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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혈병=불치병' 개념 벗어나는 시대 도래
김희제 교수(서울성모병원 혈액내과)
[ 2018년 03월 26일 05시 20분 ]

예나 지금이나 ‘백혈병’은 일반인들에게는 ‘불치병’의 대표적 질환으로 인식되고 있다. 아마 전문의료인들에게도 이 질환은 유사한 느낌으로 다가오지 않을까 싶다.

오래 전에 문학서적이나 영화에서 ‘백혈병’을 주제로 한 시절이 있었다. 대부분 ‘급성과 만성 백혈병’을 가리지 않았으나 늘 결말은 주인공이 아름답게(?) 사망하는 것이었다.

현재 이 질환이 전 세계에서 가장 희귀하고 치료가 어려운 질환이 아니며 또한 결코 ‘불치병’이 아님을 알려드리고 싶다.
 

오래지 않은 1990년대 말까지만 해도 ‘만성골수성백혈병’ 환자는 오늘날의 ‘급성백혈병’ 환자들처럼 잦은 입원치료를 통해 다양하고 독성이 많은 항암주사치료와 심지어 동종조혈모세포이식법 등 모든 치료법을 동원해도 3~5년의 장기 생존율이 불과 30~40%에 불과했다.

하지만 ‘글리벡’이라는 역사적인 경구용 항암제가 개발돼 임상치료에 도입된 2001년 이후 인류의 질병극복 역사는 경천동지할 정도로 바뀌게 되었다는 사실을 강조하고 싶다. 

"근래 10년 이상 장기생존 만성골수성백혈병 환자 80~90% 넘어"

오늘날 이 대표적인 ‘표적치료제’를 마치 고혈압이나 당뇨병 환자들처럼 매일 경구 복용하면서 일상 생활이 가능한 10년 이상의 장기 생존 ‘만성골수성백혈병’ 환자들은 거의 80~90%를 넘어서고 있다.

간단하게 설명하자면 이 약제는 ‘bcr/abl’ 이라는 특이 백혈병 융합유전자 이상에 의해 발생하며 이들 암 유전자가 생산하는 이상 단백질에 의해 백혈병이 진행하는 것이었고 ‘글리벡’은 이들 융합유전자가 작동할 수 없도록 억제하는 기전을 성공적으로 수행한다. 한마디로 이 약제는 하나의 확인 가능한 암 유전자만을 ‘표적’으로 하는 대표적인 ‘표적치료제’인 것이다.
 

하지만 ‘급성백혈병’ 환자들 쪽으로 눈길을 돌리면 상황은 완전 달라지게 된다. 이들 질환은 치료의 대상이 될 수 있는 백혈병의 암 유전자 ‘표적’이 불확실하거나 너무 많거나 가변적이어서 ‘만성골수성백혈병’과 같은 역사는 이뤄지기 힘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때문에 여전히 반복적인 힘든 표준 항암치료와 감당하기 어려운 조혈모세포이식치료 등이 대부분의 환자들에게 필요하고 장기 입원치료 고통 및 경제적 부담과 더불어 심각한 항암치료 관련 합병증으로 사망하는 경우까지 수 년 동안의 치료 과정을 이겨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환자들이 치료 도중 혹은 치료 후 재발하는 난치질환의 대표 사례로 꼽힌다. 장기 생존율은 국제조혈모세포이식등록소(International Bone Marrow Transplant Registry, IBMTR)의 연례 보고서에 따르면 일부 가장 예후가 좋은 환자들의 경우 3년 생존율이 50~60% 수준을 보이지만 더 많은 예후 불량 환자들의 경우 채 30%에 육박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현재의 표준치료법은 이미 지난 40여 년을 큰 변화 없이 흘러왔으며 조혈모세포이식 역시 인류가 처음으로 줄기세포를 병 치료에 이용하는 시발점이 됐다.

하지만 이식을 시작한 지난 1960년대 초창기 형제 사이의 동종이식 성적이 겨우 10% 성공률에 불과했던 사실과 비교하면 금세기까지 많은 발전을 거뒀으나 여전히 많은 환자들의 경우 이식 후에도 재발하거나 이식 과정의 심각한 치료 관련 합병증을 극복하지 못하고 사망하는 등 치료법의 개선이 절실한 시점에 이르렀다.
 

