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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일병원, 간호사 집단사직·토지 헐값매각 논란
노조-이사장 갈등 재점화, 업무상 배임·횡령 등 고발 예고
[ 2018년 04월 04일 09시 37분 ]

경영 정상화를 위해 속도를 내고 있던 제일병원이 또 한 차례 내홍을 겪고 있다.

간호사들이 집단 사직서 및 사직의향서를 제출하고, 노조가 현(現) 이재곤 이사장을 업무상 배임 및 횡령 혐의로 고발할 계획을 밝혀 귀추가 주목된다.

3일 제일병원에 따르면 간호사 55명이 사직서를 제출했다. 이 중 11명은 면담을 통해 사직서를 반려하기로 했다. 240여 명이 서명한 사직의향서의 경우 아직 병원 노동조합으로부터 넘겨받지 못한 상황이다.

현재 제일병원 간호사는 450여 명으로, 사직서를 제출한 44명과 합의에 이르지 못하게 되면 10% 정도의 간호인력이 줄어들게 된다.
 
간호사 집단 사직이란 '초유의 사태'가 발생한 것은 '인사행정'이 표면적 이유다. 제일병원 노조에 따르면 2017년 인사발령을 받은 임모 간호부장이 1년도 채 되지 않아 보직에서 해임됐다.

노조는 임 전 간호부장의 해임은 이사회의에서 '쓴소리'를 한 탓에 윗선의 미움을 샀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경영진의 방침과 다른 목소리를 냈다는 이유로 해임됐다는 소문이 돌면서 간호사들이 동요했고, 집단 사직으로 이어졌다는 얘기다.

설상가상으로 임 전 간호부장의 자리는 2017년 희망퇴직을 했던 직원으로 대체됐다. 이 외에도 2명이 더 복귀했다.

2017년부터 임금 삭감과 강도 높은 근무를 버텨온 기존 간호사들은 퇴직금과 위로금까지 지급받고 병원을 떠났던 이들의 '화려환 귀환'에 반감이 컸고, 급기야 인사행정에 저항하는 의미로 사직서를 제출한 것이다.

간호사 A씨는 "전임 간호부장이 있었을 때는 업무환경 개선에 대한 기대감, 어려운 시기를 버티면 괜찮아질 것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보직에서 해임당하는 모습을 보며 더 이상 희망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노조 관계자도 "직원들 의견을 무시하거나 간호부 갈등을 노조가 선동한 것이라고 호도하는 병원의 태도가 문제"라며 "간호부 직원들은 4월말까지 인사발령이 원상회복 되지 않으면 240여명이 집단사직하겠다는 의향서까지 제출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에 대해 병원 측은 "인사행정에 문제가 없다"고 반박하면서 "오히려 간호사와 병원 간 갈등으로 몰아가는 노조가 문제"라고 지적했다.

병원 관계자는 "이번 간호부 인사는 전임 간호부장에 대한 질책성 인사가 절대 아니다"라며 "이런 잘못된 소문 탓에 병원 내 분위기가 경직되고 갈등이 생길까 우려된다"고 해명했다. 

이어 "정당한 절차에 따라 인사권을 행사한 것"이라며 "이번 사태는 경영 정상화에 대해 견해차를 가진 병원과 노조의 갈등이 간호부 인사 사건으로 표출된 것에 불과하다"고 덧붙였다. 

"재단 소유 토지 매각 관련 이면 계약서 발견"

간호부 집단 사직은 지난 11년 간 적체돼 왔던 갈등의 일부가 표출된 것에 불과하다는 게 공통된 의견이다. 이사장과 이사회에 대한 병원 직원들의 불신이 갈등의 핵심이다.

이재곤 이사장 취임 후 병원은 5년째 적자상태로 2016년부터 경영난이 심화됐다. 노조는 병원 부도 위기를 막고 경영 정상화를 위해 근로조건 관련 권리를 양보하기도 했다.

2017년 6월 임금단체협약에서는 간호사·의료기사·행정직 직원들은 연봉의 약 15%를 반납하고, 추후 병원경영이 흑자로 전환됐을 때 이를 돌려받기로 합의했다.

노조 관계자는 "이 이사장 재임 후 50억원이었던 병원 부채 규모가 현재 1200억원까지 확대됐다"며 "특히 이 이사장의 배우자인 김모 씨가 상임이사로 이사회에 포함되고 경영에 관여하면서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사회 인원이 총 5명인데, 현행 규정에 따르면 이사장 포함 이사회 구성에 친인척 등이 정족수의 5분의 1 이상을 차지하면 안된다"며 "그러자 이사 수를 갑자기 10명으로 늘려 주부인 배우자를 경영에 포함시켰다"고 덧붙였다.

실제 3월 26일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제일병원은 당기와 전기에 순손실이 각각 44억원과 178억원 발생했으며, 당기말 현재 유동부채가 유동자산을 761억원 초과하고 있다.

상황이 이런데도 병원은 재정건전화 대신 110억원 규모의 신관 신축공사를 택했다. 게다가 재단 소유의 토지를 헐값에 매각하면서 노조와의 갈등이 커지고 있다. 

지난해 12월 이재곤 이사장은 제일의료재단 소유의 사무별관 일부 토지(충무로 근처)를 친동생에게 시세보다 싼 값에 넘기려고 이사회를 소집해 토지매각을 의결했다가 노조 반대에 직면했다. 

병원은 "지난 2007년 12월 해당 토지를 이사장이 운영하는 부동산 개발업체 ‘동삼기업’에서 사들일 때 계약서에 ‘환매 특약’ 조항이 포함돼 계약을 이행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해명한 바 있다.

하지만 노조는 최근 환매특약이 빠진 동일한 매매계약서를 추가로 발견했다. 이면 계약서는 이 이사장이 토지를 담보로 몰래 은행 대출을 받았는데, 이 일이 뒤늦게 발각돼 진위를 파악하는 과정에서 노조도 알게 됐다는 것이다.

이 계약서는 환매특약을 제외하면 계약서식, 계약일, 서명자 등이 모두 동일하다. 만약 이 계약서가 진짜일 경우 병원은 토지 매각을 할 의무가 없다는 게 노조 측 주장이다. 

진위 여부에 대한 판단이 필요한 만큼 노조는 지난달 말 재단을 상대로 ‘이사회 토지매각 결의 효력을 정지해달라’는 취지의 가처분신청을 냈다. 또 이 이사장을 업무상 배임·횡령 등 혐의로 검찰에 고발할 예정이다.

병원 관계자는 “적법절차에 따라 행정적·법률적으로 문제가 없다"며 "잘못된 정보가 떠돌아 경영 정상화를 위한 노력이 힘을 얻지 못하는 게 안타깝다"고 말했다.   

양보혜기자 bohe@daily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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