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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 의사 도입 대학병원 ‘빅6’ 될까
길·부산대·조선대 등 ‘AI헬스케어 컨소시엄’ 발족, “암(癌) 낭인 줄이겠다”
[ 2018년 01월 08일 05시 15분 ]

2017년 11월, 식품의약품안전처가 국내 처음으로 인공지능(AI) 기반 기술 의료기기에 대한 임상시험을 허가했다.

이들은 모두 영상을 통해 뼈 연령과 뇌질환 등 질병을 진단하는 데 도움을 주는 진단 보조 소프트웨어로서 질병을 진단·치료·예방하는 의료용 소프트웨어의 경우 의료기기로 분류하겠다는 식약처의 ‘빅데이터 및 인공지능(AI) 기술이 적용된 의료기기 허가·심사 가이드라인’에 따른 판단이다.

그러나 국내 대학병원에서 실제로 사용되고 있는 IBM의 왓슨 포 온콜로지(Watson for Oncology, 이하 왓슨)는 의료기기로 분류될 수 없다는 결론이 나왔다. 직접 질병을 진단하거나 예측하는 것이 아닌 기존 빅데이터를 토대로 한 분석 결과만 보여주기 때문이다.

 

가천대학교 길병원은 왓슨을 암 진료에 활용한 최초의 의료 기관으로 1년이 지난 지금도 인공지능(AI) 및 빅데이터 의료 산업 분야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과감한 시도에 고무된 다른 병원들도 하나, 둘 왓슨을 도입해 나가고 있다. 현재 부산대병원, 대구 가톨릭대병원, 대구 계명대 동산병원, 대전 건양대병원, 광주 조선대병원 등 총 6개의 의료기관에서 왓슨을 암 진단에 적용하는 중이다. 내년에는 10개 이상으로 늘어나게 될 것이라는 게 의료계의 전망이다.

길병원은 최근 왓슨 도입 1주년을 맞아 그간의 성과를 정리해 발표하기도 했다.

의료진과 왓슨, 대장암 의견 일치율 55.9%
길병원 암센터에 따르면 대장암(결장암) 환자 118명을 대상으로 했을 때 의료진과 왓슨의 의견 일치율은 55.9%로 과거 이뤄진 후향적 연구 48.9%에 비해 7% 높아졌다.

이는 ‘강력 추천’항목으로 분류되는 치료 방법에 한해서고, 의견 일치 분야를 ‘추천’으로 확대시키면 의료진과 왓슨의 의견일치율은 78.8%로 높아진다.

길병원 외과 백정흠 교수는 “왓슨은 환자 데이터를 입력하면 과거 임상 사례를 비롯해 선진 의료기관의 자체 제작 문헌과 290종의 의학저널, 200종의 교과서, 1200만 쪽에 달하는 전문자료를 바탕으로 ‘강력 추천’, ‘추천’, ‘비추천’으로 나눠서 해당하는 치료 방법을 제시한다”고 설명했다. 이 중 강력 추천과 추천이 실제 환자에게 권장되고 있다.

환자 만족도 역시 매우 높았다. 길병원 암센터가 전체 환자 51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암 다학제 진료 설문조사’ 결과 매우 만족한다는 응답이 전체 94%에 달했다.

과거 2016년 12월 7일부터 2017년 3월 24일까지 환자 224명을 대상으로 이뤄진 만족도 조사에서는 93%를 보인 바 있다.

지난 10월 왓슨을 도입한 6개 병원은 한데 모여 ‘인공지능 헬스케어 컨소시엄’을 구축했다.[사진 上] 의료AI 활용을 위한 실무적 논의 및 수가 반영과 관련된 법적 검토를 위해서다. 초대 회장에는 이언 단장이 추대됐다.

컨소시엄의 하부위원회로는 진료활성화위원회 및 빅데이터 공동연구위원회가 있는데 각각 대구가톨릭대병원 진료활성화 실장 송석영 교수와 건양대병원 의료정보실장 김용석 교수가 위원장을 맡았다.