특히 요즘 같이 인구노령화가 빠른 시대에서는 백혈병을 포함한 많은 암들과의 사투가 필수적인 상황임은 명확하다. 문제는 현재 전 세계에서 ‘급성골수성백혈병’으로 진단되는 환자들의 평균 연령이 대략 60대 후반이라는 사실이다.

100세 시대에 평균 수명이 늘어나고 80세 이후까지 건강한 삶이 필요한 조건을 생각한다면 60~70대에 발생하게 되는 여러 암들과의 싸움은 결코 남의 일이 아니고 바로 우리 모두의 고민거리가 될 것이다.

결국 건강한 육체와 정신력 유지가 필수 조건인 우리 시대와 21세기형 바람직한 노후생활은 나이가 들면 생리학적으로 저하되는 수많은 장기 기능 저하를 보존할 수 있는 지와 더불어 바로 이러한 치명적인 암들과의 치열한 전투에서의 승리를 담보로 함은 안타까운 현실이지만 당면한 우리 미래의학의 큰 숙제다.

"아직 시작에 불과하지만 급성골수성백혈병 치료 틀 혁명적 변화 예상"

오늘은 우리 미래의학의 밝은 전망을 제시하고자 최근 도입되기 시작한 새로운 항암제의 개발과 임상적용이라는 관점에서 특히 그 동안 불치, 난치질환의 대명사처럼 회자된온 ‘급성골수성백혈병’을 주제로 아직은 시작에 불과하지만 곧 엄청난 치료 틀의 변화를 불러일으킬 것으로 예상되는 큰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고자 한다.
 

미국식품의약국(FDA)은 2017년 무려 4종의 ‘급성골수성백혈병’에 대한 ‘표적치료제’를 잇따라 승인했다. 이는 지난 40년 이상 똑 같은 항암제를 모든 환자들에게 동일하게 투여하던 전통적이고 관습적인 속칭 표준치료법의 대변화를 예고하는 새로운 흐름이다.

물론 이들 약제는 아직 국내 임상일선에서 모든 환자들에게 새로운 표준치료법으로 사용이 가능한 보험등재약재들도 아니고 그 적용 시기는 여전히 미지수다.

그러나 바라건대 부디 신속하게 국내에도 도입돼 현재까지 치료가 잘 되지 않는 환자들이 현저히 줄어들 정도의 매우 중요한 항암치료법으로써 신(新) 치료의 모범적이고 중추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

혹은 유사한 다른 많은 신약들이 빠른 속도로 개발돼 매우 이질적인 환자들의 변이 암 유전자를 정확하게 공격하는 첨병 역할을 해주기를 기대한다.
 

2001년 미국 FDA는 만성골수성백혈병 환자의 치료 1차 약제로 ‘글리벡’을 승인했다. 이는 인류의 역사에서 개발된 첫 표적 항암치료제였으며 더불어 가장 빠른 시일 내에 임상시험을 마치고 표준치료제로써 환자들에게 도입된 기적 같은 약이었다.

심지어 경구용으로 개발돼 복용이 편리한 장점까지 갖췄다. 오늘날은 분자유전학 분야의 빠른 기술적 발전으로 인해 이미 2, 3세대의 개량된 효과 높은 만성골수성백혈병 대상의 표적치료제가 개발돼 이들 역시 빠르게 임상에 적용되고 있다.

이를 효시로 지난 20 여 년 동안 백혈병 치료를 위한 ‘표적치료제’의 개발 역사는 눈부시게 발전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새로운 계열의 ‘표적항암제’들이 속속 개발되고 매우 다양하고 이질적인 ‘급성골수성백혈병’ 환자들을 대상으로 글로벌 제약사들의 임상시험이 국내외에서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이는 바야흐로 ‘급성골수성백혈병’ 치료의 신기원을 이루는 대 역사가 될 전망이다. 그 이유는 불치병이라는 오명에서 벗어나 항암치료를 가능하게 했던 지난 1970년대 이후 현재까지 사용됐던 ‘3+7’ 이라는 표준 항암치료법이 바뀌고 마침내 70세 이상의 고령 환자들도 충분히 치료를 받을 수 있는 낮은 독성과 높은 효율의 새로운 치료법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이다.
 

