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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公共) 개념 근거 ‘좋은의사’ 양성 노력“
안덕선 고대의료원 좋은의사연구소 소장·한희진 교수
[ 2018년 01월 29일 12시 06분 ]

"의사들에게 임상 역량뿐만 아니라 사회적 역량도 요구하는 시대"
 "바람직한 의사 역할과 덕목 제시할 의학교육 모형 개발"


성폭행, 성추행, 전공의 폭행, 카데바 앞 인증 사진, 진료비 허위청구. 잊을만 하면 의사들의 ‘인성’, ‘윤리 인식’이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실제로 일부 의사들의 일탈 행위에 대해 국민들의 비난 목소리는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다. 일부는 ‘공부만 잘하면 뭐하냐 인성이 안됐는데’, ‘공부만 잘하는 인성쓰레기’ 등 수위 높은 비난도 서슴지 않는다. 그렇다면 ‘좋은 의사’란 무엇일까. 또 이를 실현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해야 할까. 데일리메디가 좋은 의사를 만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고대의료원 ‘좋은의사연구소’ 안덕선 소장(고대안암병원 성형외과, 이하 안)[사진 左]과 한희진 교수(의인문학 교실, 이하 한)[사진 右]를 만나 그들의 철학을 들어봤다.[편집자주]

‘좋은의사연구소’ 설립 이유는
(안)우리나라의 의사 역할은 주로 치료적인 능력, 즉 임상적 역량에 초점이 맞춰져 왔다. 하지만 최근 사회는 의사가 단순한 임상적 능력뿐만 아니라 사회적 역량 또한 갖출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처럼 변화하는 사회적 환
경·시대적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 ‘좋은 의사’를 육성하기 위한 단체 등에 대한 필요성이 대두됐다. 좋은 의사를 지향하는 이들이 지녀야 할 역량과 덕목에 관한 연구와 교육을 위해 2015년 설립했다.

좋은의사연구소 역할은
(안)‘의술은 인술이다’, ‘좋은 의사가 돼라’는 이야기를 많이 한다. 그렇지만 이를 구체화해 어떤 교육을 어떻게 해야 할지 제시돼 있지 않다. 좋은의사연구소는 국내·외 ‘의사 역할과 덕목’에 대한 역사적·철학적 연구를 실시 분석해 우리나라 의료 현실에서 요구되는 의사 덕목과 역할을 연구하고 규정한다. 또한 국내외 '의사학, 의철학, 생명과학철학, 의료윤리학, 생명윤리학' 등 의인문학 연구 성과를 조사·분석해서 급변하는 의료 환경에 대응할 수 있는 도덕적 이론과 실천적 덕목을 연구한다.
 

의인문학 개념에 대해 설명하는 한희진 교수
‘의인문학’이라는 개념을 설명하면
(한)메디신(Medicine)은 서양 문물이다. 지식·과학 뿐 아니라 하나의 문화다. 메디신은 메디칼 사이언스(Medical Science, 지식·의과학), 메디칼 테크놀로지(Medical Technology, 수기·술기), 메디칼 프랙티스(Medical Practice, 사회적 실제로 행해지는 것)로 이뤄져있다. 지금까지 국내 의료는 주로 지식과 기술에만 집중했지 실천적 측면은 주목하지 않았다. 메디칼 프랙티스에서 알 수 있듯이 의사는 가진 지식과 기술을 사회에 실천할 의무가 있다. 세 가지를 모두 합친 메디신(Medicine) 연구와 교육을 담은 것이 '의인문학'이라고 할 수 있다.
 

지금까지 연구소 성과는
(한)지난 2015년 개소 이후 현안에 대한 심포지엄 5차례, 토론회 4차례, 공동학술대회 3차례, 연수교육 2차례를 실시했다. 처음에는 10명을 동원하기도 쉽지 않았다. 그러나 점차 관심을 갖는 사람들이 생기고 있다. 연수교육의 경우 대부분의 참석자가 의사였지만 제약회사 등 다양한 곳에서 참여하며 관심을 확인할 수 있었다. 또한 연구과제를 수주하기도 했는데 현재 ‘감각의 인간학’이라는 주제로 감각에 대한 의학과 철학의 융합적 이해 등을 연구하고 있다.
(안)고대의대는 의료커뮤니케이션 교육을 학점화 했었다. 그러나 집행부가 바뀌며 학점이 없어졌다. 돈이 많이 들고 국가고시를 보는데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에 약간의 '낭비'라고 생각한 것 같다. 현재 학점으로 인정되지는 않지만 윤리, 커뮤니케이션 교육을 계속 이어가고 있다.
 

