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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훈만 얻고 개선은 없는 '병원 대형사고'
정숙경 기자
[ 2018년 02월 03일 06시 12분 ]

시계를 돌려보자. 2014년 장성요양병원 화재 사건과 2015년 메르스 사태. 그 당시에도 대한민국은 지금처럼 들썩였다. 2018년 초입에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집단 사망에 이어 또 다시 인재에 가까운 참사가 일어났다.

대형사고를 잇달아 겪고도 이번엔 경남 밀양 세종병원 화재 참사를 막지 못하면서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도 실패했다.


40명의 목숨을 앗아간 이번 사고의 원인을 밝히기 위한 수사가 진행되면서 ‘설마’ 하는 안전불감증과 ‘작은 잘못’이 쌓여 결국 큰 화를 불렀던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경찰 조사결과 세종병원 곳곳이 불법이었다. 세종병원은 다섯 곳 147㎡를 무단 증축해 2011년부터 해마다 밀양시로부터 원상복구 명령과 함께 이행강제금을 부과 받고 있었다.
 

세종병원과 세종요양병원을 연결하는 1층 통로도 23.2㎡ 무단 증축됐는데 현장감식반은 유독가스가 건물 전체로 퍼진 경로 중 하나로 이곳을 지목했다.
 

사고가 예상을 뛰어넘는 대형 참사로 번진 이유는 스프링클러가 설치되지 않는 등 화재 대비 시설이 취약하고, 환자 대피를 도울 의료인력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밀양 화재 참사는 21명이 숨진 2014년 전남 장성 요양병원 화재사고와 닮아 있다는 점에서 씁쓸함을 더하고 있다.
 

2014년 장성요양병원 화재 사건 당시 정부는 ▲요양병원 스프링클러 의무화 ▲방염 처리된 커튼·벽지·카펫 설치 ▲화재시 소방서에 자동 신고 설비 ▲비상시 자동으로 문이 열리는 장치 등을 설치하도록 의무화했다.
 

메르스 사태로 전국이 혼란을 거듭하고 있을 때 정부는 또 약속했다. ▲감염관리 인프라 확대 ▲대형병원 응급실 과밀화 해소 ▲병실구조 변경과 다인실 축소 ▲대형병원과 중소 병·의원 간 의뢰·회송 협력체계 활성화 ▲감염병 안전 제고를 위한 건강보험 수가 개편 등이었다.
 

하지만 그 약속은 과연 얼마나 지켜졌을까. 화재나 사고가 발생하면 사후약방문식으로 그때만 반짝 허둥지둥 관심을 보이는 척하다가 시간이 지나면 슬그머니 사라져 버리는 장면은 사건이 터질 때마다 매우 흡사하다.
 

우리가 겪은 의료계 내 대형 참사에는 공통점이 있다. 참사 뒤 분노가 시작되고,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고, 안전한 대한민국으로 거듭나야 한다며 호들갑을 떤다. 그러다 시간이 흐르면 국민 사이에서는 언제 그런 일이 있었냐는 듯 망각의 힘이 커진다.
 

안전대책은 슬그머니 어디론가 들어가 버리고 안전불감증과 도덕적 해이는 또 다시 우리를 찾아 온다.
 

정부가 그토록 많은 약속을 하고도 시간이 흘러 책임을 다하지 않는다면 인재(人災)로 인한 사건, 사고는 또 언제 터질지 장담할 수 없다. 더 이상 의료기관이 사명감이나 당위성만으로도 움직일 것이라는 것은 오산이다. 국가에서 시스템을 개선해야 하는 문제다.
 

단편적으로 이번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사망 사건의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인력 부족’ 문제에 대해 상당 수 의사들은 울분을 토한다. 

집단 이탈에 대한 비난 여론이 쏟아지고 있는 것을 두고 서울 소재 한 대학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전공의 주 80시간 근무 시행 이후 전공의 연차 간 갈등이라는 보이지 않는 문제는 왜 외면하나. 제도 시행 전에는 저년차에 업무가 집중됐지만 지금은 고년차에도 업무가 쏠리고 있다”고 짚었다.
 

어쩔 수 없이 고년차 전공의 입장에서는 지금의 저년차들이 상대적으로 편한 환경에서 일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을 것이고, 결국 깊어진 갈등의 골이 표면화 된 셈이다.


그는 “무조건적으로 인력 부족을 비난할 것이 아니라 실제 현장에서 어떠한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제발 좀 들여다 보라”며 “언제까지 전담전문의 부족, 간호사의 과도한 업무 강도, 높은 이직률을 단지 의료기관 책임으로 떠넘길 것인가”라고 말했다.


물론 일부 눈에 보이는 수익에만 관심을 갖고 시설 및 안전 분야는 투자가 아닌 비용이라고 생각하는 병원 경영진의 안전 불감증도 문제다.
 

그럼에도 개별 의료기관 문제나 담당 주치의를 비롯한 의사, 간호사의 문제로만 국한해선 안 된다. 현재 의료시스템이 불러온 난맥상이 종합적으로 초래한 사안으로 봐야 한다.
 

나아가 이번 밀양 세종병원 화재를 비롯, 정부와 국회가 '눈 가리고 아웅'식이 아닌 진정으로 제도·정책·법률을 개선하는 의미있는 결과로 이어지길 바란다.

정숙경기자 jsk6931@daily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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