빅데이터위원회 김용석 위원장은 “인공지능 활용에 있어 핵심적인 것이 빅데이터”라며 “의료 빅데이터 공유 플랫폼을 구축해 임상, 유전체, 영상정보, 라이프로그 등 표준화된 자료를 공유하고 인공지능 기반의 맞춤형 진단·치료·예방 등 의료산업의 가치창출을 위한 연구를 수행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진료활성화위원회에서는 병원별 진료 상황 모니터링 및 왓슨 등 의료AI 시스템의 수가 반영을 위한 법적 논의가 중점적으로 이뤄질 방침이다.

송석영 위원장은 “당장 결정된 것은 없으나 여러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도 왓슨과 같은 의료 인공지능이 의료기기인지 여부에 대해 단정 짓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왓슨이 장비로 취급되면 소프트웨어가 업데이트 될 때마다 인허가를 다시 받아야 하는 등 제약이 많이 따라 제3의 길을 찾아야 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송 위원장은 “결국 누군가는 이런 일을 해야 하는 것”이라며 “유사 소프트웨어 사용에 대한 수가 반영을 법적으로 검토하는 활동을 우선적으로 추진하고 인공지능을 기반으로 한 헬스케어 서비스 홍보활동 등을 부차적으로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왓슨뿐만 아니라 인공지능 기반의 의료장비 및 소프트웨어를 사용하는 현장 실무자들의 고민을 해결하고 암 치료의 탈중앙화를 논의한다는 방침이다.

이언 회장은 “왓슨을 적절히 활용해 진료에 있어 환자 신뢰가 증가한다면 전국 70%의 환자가 수도권으로 몰리는 쏠림 현상 탓에 30분 대기·3분 진료를 받아야 하는 현실을 타파하고 탈중앙화를 도모할 수 있다”며 “접근성의 불평등을 해소하고 ‘암 낭인’을 줄여 환자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방향으로 나갈 수 있다”고 밝혔다.  

즉, 왓슨을 통해 상향평준화된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게 된다면 지방에 거주하고 있는 주민들이 굳이 수도권의 병원을 찾지 않아도 되므로 환자 수급에 허덕이는 병원과, 치료를 받기 위해 전전하는 환자들의 불편이 모두 해소될 수 있다는 것이다.

도입 확대 추세지만 효과 의구심도 제기
그러나 이 같은 열렬한 홍보의 반대편에서는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많다. 왓슨이 알려진 만큼의 효과를 갖지 않을 수도 있다는 주장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암 진료가 혁신적인 진보를 보이지 못한 반면 IBM은 왓슨을 통해 올 3분기에만 5조원에 달하는 수익을 내고 있는 현실도 이 같은 의견에 힘을 보탠다.

왓슨은 아직까지 해외에서도 그 효과성을 탐색하는 작업 중에 있다. 얼마 전 해외 의료전문매체 STAT는 IBM 관계자 인터뷰와 활용 사례 등을 통해 “왓슨이 한정된 의료기관 내 의료진들에 국한된 빅데이터를 학습한 것을 들며 무조건적인 맹신을 경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미국이나 중국에서도 왓슨은 의료기기로 분류되지 않는다.

국내 의료진들도 왓슨에 대해 경계심을 가지고 있다. 최근 대한암학회 김열홍 이사장은 “왓슨이 의료기관에서 적용되는 방식과 데이터를 어떻게 처리하는지 등 세부 사항은 공개된 것이 없어 정확한 검증이 어렵다”며 왓슨에 대한 판단을 보류하는 입장을 내놨다.

그러나 환자들의 호응과 병원에서의 활발한 적용을 통해 왓슨은 차후 국내에서 영역을 넓혀갈 것으로 보인다. 헬스케어 서비스가 적은 비용으로 높은 효과를 볼 수 있다는 것은 분명하며, 첨단기술이라는 이미지에 대해 의료서비스를 이용하는 환자들의 선호도가 높기 때문이다.

왓슨으로 결집된 ‘빅6’의 대표성은 왓슨에게 가해지는 날카로운 시선들을 막아낼 만한 근거 자료를 발굴하고 왓슨이 최소한 신의료기술로 인정받을 수 있어야 가능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한해진기자 hjhan@daily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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