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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년만에 직선제 선출 "막중한 책임"
신찬수 서울의대 학장
[ 2018년 01월 26일 06시 25분 ]
"교육·연구 체질개선 통해 한국 넘어 세계 최고 목표 노력”

진료, 교육, 연구’. 흔히 말하는 대학병원의 3대 역할론이다. 환자의 질병을 치유하고, 그 역할을 수행할 의사를 양성하며, 더 나은 치료를 개발하려는 노력이 요구된다는 의미다. 대학병원 교수라면 의당 추구해야 할 가치들이지만 책임자의 위치에서 이 3개 영역을 아우르는 것은 흔한 일이 아니다. 그런 측면에서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신찬수 학장이 느끼는 의미는 남다르다. 진료부원장으로서 진료영역을 진두지휘했고, 이제 학장을 맡아 교육연구를 이끌게 됐다. 더욱이 9년 만에 직선제를 통해 선출된 학장이라는 점에서 그에게 쏟아지는 관심과 기대는 클 수 밖에 없다. 신찬수 학장 역시 이러한 무게감을 의식한 듯 막중한 책임감을 느낀다는 취임 일성을 전했다.
 
세계를 호령할 의과학자 양성
 
이제 막 업무를 시작한 시점이었지만 그의 포부는 명확했다. 명실공히 대한민국 최고 의과대학이라는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이제 세계 의학계를 선도하는 의대로 거듭나겠다는 각오다.
 
대한민국을 넘어 세계 일류로 도약할 것입니다. 기초의학, 임상의학뿐만 아니라 다학제 협력을 통해 의생명과학 연구를 선도할 수 있는 세계적인 연구중심대학이 되려 합니다.”
 
비전 달성의 으뜸 전략으로는 의사-과학자 양성을 제시했다. 단순히 진료기능을 연마하기 보다 인류 건강증진을 위해 다양한 영역에서 활동하는 과학자를 양성한다는 목표다.
 
더욱이 올해 입시를 마지막으로 의학전문대학원 선발이 이뤄지지 않는 만큼 의과학자 양성을 위해 학부에서 대학원까지 연계된 창의적인 교육 프로그램을 설계하고 이에 대한 지원을 강화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의과학자 양성이야말로 서울의대의 지향점이자 가장 잘 할 수 있으며, 이를 통해 궁극적으로 국가사회에 기여하는 길이라고 확신합니다.”
 
의과학자 양성이 의사의 본분인 진료기능축소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서울의대의 5대 교육목표 중 1번이 의사양성이다.
 
의사라면 기본적으로 환자를 진료할 수 있어야 하며, 마땅히 의과대학에서 교육을 통해 그러한 능력을 배양시킨다는 명제는 예나 지금이나 동일하다.
 
다만 시대가 변했고, 의료환경에도 변화가 일고 있는 만큼 특정 분야 연구에 매진할 수 있는 학풍도 필요하다는 얘기다. 타 학문과의 융합도 신찬수 학장의 교육 지향점과 맥을 같이한다.
 
미국의 경우 공학도와 의사들이 함께 생활하는 프로그램이 활성화 돼 있어요. 공학도의 시각에서 보다 진보된 의료장비나 기술을 찾아내기 위한 융합연구의 좋은 예라고 할 수 있죠.”
 
신찬수 학장이 추구하는 다학제는 학문과 학문이 만나 시너지를 발휘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지금도 일부 융합연구가 이뤄지고 있기는 하지만 재임기간 동안 이를 대폭 활성화 시킨다는 계획이다.
 
실력인성 겸비한 인재상 추구
 
근래 일부 의과대학과 의료계에서 불거지고 있는 젊은의사들의 흉흉한 사건사고에 대해 언급하자 입시전형이 중요하다는 생뚱한 답이 돌아왔다.
 
약관(弱冠)의 나이로 입학한 학생들에게 교육을 통해 윤리의식을 심어주는 것은 한계가 있습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처음부터 자질과 인성을 갖춘 인재를 선발하는 것이죠.”
 