사실 ‘3+7’ 항암치료법은 두 가지의 강력한 세포독성 항암제를 병용해서 각각 3일과 7일 동안 주사, 투여하고 이에 따른 예측할 수 없는 치명적인 항암제의 부작용도 잘 견뎌내야만 비로소 1개월 경과 후 약 70%의 환자가 1차 양호한 반응을 얻어 생명 연장을 기대하는 상당히 전근대적이면서도 유일한 교과서적 치료다.

때문에 특히 나이가 많은 환자들의 경우 이들 병용 항암치료제의 반복 투여에 따라 발생하는 심각하고 치명적인 다양한 전신 합병증으로 치료 도중에도 상당수가 사망할 수 있는 매우 불합리한 치료법임에 틀림없다.

더구나 이러한 1차 양호 반응마저도 수 개월 혹은 수 년 내에 다시 백혈병줄기세포의 제어가 불가한 진행으로 재발하여 훨씬 많은 환자들이 결국 사망에 이르게 되는 두려운 현실의 한계를 알고 있다.
 

2017년 유럽조혈모세포이식학회 산하 회원국에서 미국혈액학회지에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지난 세기까지 불치병처럼 여겨지던 ‘필라델피아 염색체 양성 급성골수성백혈병’ 환자가 1차 항암치료에 양호한 반응을 보일 경우 유전자가 일치하는 동종조혈모세포이식을 적시에 받으면 59.4%의 장기 생존을 보인다고 발표했는데 이는 현대의학의 놀라운 발전에 힘입은 쾌거라고 외치고 싶다.

이 질환은 단 1~2%의 급성골수성백혈병 환자에서만 발견되는 희귀한 암유전자 이상이면서도 지난 세기까지 치료제가 없었던 까닭에 불과 15~20여 년 전만 해도 거의 모든 환자들이 진단 받고 치료도 못하고 수개월 내에 사망하는 황망한 말기암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렇게 끔찍한 치료가 어려운 급성골수성백혈병 환자가 비단 필라델피아 염색체/유전자 이상을 갖는 일부 환자에 국한되는 것이 아님에 심각성이 크다 하겠다.

물론 급성백혈병은 우리나라에서 흔한 10대 주요 암이 아니다. 그런 측면서 사회적 제도적 관심이 상대적으로 다른 암종에 비해 낮지만 그 치명적 결과에 비해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적절하고 효과적인 표적치료 약제가 없다는 점은 안타깝고 또 회의적인 부분이라 하겠다.
 

서울성모병원은 지난 2007년 동일한 질환자 4명에 대한 ‘글리벡’ 치료법의 양호한 치료성적을 유럽혈액학회지에 발표한 바 있으며 최근 10여 년이 더 경과한 시점에서 29명의 동일 질환자에게 ‘글리벡’ 표적치료+동종조혈모세포이식 치료 후 5년 생존율을 조사한 결과, 무려 69.3%의 개선된 장기 생존 성적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러한 최신 치료법 도입은 비단 희귀성 급성골수성백혈병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고 현대의학의 총아라 불리우는 최첨단 분자유전학적 진단법의 급속한 발전에 기인한다. 

다양한 암종에서 몰랐던 발암 유전자들을 발굴하고 이들이 치료의 표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지 확인해 신약으로 개발하는 발 빠른 현대의학의 발전과 연구 도입 그리고 임상시험의 활성화에 기인한다 하겠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의료전달체계의 모순이기는 하지만 일부 대형병원에 난치병 환자들이 집중되는 등 이러한 암 인구지정학적 특성이 서양에서 개발된 새로운 항암제를 단기간에 집중적으로 연구할 수 있다는 장점이 되기도 한다.
 

작년에 미국식품의약국이 승인한 4종의 새로운 항(抗) 백혈병 치료제를 잠시 살펴보겠다. 흥미로운 점은 이들 중 한 가지 약제는 이미 지난 1990년 대 말에 노인 급성골수성백혈병 항암치료제로 승인을 받았다가 다시 미국 내 임상시험에서 발견된 특이 독성 합병증으로 시장에서 자진 철수됐던 표적 단가 항체 치료제라는 사실이다.

