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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벌 두려운 의사들, 연명의료법 기피"
권용진 서울대 공공의료사업단장
[ 2018년 03월 05일 12시 25분 ]

 "연명의료법, 정부 등 제도권 준비 부족"

존엄사법 또는 웰다잉법으로 불리는 연명의료법(호스피스 완화의료 및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결정에 관한 법률) 시행이 갓 한달 지났다. 국가생명윤리정책연구원에 따르면 2월 한달 동안 총 542명의 환자가 연명의료를 중단했다. 연명의료법은 본인과 가족들에게 고통만 주는 무의미한 연명의료를 중단하고 아름답게 세상을 떠나는 방법을 찾는다는 의미에서 꼭 필요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 법은 통상적인 의료영역에 국한되지 않는다.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사회문화적, 경제적 문제 등 다양한 요소가 복합적으로 담긴 큰 변화를 얘기하고 있다. 연명의료법 취지는 공감되고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임에 분명하지만, 이를 온전히 우리사회에 적용하기 위해서는 시간이 더 걸릴 것으로 보인다. 국민들은 물론 일선 의료현장의 의료진도 명확한 기준을 잡지 못고 헤매는 중이다. 통상적으로 수가 시범사업도 몇 년씩 진행하는 경우가 허다한데 '연명의료 중단'이라는 큰 변화의 시험무대는 3개월이 고작이었다. 법 시행에 앞서 충분한 시간을 두고 연명의료에 대한 사회적 합의나 인식제고가 이뤄졌어야 한다는 아쉬움이 클 수 밖에 없는 이유다.


최근 데일리메디는 연명의료법 시행과 관련, 의료현장 입장과 제도 개선방안 의견을 묻기 위해 서울대학교 공공의료사업단 권용진 단장[사진]을 만났다.


그는 “국내의 혼재된 문화적 요인을 감안하지 않은채 연명의료법이 시행되면서 복잡한 고민이 시작됐다”고 운을 뗐다.
 
실제로 우리나라 70~80대 이상 노년층은 유교적 문화가 지배적이고, 그 자식인 베이비붐 세대 역시 그 영향권에 머무르고 있다. 민주화 물결 주도세력인 386세대도 존재하고 IMF를 거쳐 사회경제적 안정기에 접어든 시기에 태어난 세대 등 다양하게 구성됐다. 
 

권 단장은 “자기 결정권이 강조되는 연명의료법이 의료현장에서 완성도 있게 다뤄지려면 적어도 유교 문화권에 놓인 노년층과 그 자녀들이 지닌 인식이 바뀌어야 하는데, 이 부분이 바로 적용되기는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고 진단했다.


여전히 의료현장에서는 “아버지에게 말기 암이라는 사실을 말하지 마세요. 충격이 크실테니까. 그게 자식된 입장에서 지켜드려야 할 부분입니다”, 또는 “어머니에게 시한부라는 발언은 금지해주세요. 최대한 치료를 해보고 그때 가서 말씀드릴겁니다”라는 효(孝) 사상이 지배적이다.


그렇다보니 연명의료의향서를 작성하는 과정에서 혼란이 가중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연명의료 중단 대상이라는 사실을 알려야 하는 의사입장에서도 어떤 방향이 옳은 것인지, 현명한 것인지 혼란스럽다는 것이다. 


권 단장은 “지금은 건강에 이상이 없더라도 써둘수 있는 사전연명의료의향서 작성에 대해 보다 적극적인 캠페인이 필요하다. 연명의료법은 장기적 관점에서 혼란을 줄이면서 사회 곳곳에 자연스럽게 안착되는 게 중요하다”라고 강조했다.


의료인 형사처벌 조항으로 부담감 가중


연명의료법 시행과 관련해 의료진들이 가장 걱정하고 있는 부분은 바로 형사처벌에 연루될 수 있다는 부담감이다.


앞서 언급했듯 사망을 두고 사회문화적으로 다양한 관념이 공존하고 있어 시간을 두고 문화를 형성해야 하는데 법 시행과 함께 처벌규정도 동시에 적용되다보니 혼란이 가중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물론 법 시행 후 한달도 되지 않은 상황에서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기존 ‘기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에서 ‘1년 이하 징역 1000만원 이하 벌금’으로 처벌조항을 완화해 전체회의를 통과시켰지만, 큰 의미가 없다는 진단이다.  


권 단장은 “벌칙 수위를 낮췄지만 안정권에 접어들기 전에는 유예를 하는 것이 중요했다. 법 시행이 되버린 상황에서 벌칙 조항만 유예하기 어렵기 때문에 해결방법도 보이지 않는 것이 현실”이라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그는 “연명의료와 관련 여전히 형사처벌이 가능한 상황 속에서 의료진은 부담감 속 방어진료라는 대응책을 쓸 수밖에 없다. 가뜩이나 법 자체도 호스피스완화의료와 연결되는 등 매우 어렵고 절차 역시 복잡하다 보니 법과 의료현장의 간극은 지속적으로 드러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밖에도 연명의료 서식을 제출하는 ‘연명의료정보처리 시스템’, 규모가 작은 병원에서 꾸리기 힘든 ‘의료기관윤리위원회’ 사안 등 여전히 해결해야 할 과제가 산적하다. 


권 단장은 “연명의료법 시행에 앞서 꼼꼼히 더 살펴봐야 했다. 국회 차원에서 의료현장을 찾아 부족한 부분을 느끼길 바란다. 당장 연명의료 시행 실적보다 앞으로 어떻게 정착되는지를 절실하게 분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근빈기자 ray@daily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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