그의 확신에는 서울의대가 얼마 전 도입한 MMI(Multiple Mini Interniew)라는 새로운 개념의 면접방식이 자리하고 있다.
 
MMI작은 규모의 면접을 여러번 치른다는 의미로, 학생의 지식이나 능력을 평가하는 게 아니라 윤리의식, 도덕성 등 인성과 소통능력을 측정하려는 대면시험이다.
 
MMI 인성면접은 전통적인 의과대학 면접방식의 단점을 보완하고 지원자의 인성과 도덕성에 대한 검증을 철저히 하겠다는 취지에서 캐나다와 미국에서 시작됐다.
 
서울의대 역시 실력과 인성을 겸비한 인재상을 선발하기 위해 몇 해 전부터 MMI를 도입, 운영 중이다.
 
입학 후에는 인간사회의료라는 과목을 필수로 들어야 한다. 인성과 사회성 함양을 위한 교과과정으로, 매 학년 커리큘럼에 포함돼 있다.
 
그렇다고 무조건 착한의사만 추구하지는 않는다. 생명을 다루는 직업인 만큼 실력을 갖춰야 한다는 게 신찬수 학장의 인재상이다.
 
마음이 따뜻한 의사, 대화를 잘 하는 의사, 당연히 중요하죠. 하지만 의사가 착하기만 하면 안됩니다. 실력이 있어야죠. 서울의대 학장으로서 우수한 학생을 선발하려는 의지를 포기할 생각은 없습니다.”
 
연구논문 편수 늘리기 지양
 
의과대학의 기능 중 하나인 연구에 대해서도 확실한 방향을 제시했다. 적어도 연구 성과지향주의가 양산한 논문 숫자 늘리기관행을 과감히 타파하겠다는 각오다.
 
언제부턴가 교수사회에 논문편수 늘리기가 일상화된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물론 교수평가의 바로미터가 연구성과이다 보니 어쩔 수 없는 결과임을 잘 알고 있습니다.”
 
신찬수 학장은 논문 숫자에 연연하는 평가방식 대신 논문의 질에 무게추를 싣겠다는 복안이다. 즉 논문 쪼개쓰기가 아닌 제대로 된 성과물을 중시하겠다는 얘기다.
 
물론 논문 중요도의 척도는 피인용지수(Impact Factor, IF). 다만 전문과목별로 IF가 다른 경우가 많은 만큼 서울대가 자체적으로 만든 서울펙터라는 스코어링 시스템을 활용할 생각이다.
 
“1편의 논문을 썼다고 해서 5편 쓴 사람의 1/5라고 평가 받는 일이 없도록 할 계획입니다. 중요한 것은 편수가 아니라 논문의 질이죠. 이제 편수 경쟁은 끝났습니다.”
 
신찬수 학장은 대표논문 위주로 평가방식을 바꾸고자 한다. 듣보잡 학술지에 여러 편의 논문을 게재하는 것 보다 네이처(Nature)에 한 편을 게재하는 게 더 인정받는 평가방식이다.
 
다만 승진이나 교수임용 등 인사 관련 규정은 학장 임의대로 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닌 만큼 본부 측과 지속적인 논의를 통해 개선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신 학장은 외부 연구과제 수주에도 변화를 예고했다. 상대적으로 연구용역 발주 정보 접근성이 떨어지는 임상의사들에게 관련 정보를 꾸준히 제공할 예정이다.
 
적어도 몰라서 연구를 수주하지 못하는 상황은 없도록 하겠다는 의지다. 뿐만 아니라 서울의대의 위상에 걸맞게 가급적 대형과제 비중을 높일 수 있도록 교수들을 독려한다는 구상이다.
 
“2016년 기준으로 의대에서 수주한 외부 연구비는 959억원 정도입니다. 물론 병원에서 진행되는 부분은 제외한 수치죠. 단순히 외부 연구비 증액이 아닌 국가사회적으로 의미 있는 연구들이 수행될 수 있도록 관심을 기울일 생각입니다.”
박대진기자 djpark@daily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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