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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의약분업 때와는 다른 가장 강력한 투쟁"
방상혁 대한의사협회 상근부회장
[ 2018년 05월 04일 06시 08분 ]

“문재인케어, 의료제도 근간 흔들어 가능한 모든방법 동원 대응"

제 40대 대한의사협회가 지난 1일 출범했다. 전국의사총연합과 의협 비상대책위원회 중심의 40대 집행부에 눈에 띄는 얼굴이 있다. 지난 37대 집행부에서 기획이사를 지냈던 방상혁 상근부회장이다. 노환규 前 회장과 함께 불신임됐던 그에게는 화려한 귀환인 셈이다. 그는 의협회장직 인수위원회 대변인을 거쳐 의협 부회장직을 맡을 정도로 최대집 집행부 중심에 있다. 하지만, 그는 이에 대해 “어깨에 무거운 짐을 진 기분”이라고 밝혔다. 또한 그럼에도 최대집 회장과 함께 의협 역사상 가장 강력한 투쟁을 전개해 회원들이 원하는 바를 이뤄낼 수 있도록 하겠다는 가시밭길의 포부를 피력했다.


Q. 40대 집행부 출범과 함께 상근부회장을 맡게 됐다


꿈에도 협회에 다시 돌아온다는 생각은 안 했다. 지난 37대 집행부에서 최선을 다 해 일했고 목숨을 버려도 괜찮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서울역에서 분신시도도 했다. 그런데 회원들의 의견을 물을 수 있는 회원투표제를 추진하다 일부 수구적인 대의원에 의해서 불신임이 됐다. 그래서 협회에 돌아오고 싶은 마음이 좀처럼 들지 않았다.
 
힘든 시기를 겪을 때 노환규 전 회장을 비롯해 많은 분들이 저를 도와준다고 모금을 해준 적이 있다. 그 분들의 이름을 명패로 만들어 제주도에서 진료를 할 때 만들어 놨다. 최대집 회장이 인수위에 들어와줄 것을 요청했을 때 그 분들 생각이 났다. 대한민국 의료제도가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했고 제 한 몸은 중요하지 않았다. 결국 인수위에서 대변인으로 일을 하게 됐고, 이번 40대 집행부에서도 상근부회장을 맡게 됐다.


Q. 최대집 회장과는 어떤 인연이 있나


7년 정도 전에 최대집 회장이 원장으로 있던 의원에 진료를 받으러 간 적이 있다. 그 때 진료를 받고 함께 저녁을 먹으면서 최 회장이 환자를 잘 어루만지는 좋은 의사라는 느낌을 가졌다. 또한 자기 신념이 뚜렷한 애국자임을 느꼈다. 이후 저는 의협에서 일하고 최 회장도 꾸준히 활동을 해오다 의료혁신투쟁위원회에서 만났고 그 뒤로 오늘까지 이어지게 됐다.


Q. 이번 40대 의협회장 선거에서 최 회장의 당선을 확신했나
 
사실 최 회장이 당선될 수 있을지 반신반의한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2위와 상당한 표차로 당선되는 것을 보고 회원의 한 사람으로 ‘아직 의료계에 변화에 대한 열망이 크구나’라는 희망을 품었다. 회원들의 열망을 바탕으로 당선됐으니, 최 회장이 그 기대에 부응하는 회장이 되면 좋겠다.


Q. 40대 집행부는 투쟁을 전면에 앞세우고 있다


지금 정부에서는 최대집 집행부에 대해 싸움만 하려는 이들로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현재 의료계가 투쟁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다. 의정 간의 신뢰가 깨졌기 때문이다. 2000년 의약분업 때 정부가 약속했던 사항들이 1년도 안 돼 전부 깨졌고, 변질됐다. 그러다 보니 의사들이 정부에서 하는 말을 믿지 않는다. 때문에 강력한 투쟁으로 정부가 의료계와 약속을 지키게끔 만들려는 것이다.


