보건의료노조 나영명 기획실장은 최근 국회 토론회에서 “동료에 폭력을 휘두르면서도 이를 정당화하기 위해 교육의 일환이라고 어처구니없는 주장을 하는 이들이 있다”며 비판했다.

나영명 기획실장은 “결국 그릇된 논리로 일관하는 문화가 오래 전부터 자리 잡았기 때문”이라며 “또한 지나치게 의료기관 중심으로 모든 것이 쏠리면서 치열한 경쟁과 성과위주의 경영 방식이 부작용을 초래했다”고 해석했다.

사실 의학계가 지금까지 교육을 통해 성장 동력을 키워온 것은 큰 공적이다. 그러나 이제는 한계에 부딪히고 있는 만큼 해결책 마련을 미룰 수 없다.

나영명 기획실장은 “학생들이 도제식 교육을 전부로 받아들일 것이 아니라 지도전문의의 유연한 선택이 가능하도록 바꿔주고 시대 변화에 따른 인식 변화도 빨리 이뤄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복지부의 대책인 과태료 100만원, 전공의 정원 조정 등으로는 대책이 될 수 없다는 의미다.
예컨대, 전공의 정원 조정은 이미 폭행 등을 당한 피해 전공의들이 년차가 올라가더라도 후배 전공의가 들어오지 않게 되면 고스란히 실무적 하중을 받게 되고 그렇지 않아도 2-3일간 못 자면서 근무하고 있는 환경이 더욱 가혹해 질 수 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정춘숙 의원은 “시행령 개정 등 법적 재정비를 통해서라도 정도가 심한 경우 강력한 제재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 의원은 “이번 사태에서 확인된 폭행은 형법상 심각한 폭행 죄에 해당한다”며 “가해자에 대한 형사처벌은 반드시 이뤄 져야 한다”며 “이는 의사 면허 정지 또는 취소 사유”라고 분명히 했다.

“이번에 해결 못하면 의료계 미래는 없다”
다행인 것은 전공의를 향한 폭력의 고리를 끊겠다는 정부와 의료계의 대책이 원론적 논의에서 벗어나 구체적인 모습을 갖춰가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12월 18일 국회에서 열린 '전공의 폭행 근절 및 재발 방지 대책 마련 토론회'에서는 보건복지부, 교육부 등 정부 관계자와 대한의사협회, 대한전공의협의회 등 의료계 단체가 머리를 맞댔다.

교육부와 보건복지부는 물의를 일으킨 병원에 불이익을 주는 방안을 적극 검토 중이라고 발표했다.
보건복지부 의료자원정책과 권근용 사무관은 “우리나라 의료계의 미래는 없다는 심정으로 이번 전공의 폭행 문제를 해결하고자 한다”며 “이번 기회에 제대로 뿌리 뽑지 못하면 특단의 대책을 강구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우선, 복지부는 전공의 폭행 및 성추행에 대한 처벌 기준을 대폭 강화할 방침이다. 구체적으로 전공의 폭행의 책임이 우선 병원에 있다고 보고 지원 예산 삭감과 과태료 부과, 수련기관 지정 취소 등 다양한 제재 방안을 고려하기로 했다.

여기에 복지부는 전공의 폭행 예방 및 대응을 위해 병원에 법적 책임을 부과하는 방안을 고려 중이다.
법적 제재수단이 미비한 점은 전공의법 개정 작업을 통해 보완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현행에 따르면 ‘수련병원 등의 장은 전공의의 안전 및 보건을 위한 대책을 마련하고 이를 성실히 이행하여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하지만 이 조항에는 수련병원이 전공의의 안전을 위해 어떻게 해야 하는지, 하지 않았을 경우 어떤 처벌이 있는지 밝히고 있지 않다.

수련병원의 의무와 함께 제재 근거를 마련해 사법적 책임을 물을 수 있는 법률 개정이 필요한 이유다.
이와 함께 복지부는 수련병원의 과 자체 전공의 정원을 없애는 방안에 대해서도 검토 중이다.

교육부도 문제 해결에 나서기로 했다. 전공의 폭행이나 성추행 등의 사건을 향후 국립대병원 경영평가에 반영하고, 적절한 징계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실태조사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매년 약 500억원 내외의 규모로 편성되는 국립대병원 예산 지원과도 연계해 제재를 강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병원 폐쇄성·이동수련 어려움 등 난제
2015년 전공의의 수련환경 개선 및 지위 향상을 위한 법률이 제정됐으나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가 진행한 2017년 전공의 수련 및 근무환경 실태조사를 보면 언어폭력(71.2%), 신체폭력(20.3%), 성희롱(28.7%), 성추행(10.2%)로 여전히 폭언 및 폭행이 끊이지 않고 있었다.

현재 전국 246개 병원에서 1만6000여명의 전공의가 근무하고 있다. 근로자이자 피교육자인 이중적 지위에 따라 일선 병원에서 끊임없이 전공의 폭행, 저임금, 과도한 노동시간 등의 문제가 발생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대한전공의협의회 안치현 회장은 “병원의 폐쇄성과 신고 프로토콜 부재, 이동수련의 어려움, 경미한 처벌 등으로 인해 이 같은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고 개선을 촉구했다.

각 수련병원에 피해자 보호를 위한 절차가 없기에 프로토콜을 통해 신체 및 정신적 피해 보상, 병원 내 징계, 책임부서 설정 등이 명시돼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동수련에 대한 아쉬움의 목소리도 계속해서 제기되고 있다. 현재는 ‘전문의의 수련 및 자격 인정 등에 관한 규정’에서 권한을 병원에 부여하고 있기 때문에 피해자를 보호하고 재발을 방지할 수 있는 장치가 부족한 상태다.

안치현 회장은 “병원장의 요청 절차 없이 전공의 당사자 요청 또는 복지부장관 지시를 통해 이동수련이 가능하도록 개선돼야 한다"며 "폭행사건이 발생한 병원의 전문과목에 대해 10년 간 전공의 수 산정에서 배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가해자에 대한 강력한 처벌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점과 함께 지도전문의 자격에 제한을 두고 책임지도전문의를 둬 관리를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대한의사협회 폭력피해신고센터 조경환 이사는 “지도전문의는 논문이나 진료, 심지어 수술에서도 전공의들을 쓰며 제왕적 위치에 있다”며 지도전문의 제도에 대해 맹점을 짚었다.

조 이사는 “지도전문의를 박탈하고 수술, 연구 등에 참여할 수 없도록 해야 한다. 가해자가 교수일 경우 가장 치명타는 지도전문의를 박탈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그는 “전공의 폭력 예방책에 대해서는 잠재적 가해자 리스트를 설문조사를 통해 마련하고 이들에 대한 교육을 진행, 의협도 각고의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강조했다.

[위 내용은 데일리메디 오프라인 송년호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정숙경기자 jsk6931@daily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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