‘좋은 의사’란 과연 어떤 의사인가
(안)이상적인 ‘좋은 의사’를 ‘이런 것이다, 또는 저런 것이다’라고 규정하기는 어렵다. 다만 ‘나쁜 의사’가 무엇인가에 대해 이야기 하기는 쉽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듯이 진료비를 허위로 부당청구하거나 기본적인 도덕·윤리규범을 지키지 않는 의사들을 ‘나쁜 의사’라 부를 수 있다. 이런 나쁜 의사가 나오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나 재벌들이 의료계에 발을 들이며 의료기관은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의사들을 더욱 쥐어짜고 있으며 의사들 업무는 더욱 심한 감정노동이 됐다. 또한 의료기관의 경쟁으로 인해 정상적인 진료보다는 바가지 진료를 하는 경우가 생긴다.
 

'공공'을 강조하는 안덕선 교수
해외 사례와 비교해 본다면
(안)캐나다 등 일부 국가에서는 의사가 어떤 검사를 실시하면 몇 달 내로 관계 당국에서 조사가 들어온다. 조사관들은 의사에게 ‘어떻게 환자를 보는지, 왜 그렇게 했는지’를 묻고 이 사람이 의사로서 활동이 가능한 사람인가 아닌가를 체크 하는 것이다. 실제로 한 의사는 40대 중반, 호주에서 의사면허를 따 한국에서 해오던 것처럼 의료행위를 했다. 그러나 이내 보건당국 조사를 받았고 호주에서 면허 박탈을 당했다. 같은 행위임에도 한쪽 나라에서는 면허 박탈 사유고 한쪽 나라에서는 기관에서 부추기는 웃긴 상황이다.
 

그렇다면 ‘나쁜 의사’를 만들지 않기 위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나
(안)우리나라는 ‘공공(公共)’에 대한 개념이 약하다. 의료기관이 적자·흑자인 상황에서 해외의 국가가 무엇을 하는지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영국이나 일부의 경우 의대생, 인턴, 레지던트 때부터 정부가 학비·급여 등을 지원한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 대부분이 사립학교이기 때문에 국가적인 지원이 어렵다. 공립도 사립과 별 다르지 않은 상황에서 국가가 약간의 보조를 하는 수준이다. 의료행위가 공공의 목적이 아닌 ‘내 삶을 위한 것’으로 바뀔 수밖에 없다. 국가에서 직접 나서 공공에 대한 개념을 심어주기 위해 노력해야한다. 그리고 의사들의 윤리만을 담당하는 법정 신분을 가진 독립된 조직이 필요하다.
(한)프랑스의 경우 모든 대학이 국립이다 보니 의대도 졸업할 때가지 돈을 내지 않는다. 국가가 의사에게 “당신은 의료공무원이다. 국가에 봉사하라”고 이야기한다. 물론 민간으로 가서 개업을 할 수 있다. 그러나 기본적으로는 의사는 ‘의료공무원’ 개념이고 공공에 헌신하도록  교육된다. 그 대신 국가에서 어퍼 미들 클래스(Upper Middle Class)의 소득을 보장해 준다.
 

그렇다면 수가 문제가 해결되면 좋은 의사가 양성되는 것인가
(안)많은 사람들이 ‘윤리’와 ‘프로페셔널’을 이야기하면 수가문제를 이야기한다. 이론적으로 ‘좋은 의사’에 공감하지만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것이다. 그러면 나는 ‘의료 윤리는 수가 연동제냐. 당신들은 살기가 어려울 정도로 가난하고 힘든 것이냐’고 반문한다. 수가도 영향은 있지만 수가만 올려준다고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의료기관이 성장한다고 좋은 의사를 양성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인문학적 소양을 바탕으로 한 국가·관련 기관·의료계가 함께하는 ‘큰 그림’이 필요하다.
(한)우리나라에서 돈은 수단이 아니라 목적이 됐다. 수가가 개선돼 더 적은 근로시간에 같은 수입을 얻게 된다면 다른 일을 해서라도 돈을 더 벌려고 할 것이다. 사회 전반적으로도 마찬가지지만 의료계도 돈 벌어서 무엇을 할 것이냐에 대한 고민이 없다. 수가가 나쁜 의사를 양성하는 직접적, 유일한 원인이었다면 연구소 이름이 ‘수가연구소’였을 것이다. 수가보다는 의사들이 책을 읽을 시간이 마련되고 더 많은 생각을 할 시간이 생기면 ‘좋은 의사’에 대한 논의가 시작 될 수 있을 것이다.
 

앞으로 기대와 목표가 있다면
(안)연구를 통해 현대 사회가 요구하고 있는 환자 중심 진료 등 의학의 이론적인 측면과 실천적인 측면의 가교 역할을 기대하고 있다. 의사 역할과 덕목에 관한 선진 연구 결과를 국내에 도입함으로써 세계의학교육연맹 등이 주도하고 있는 의사의 역할에 대한 규정 마련에 적극적으로 대처할 계획이다. 끝으로 국내·외 의학교육학 관련 성과를 조사하고 분석함으로써 새롭게 정립될 의사 역할과 덕목을 교육할 수 있는 의학교육 모형을 연구하고 개발하겠다.

김진수기자 kim89@daily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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