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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난적 감염병 유행, 적극 대비해야"
엄중식 교수(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 2018년 05월 29일 08시 15분 ]
Disease X라는 개념이 화제다.

지난 2월 세계보건기구(WHO)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전문가들은 에볼라 바이러스병, 마버그 바이러스병, 중동호흡기증후군 바이러스, 사스, 지카, Disease X 등이 공중보건 위기상황을 일으킬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이에 연구 개발의 필요성도 함께 강조했다.
 
이 중 Disease X는 WHO가 새롭게 설정한 질병 코드로, 미래에 질병을 일으키거나 잠재적으로 유행할 수 있는 감염병을 일으킬 수 있는 병원체를 말한다. 다시 말하면 현재 상황에서 인간에게 질병을 일으키지 않는 병원체가 향후 국제적으로 심각한 유행을 일으킬 수 있다는 의미다.
 
예를 들면 2016년 세계적으로 유행한 지카의 경우 70년 전(前) 우간다에서 처음 발견된 이래 2015년까지 남부 아시아를 거쳐서 중남미로 전파됐으나, 우리는 이를 인지하지 못 했다. 임신 중 지카 바이러스에 감염되는 경우 태아에게 소두증을 일으킨다는 사실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에이즈·에볼라바이러스병·브루셀라증·조류독감·니파바이러스병 등 동물 감염병이 사람에게도 감염증을 일으키는 사례는 많다. 동물에게서 발생하는 알려지지 않은 감염증이 사람에게 새로운 감염증을 일으키고 크게 유행할 수 있다는 뜻이다.
 
탄저와 같이 생물테러에 이용하는 병원체에 의한 대량 공격과 유행도 가능한 상황이다. 우리나라도 2000년대에 들어서 사스의 유입과 신종플루 유행을 경험했다. 지난 2015년에는 메르스 국내 유입·유행 시 초기 대응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많은 희생자가 발생하는 등 사회 경제적으로 막대한 손실을 입은 바 있다.
 
신종 또는 재출현 감염병이나 생물테러 이외에도 병원에서 다제 내성균의 전파와 유행도 반복되고 있다. 다제 내성균에 의한 감염이 발생하는 경우 감염 부위나 환자의 면역상태에 따라서 차이가 있지만, 대체적으로 높은 사망률을 보인다.

최근 가장 문제가 되는 카바페넴 분해효소 생성 장내세균(CPE)의 경우, 이동하는 환자를 통해 매우 빠른 속도로 병원 간 전파가 일어나고 있다. 병원으로 유입된 CPE는 환자에게 소리 없이 전파되기도 한다. CPE에 의해 균혈증이 일어나는 경우 사망률은 50~70%까지 높아진다.
 
이처럼 국내외 감염병 전파와 유행이 재난적 상황으로 다가올 위험성이 계속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의 준비와 대응체계 구축은 여전히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

2015년 국가방역체계 개편과 의료관련감염관리 대책 그리고 2016년 국가항생제 내성대책 등이 수립됐지만, 실질적인 개선은 눈에 띄지 않는다. 우리나라 의료관련감염관리 수준이 선진국은 커녕 비슷한 경제 수준의 다른 나라와 비교했을 때 나은 것이 없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런 가운데 현 정부는 이른바 ‘문케어’라는 이름으로 비급여 항목의 급여화를 높이려 하고 있다. 그러나 의료기관의 질·감염관리 등과 같은 요소에 대한 장기적인 투자와 개선 작업이 없이는 국민 개개인의 재난적 의료비 발생을 막기 어렵다.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사망사고도 결국 의료관련 감염관리 적용이 현장에서 적절히 이뤄지지 않아 발생한 참사다.

정부는 장기적인 계획수립과 함께 충분한 재원을 확보해 감염관리에 투자해야 한다. 의료계는 자발적으로 의료관련감염 감시체계 참여 등 감염관리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하고, 의료인은 기본적인 감염관리 술기를 습득해야 한다. 아울러 감염병 발생과 유행 상황에 대한 정보를 지속적으로 공유하고 진료에 활용하는 노력도 병행해야 한다.
데일리메디 dailymedi@daily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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