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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협회장 선거와 투사(鬪士) 선발전
[ 2018년 03월 14일 05시 17분 ]
중세에 앵글로-노르만이란 법이 있었다. 복잡다단한 법의 역사적 태생 배경은 차치하고 독특한 내용이 눈길을 끈다.
 
이 법은 결투를 통해 승자는 무죄, 패자는 유죄 판결을 받는다. 물론 어린이나 노약자, 여성 등 약자들은 자신의 무죄를 입증하기 위해 대신 싸워줄 사람을 선정토록 했다.
 
일명 결투 재판에서 약자를 대신해 싸움을 벌였던 사람이 바로 투사(鬪士)의 기원이다.
 
이후 왕위 계승권에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에게 장갑을 던져 결투를 신청하는 대관식에도 투사가 등장한다. 하지만 말을 탄 채 완전무장한 투사의 결투 신청을 받아들인 사람은 없었다.
 
투사는 우리나라에서 조금은 다른 의미로 인식돼 왔다. 일제 강점기, 민주화 항쟁을 거치면서 나라를 위해, 또는 민주화를 위해 목숨을 바치고 산화한 이들에게 투사라는 칭호를 썼다.
 
근래들어서는 언론투사’, ‘정치투사’, ‘난방투사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곳에서 사용된다. 이들 모두 소신을 갖고 불의에 저항하는 이미지로 통용된다.
 
최근 한창 진행 중인 제40대 대한의사협회 회장선거는 가장 용맹한 투사 선발전을 방불케 한다. 출사표를 던진 후보 6명 모두 투사를 자청한다.
 
문재인케어로 명명되는 정부의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저지를 위한 투쟁에 사활을 건 모습이다. 후보들 입에서 나오는 단어는 투쟁’, ‘반대’, ‘저지일색이다.
 
실제 합동 토론회에서도 후보들은 경쟁적으로 투쟁론을 제시하며 자신이 선봉에 설 적임자임을 강조하는 데 대부분의 시간을 할애했다.
 
투옥될 각오로 싸우겠다며 결사항전 의지를 다지거나 비장한 각오로 삭발을 단행한 후보도 있다. 이쯤되면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후보들 모두가 투사다.
 
후보들이 투쟁 프레임에 함몰된 탓에 이번 선거전에서는 공약을 찾아보기 힘들어졌다. 3년 전 치러진 선거에서는 후보들이 의료제도 개혁을 선언했지만 이정도의 투쟁 일변도는 아니었다.
 
물론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는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에 대한 의료계의 거부감은 십분 이해하고도 남음이다.
 
수 십년 간 지속된 저수가에 각종 의사 옥죄기 정책들을 감안하면 의료계의 공분은 당연지사다. 여기에 비급여의 급여화라는 핵폭탄까지 선언했으니 의사들의 우려는 패닉 수준이다.
 
후보들의 공통된 선거전략은 이러한 민심을 집요하게 파고들기에 맞춰져 있다. ‘울분을 토하는 당신들을 대신해 싸우고 투쟁하겠다며 표심을 호소하고 있다.
 
하지만 정작 대한민국 10만명 의사들, 아니 투표권을 가진 5만명 의사들이 차기 대한의사협회 회장으로 투사(鬪士)를 원하는지는 진중하게 고민해 봐야 한다.
 
추락한 의사 위상은 결코 투쟁을 통해 회복될 수 없다. 정부에 서릿발을 세워 개정안 몇 개 저지하거나 건강보험 수가를 조금 더 얻어내는 게 회장의 소임이라고 착각해서는 곤란하다.
 
대한의사협회는 투쟁조직이 아니다. 존중받는 전문인으서로의 위상을 세우고 지켜주는 대한민국 의사들의 대표단체다. 권위가 서 있을 때 투쟁도 힘을 받는다. 물론 국민적 여론의 지지가 전제돼야 한다.
 
한 때 보건복지부 장관의 예방을 받던 대한의사협회장이 최근에는 복지부 과장 만나기도 버거운 현실이라는 뼈 있는 농담이 작금의 의협 위상을 대변한다.
 
투사라는 단어는 심리학에도 존재한다. 자신의 잘못을 타인에게 넘기는 심리현상을 투사(投射, Projection)라고 한다.
 
자신에게 일어나는 잘못된 사건이나 행동 모두 다른 사람으로부터 기인됐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이 경우 자신의 공격성이 남에게서 비롯된다고 생각한다.
 
작금의 모든 상황을 정부의 탓으로 돌리고 서릿발을 세우려는 6명의 후보들에게 공히 적용되는 단어가 아닐까 한다.
 
의사들은 투사(鬪士), 투사(投射)도 원하지 않는다. 그들이 진정 바라는 회장은 정부와 대등한 위치에서 대한민국 의료의 미래라는 담론을 나눌 수 있는 큰사람이다.
박대진기자 djpark@daily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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