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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목동병원에만 과연 돌 던질 수 있을까
박근빈 기자
[ 2018년 01월 21일 19시 49분 ]

[수첩]전제를 둬야 하는 것은 이대목동병원의 잘못이 크다는 점이다. 사회적 지탄을 받는 것이 마땅하고 사건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 먼저 소중한 생명을 잃은 유가족들에게 유감을 표한다.


논란이 되고 있는 상급종합병원 탈락도 긍정적으로 검토돼야 한다. 이 영역에서의 옹호는 있을 수 없다. 제도적으로 혜택을 부여받는 입장을 유지하기에는 이미 명예가 땅바닥으로 떨어졌기 때문이다. 


이대목동병원 4명의 신생아 사망 사건의 원인은 ‘시트로박터 프룬디균(Citrobacter freundii)’ 감염으로 인한 패혈증으로 밝혀졌다. 중환자실장이자 주치의인 조수진 교수는 피의자 신분으로 경찰 조사를 받고 있다. 그 외 의료진들도 피의자로 전락, 경찰에 소환되는 상황을 맞고 있다.

조수진 교수는 “의료원 규정상 신생아 중환자실 감염관리 담당부서는 감염관리실이며 감염관리실태를 감독할 의무는 병원 감염관리위원회와 의료기관평가인증원에 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사회적 분위기는 냉랭하다.


특히 지난해 8월부터 임기를 시작했던 심봉석 의료원장과 정혜원 병원장은 사의를 표명했다. 임기 후 약 5개월만에 터진 사건을 봉합하기 위해서는 자리를 물러나는 수밖에 없다는 판단에서다.

모든 탓은 이대목동병원과 관련 의료진에게 돌아가고 있다. 비난의 화살이 쏟아지지만 피할 구멍은 없다. 정면돌파도 사실상 어려운 상황이다. 고개를 숙이고 죄인처럼 지내야만 하는 시기다.


하지만 관련 의료진을 처벌하고 그 책임소재를 따지겠다는 분위기만 흘러가고 있다는 것은 큰 문제다. 근본적 원인을 파악하지 않고 떠넘기기식 사건 종료가 이뤄지는 것은 바람직한 형태가 아니다.


이대목동병원 사건이 쟁점화되고 있지만 ‘다른 병원들도 과연 이 영역에서 떳떳할수 있을까?’ 라는 질문을 던지고 싶다. 다른 곳도 조사를 벌여 문제가 있는지 샅샅이 파악하자는 뜻은 아니다.


건강보험 틀 속에서 행위별 수가를 기반으로 유지되는 현행 의료체계에서 중환자실, 신생아중환자실은 환영받기 어렵다는 것이 의료계에서는 공공연한 사실이다. 운영할 수록 적자가 쌓인다는 사실은 정부도 인정하고 있지만 슬픈 현실이다.


365일 긴급상황을 대비해도 타 과와 달리 고정적인 수술이나 진료가 유지되지 않으면 손해를 본다. 행위별 수가의 한계를 보여주는 국내 의료현실이다.     


가뜩이나 초저출산 국가라는 낙인이 찍힌 상태에서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적자는 더 커질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점을 이해해야 할 필요가 있다.


사실상 신생아중환자실에서 근무하는 의료진들은 희생을 각오한 채 살아가야 한다. 시설투자에서 배제되는 경향이 있고 인력난도 극심하기에 책임을 져야할 부분이 많은 실정이다. 직업적 소명의식을 따진다면 오히려 진정성이 있는 분야다.


그래서 더 아쉽고 안타까운 심정이다. 모 지방대학병원은 2년간 소아청소년과 전문의를 뽑지 못했고 결국에는 신생아중환자실을 폐쇄했다. 어린 생명을 살리는 숭고한 곳이지만 누구도 오려고 하지 않는 비용효과가 떨어진 공간으로 인식된 것이다.


이러한 문제가 발생하게 된 것은 보건의료 정책이 미흡하게 설계된 탓이다. 희생만이 존재하는 곳에 책임감만으로 근무하라는 것은 너무나 가혹한 요구다. 


같은 맥락에서 근본적 원인을 드러내야 한다는 취지로 얼마전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는 건강보험 최고결정기구인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를 검찰에 고발했다.


복지부 차관을 비롯해 현재 임상에서 근무하지 않는 비전문가 위주로 구성된 25인의 건정심 위원들이 ‘2명의 전문의가 30명의 미숙아를 1년 내내 24시간 긴장 상태에서 진료하는 구조’를 만들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당시 임현택 회장은 “이대목동병원 사건은 건강보험 정책의 수많은 문제점들이 잠재됐다가 한꺼번에 폭발해 허망하게 무너져 내리고 있는 현실을 보여 주고 있다. 수가를 가혹하게 깍아 10년이 넘은 낡은 인큐베이터를 쓸 수밖에 없다”고 울분을 토했다.


또 대한소아과학회, 대한신생아학회, 대한소아감염학회, 대한주산의학회 등 관련 학회들 역시 공동으로 “사안의 중대성에 비춰 민형사상 법적 절차가 뒤따를 것으로 예상되지만 이번 사건을 담당 의료진의 책임으로 개인을 문책하는 것으로 해결하지 말라”고 강조했다.


이어 “유사한 불행한 사태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소아와 신생아 중환자의 감염관리를 포함해 전문 인력과 설비구축을 위해 과감한 자원투입 및 법적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적어도 이런 하소연은 직역 이기주의 등 왜곡된 시선으로 해석되지 않는다. 실제로 상황이 그렇게 돌아갔기에 건정심 위원들을 포함한 복지부, 건보공단, 심평원 등 정책기관 관계자들도 부채의식을 갖고 있어야만 한다.


단지, 이대목동병원에서만 발생한 최악의 의료사고라고 치부하기 하기에는 해결점을 찾을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작던 크던 의료기관에 압박이나 처분을 내릴 수 있는 권한을 가진 자들의 심도있는 반성이 필요하다.


근본적인 부분을 다시 짚어보자면, 국내 의료체계는 건강보험재정을 중심으로 움직인다. 보장성 강화와 수가체계는 밀접하게 연결된 상태라는 것이다. 문재인 케어를 중심으로 보장성 강화에 투입되는 재정이 많아질테지만, 기본적 의료를 공급하는 자들에 대한 배려 없이는 성공을 장담하기 어렵다는 결론이다. 
 

제2의 이대목동병원 사태를 방지하지 위해서라도 행위별 수가, 저수가 그늘에 놓여있는 진료 현장의 목소리를 적극 반영해야 할 때다. 양질의 의료서비스가 제공되는 것이 본인부담률을 줄이는 것보다 선결과제일 수도 있다는 점을 곰곰히 생각해 봐야 한다. 

박근빈기자 ray@daily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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