Q. 투쟁 분위기가 고조되는 시기면 의협에서 일을 하고 있는 것 같다
 
투쟁을 피할 생각은 전혀 없다. 투쟁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기꺼이 몸을 던질 것이다. 상근부회장실에 ‘슬기로운 감빵생활, 즐거운 협회생활’이라는 표어를 걸어놨다. 옳은 일을 하다 감옥에 가는 것은 두렵지 않다. 의협이 강경하게 투쟁하면 대화를 원하는 회원들이 불안해하고, 대화를 하려고 하면 강경 투쟁을 외치는 회원들이 불만을 가질 것이다. 그럴 때면 집행부를 믿고 응원해주길 당부드린다.


Q. 지난 2014년 대정부 투쟁에서는 집단휴진까지 시행한 바 있다. 그 때와 지금의 분위기는 어떻게 다른가


당시 박근혜 정부와 싸울 적의 주요 쟁점은 원격진료, 즉 핸드폰 진료와 영리병원 문제였다. 지금 가장 중요한 이슈인 문재인케어는 전혀 성격이 다르다. 이는 진료의 근간을 흔드는 문제로 당시보다 더 충격이 크다. 원격진료에서 우려한 것이 진단 미스라면, 비급여의 전면 급여화는 환자의 선택권이 완전히 박탈되는 것으로 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국민건강에 문제가 생긴다. 재정의 지속가능한 뒷받침이 되지 않는 정책이 시행됐을 때 의료의 질은 저하되며, 안전한 의료가 위협받는다. 때문에 강력하게 반대하는 것이다.


Q. 문재인케어에 반대하며 이번에도 집단휴진까지 갈 수 있을 것으로 보나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고민하고 있다. 지금까지 이뤄졌던 어떤 투쟁보다 강력한 투쟁이 전개될 것이다. 지난 2000년 의약분업 때와는 비교할 수 없는 투쟁이 될 것이다. 


Q. 당시 시위를 주도한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진행 상황은 어떻게 되는가


노환규 전 회장 징역 1년, 저는 벌금 2000만원으로 검찰 구형은 이뤄졌는데 선고가 나지 않고 있다. 재판부에서도 이렇게 선고가 길어지는 게 이례적인 일이라고 하더라. 아무래도 의협이 공정거래위원회와의 과징금 소송에서 승소한 게 긍정적 영향 미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의협은 회원들의 휴진을 강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의사들은 저마다 다 개인사업자이기 때문에 자발적인 뜻에 따라 참여하고 안 하고를 결정하는 것이지 우월한 지위를 남용한 게 아니다. 정말 우월한 지위의 남용이었다면 집단휴진 참여율이 90%는 돼야 했었을 것이다. 


Q. 2014년 서울역 집회에서 분신 시도를 하기도 했다. 어떤 심정에서 그런 것인가


당시 보건복지부, 국회, 시민단체에 건보제도의 문제를 지적하면 실태를 아는 분들은 동감하고 바꿔야 한다는 의견을 보였다. 문제는 새 건보재정을 만들고자 할 때 세금이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그 때나 지금이나 현 건보제도 하에서는 치료횟수가 제한되고 치료약 선택이 제한될 수밖에 없었다. 가만히 있을 수는 없었고 건보재정을 늘려야 한다는 것을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야 했다. 하지만 한계를 느꼈고 제가 분신을 해서라도 공론화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에 그런 시도를 했었다. 하지만, 시간이 흘러 노환규 전 회장과 함께 불신임이 되고 난 뒤에는, 의료계 내부에서도 내 진정성이 받아들여지지 않는데 그 때 분신을 했다고 해서 국민에게 그 뜻이 전해졌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Q. 최 회장이 당정에 대화를 제안하면서 건강보험 제도에 대해 논의하자 제안했다