CD33이라는 골수성백혈병 세포의 표면에 존재하는 암 특이 항원을 표적으로 작동하는 매우 신기한 약제로 개발 역사가 20년이 되어 가지만 이제서야 다시 유럽 임상의사들의 수고에 의해 표준치료제로써의 가능성이 재조명되고 있는 것이다.

이들 표적치료제는 본래 노령 환자를 대상으로 개발됐던 바 1개의 골수성백혈병 암 항원을 표적으로 공격해 암세포를 파괴하는 대표적인 정밀의학 치료제의 하나로 향후 활발한 임상적용이 매우 기대되는 약제이지만 아직 국내에서는 승인되지 않았고 더불어 경제효용성 높게 환자 치료에 적용은 불가하다.
 

무엇보다 학자들과 임상의사들의 초미의 관심이 집중됐던 ‘급성골수성백혈병’의 대표적 현대판 표적치료제는 이들 4종의 승인 약제 중의 하나인 FLT3 돌연변이 유전자에 대한 표적항암치료제 ‘midostaurin’ 이다.

2017년 저명한 ‘뉴잉글랜드저널오브메디신’ 6월호에 실린 이 약제의 3상 임상시험 결과를 보면 717명의 대상 환자가 참여했다. 이들 중에서 약 절반의 FLT3 돌연변이 유전자를 갖고 있는 ‘급성골수성백혈병’ 환자들이 이 신약을 투여 받는 경우 그렇지 않은 환자들에 비해 통계적으로 우월한 장기 생존율을 보였으며 생존 중앙값이 무려 74.7개월 대 25.6개월의 큰 차이를 보였고 독성 합병증에서도 큰 문제가 없어 이를 근거로 미국 FDA의 신속 승인을 받았다. 

난치성 질환의 경우 저자와 같은 혈액전문 임상가들에게 통상적 개념인 장기 생존율 20% 수준을 뛰어넘는 놀라운 성과로 여겨지며 향후 치료 전망을 밝게 하고 있지만 아쉬운 점은 이러한 좋은 약제들이 보다 신속하게 국내 환자들에게 도입되지 못하며 모든 급성골수성백혈병 환자들을 대상으로 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현재 FLT3 유전자 변이를 표적으로 하는 치료제는 이외에도 추가로 3종의 유사 약제들이 같은 ‘표적’을 목표로 전 세계에서 다양한 임상시험을 진행하고 있으며 국내에서도 일부 의료기관들이 참여하고 있다.


또 다른 약제들은 IDH 2 돌연변이 유전자를 표적으로 하는 ‘enasidenib’과 ‘CPX-351’이다. 특히 후자의 경우 기존의 관습적 ‘3+7’ 병용치료법의 한계를 뛰어 넘는 다양한 적응증 확대와 나노의학 기술 발전에 기인한 신약제로서 임상에서의 투여 편이성과 진전된 효과를 기대하게 하는 등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약제다.

물론 이들 약제 역시 아직 국내 시장에서 적용되기까지는 제도적 경제성 문제 등 해결해야 할 숙제가 많아 한 동안 서양의 치료 성적을 관망함이 필요할 것이나 지난 40여 년 이상의 획일적 치료법에서 벗어나 ‘환자 개인 맞춤형 치료’를 실현하는 저독성의 고효율 치료법으로 많은 기대를 갖게 한다.
 

이제 ‘급성골수성백혈병’의 표준 항암치료법이 바뀌어야 할 시대가 도래하고 있음을 희망적으로 생각한다. 이제는 소설이나 영화에서 ‘백혈병’ 환자가 ’불치병’의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시대는 벗어나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아직 우리 환자들과 의료진들의 마음과 달리 이들 진격의 21세기 신약 치료제들을 국내에서 임상일선에 도입해 치료가 시급하고 절실한 많은 ‘급성백혈병’ 환자들에게 당장 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렵겠으나 과거에 비해 훨씬 달라진 의료환경 및 제도 개선과 더불어 신속하게 이들 약제가 적용되도록 관련 부처의 행정적 노력이 절실하다고 본다.

데일리메디 dailymedi@daily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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