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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가 국민 사망에 대해서도 더 큰 관심 가져야”
이윤성 대한의학회 회장
[ 2018년 02월 05일 05시 55분 ]

 "국내 경제규모·인구수 대비 법의학 전문의 너무 부족"


“국가가 국민을 보호하고 살리는 것 뿐만 아니라, 죽음에 대해서도 깊은 관심을 가져야 한다.”
 
지난 1일, 서울대 법의학과 교수실에서 만난 老교수의 일성은 큰 울림으로 다가왔다. 대한의학회 회장이자, 국가생명윤리정책연구원 원장이며, 서울대학교 법의학과 교수인 이윤성 회장은 우리나라 법의학의 권위자다.
 
1977년 법의학이라는 단어 자체가 생소하던 시절, 그는 ‘누군가의 죽음에 대해 전문성을 가지고 일하고 싶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국립과학수사연구소(국과수)를 비롯해 그가 법의학이라는 꿈을 펼칠 수 있는 곳은 없었다.
 
이 회장은 “당시에는 법의학을 연구하고자 하는 사람도 이를 수용할 여력도 없었다”며 “그런데 지금도 70년 대와 달라진 게 없다. 우리나라 경제규모, 인구수 등을 고려했을 때 법의학에 종사하는 이들이 너무 적다”고 아쉬워했다.
 
전(全)국민 보험 가입시대 '민사법의학' 필요성↑
 
현재 우리나라 법의학은 수사 관련 법의학(형사법의학)이 중심이다. 사건·사고 피해자의 사인(死因)을 밝히기 위한 부검이 대부분이라는 뜻이다. 하지만 사회가 발달하면서 법의학이 민간영역에 기여할 부분도 커졌다.
 
그가 밝힌 법의학이 중요한 이유 중 하나는 ‘민사법의학’의 필요성에 기인한다. 민사법의학이란 산업재해나 교통사고 등에서 보상·보험 관련 죽음이나 상해 등을 따져할 때 동원되는 법의학을 말한다.
 
가령 바다에서 수영을 하다 사람이 죽었다면 이를 단순히 익사로 볼 것인지, 혹은 심근경색 등 요인으로 병사(病死)한 것인지에 따라 보험혜택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들이 보험에 가입하고 있는 만큼, 자신이 가진 권리를 마땅히 행사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 회장은 “최근 故 김주혁 사망사건과 마찬가지로 부검 등 모든 조사가 끝났는데도 사인을 알 수 없는 경우가 많다”며 “이런 부분에 대해서는 법의학이 좀 더 많은 역할을 해야 하는데, 형사법의학만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나아가 이 회장은 "국가가 국민보호 뿐만 아니라 죽음에 대해서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나라 부검 건수는 한해 6000~7000건인데 반해, 영국은 4만~5만건에 달한다”며 “영국이라는 나라는 우리나라보다 국민의 죽음에 대해 치열하게 알고 싶어 한다”고 했다.
 
인구수·경제규모 등 우리나라의 발전상을 고려했을 때, 기존에 관심을 가지지 않았던 사망, 즉 국민의 죽음에 대해서도 고민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이 회장은 “요청이 없다하더라도, 특정조건에 부합하는 사람이 죽었을 때는 반드시 검시하도록 해야 한다”며 “예를 들어 입양한 아이가 12세 이전에 죽었을 경우 등 범죄 관련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있으면 반드시 검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우리나라 법의학의 현재 그리고 미래 위해 ‘장기 인력양성계획’ 필요
 
현재 우리나라 법의학의 위치는 어디일까. 아쉽게도 발전한 사회상과는 반대로, 아직도 우리나라 법의학은 불모지에 가깝다. 이 회장은 “일본 등 선진국과 비교하더라도 ‘아직 부족하다’고 할 만한 검시제도도 없다”고 일갈했다.
 
인력문제를 제1의 해결과제로 꼽았다. 그는 “현재 50명 남짓인 법의학 인력을 장기적으로 300명까지 늘려가야 한다”며 “월급 등 처우문제가 아니라 아직도 법의학 인력을 원하는 이들에게 허용된 자리가 적다”고 지적했다.
 
이어서 이 회장은 “정부에서 지키지 못 하더라도 ‘장기 인력양성계획’을 세워서, 1년에 10명~20명 정도는 양성하겠다고 선언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 과정에서 “위정자들이 임기 내에서 성과를 내고자 하지 말고, 차근차근 순리대로 풀여한다”는 제언도 덧붙였다.
고재우기자 ko@daily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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