정부의 고민이 이해는 된다. 건보 재정은 한정돼 있는데 높아진 국민의 수요를 감당하려니 일선 의료기관을 쥐어짜고 있다. 그러나 이제는 패러다임을 바꾸면 좋겠다. 지금의 건보 제도가 1970년대에 만들어졌는데 그 당시와 지금의 경제상황은 하늘과 땅 차이다. 구형 모델로 국민의 의료수요를 감당하려니 땜질식 처방만 나온다. 문케어도 땜질 처방의 하나다. 땜질 처방에 급급하지 말고 이제는 건보 제도 틀 자체를 바꿔야 한다. 그렇게 되면 국민들이 실손보험에 가입하지 않고 건강보험 하나로 보장성 강화의 효과를 누릴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이 ‘더 뉴 건강보험’이다. 사실 명칭이 무엇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정부가 의지를 갖고 새로운 건강보험의 틀을 만들 때 의료계와 논의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제 새로운 건강보험 제도 틀 안에서 국가가 국민이 최선의 치료를 받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 국민을 위해 사용하는 재정 자체를 늘려 국가에서 책임을 져야 한다. 정부는 ‘사람이 먼저다’라고 하는데, 이는 곧 국민건강이 우선이라는 말과도 같다. 이제는 정부가 책임을 져야 할 때다. 책임을 지는 것은 새로운 건강보험 제도를 만드는 일이다.


정부는 대화를 원한다고 한다. 정부가 의료계와 정말 대화를 원한다면 우리는 받아들일 수 있다. 그러나 그 전에 정부의 진정성을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


Q. 최 회장이 강력한 투쟁력을 앞세워 당선됐지만, 집단휴진 유보나 수가협상 불참 철회 등 회원들이 기대하는 강경 노선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강력한 투쟁을 하는 이유는 원하는 바를 얻기 위해서다. 얻는 과정에는 반드시 대화도 들어가야 한다. 최 회장의 결단은 원하는 바를 얻기 위한 과정 중 하나라고 이해해주면 좋겠다. 투쟁도 대화도 원하는 바를 얻기 위한 수단이다. 수단은 최선의 결과가 나올 수 있는 방법으로 취사선택을 하면 되는 것이다.


수가협상에 대해서는 애초에 불참을 확정한 게 아니었다. 최 회장이 불참을 한다는 의견이었지만 상임이사회에서 최종적으로 정하겠다는 것이었다. 실제로 첫 상임이사회에서 최 회장은 이에 대한 집행부의 의견을 물었고 치열한 토론 끝에 수가협상에 참여하는 것으로 결정했다. 저 역시 수가협상에 일단 참여는 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Q. 마지막으로 할 말이 있다면


대의원총회에서 논의하고 싶었던 안건이 있었는데 상근이사의 수를 늘리는 것이다. 의협이 제대로 일을 하려면 상근이사들이 많아야 한다. 현재는 4명인데 10명까지는 늘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상근이사 개개인이 병원을 접고 기꺼이 의협에 올 수 있을 정도로 대우가 좋아야 한다. 상근이사에게 합당한 대우를 해줘서 지원자가 늘어나는 문화가 될 때 의협이 얻게 되는 것도 더 많아질 것으로 기대한다. 상근이사들이 열심히 할수록 그 성과는 회원들에게 돌아가기 때문이다. 그런 측면에서 대의원들이 상근이사 확대에 대해 생각해줬으면 좋겠다.


또한 40대 집행부가 자리 욕심 때문에 이 자리에 있는 것이 아니다. 의사가 환자를 최선의 환경에서 진료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함이다. 그 목표를 향해 40대 집행부가 나아가는데, 때로는 돌아가야 할 때도 돌부리에 걸릴 때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가고자 하는 방향으로 꿋꿋하게 나아갈 것이니 회원들도 함께 나아가 주길 바란다. 진료실 안에서 환자 치료만 고민하던 의사들이 이제는 의사답게 진료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목소리를 내야 할 때다.  

정승원기자 origin@daily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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