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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아산병원이 산모들에 최후 보루라는 일념으로 진료"
김암 교수
[ 2018년 05월 31일 06시 16분 ]

6월 을지병원서 제2 인생···"환자 더 볼 수 있는 기회 감사"

아쉬움과 서운함이 한꺼번에 표출된 소리 없는 낙루(落淚)였다. 좀처럼 눈물을 쏟지 않는 사람이라고 생각했지만 직원들에게 마지막임을 알리는 자리에선 어쩔 수 없이 만감의 소회를 억누르지 못했다. 지난 1989년 첫 발을 내딛었을 무렵부터 서울아산병원 개원 멤버로 지금까지 함께 했던 산부인과 김암 교수가 제2의 인생을 시작한다. 비록 서울아산병원에서 1년 여의 정년을 남겨 뒀지만 다른 병원에서도 여력이 되는 한 환자들을 돌볼 수 있다는 데 행복감을 느낀다고 했다. 6월1일 을지병원(서울 노원구) 의무원장으로 새 출발하는 김암 교수[사진]를 만났다.[편집자]

김암 교수는 고위험임신·다태임신·조산 등의 분야에서 국내 최고 권위자로 꼽힌다. 그는 서울아산병원에서 30여 년 재직하며 진료에만 집중한 것이 아니라 후학 양성을 위한 교육에도 열정을 쏟았다.


시간을 거슬러 올라 김암 교수는 공중보건의로 논산에서 근무했었는데 그 기간이 끝나갈 무렵, 개업을 할 뻔한 일이 있었다고 떠올렸다. 

김 교수는 "당시 지역 유지의 며느리가 난임으로 고생을 했는데 출산을 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줬다. 이후 서울로 올라갈 예정이라고 했더니 개업을 하라고 권유했다. 물론, 솔깃하기도 했다. 당시 레지던트 월급이 50만원이었으니 고민할 수밖에 없었다"고 회상했다. 

이어 "그렇게 개업을 해볼까 하는 순간, 예전 지도교수가 충남대병원에 자리가 있으니 일을 해보지 않겠냐고 의사를 물어왔다. 대전 지역에 연고는 없었지만 서울에서 스탭을 하기에 당장 자리가 나려면 시간이 걸린다고 판단, 충남대병원에서 3년 동안 열심히 일했다"고 말했다.


꿈을 위해 대학교수의 길을 택했고 이후 서울아산병원 개원 멤버로 자리를 옮기게 됐다.

김암 교수는 “꿈을 이뤘다는 즐거움에 밤낮으로 분만을 받았고 학회에 나가 발표도 했으며 또 강의 준비에 시간가는 줄 모르고 컴퓨터를 두드렸다”고 말했다.


여기에 교육 중요성을 더욱 절감한 김 교수. 서울아산병원 교육수련부장을 맡으면서는 연구와 진료, 교육 3박자의 조화를 이루기 위해 쉼 없이 노력을 기울였다. 퇴근이 늦을 수 밖에 없었고 당시 잊혀지지 않는 기억이 있다.


김 교수는 “당시 서관에는 병동을 중앙에 두고 교수 연구실이 양쪽으로 있었는데 대부분의 연구실에 켜져 있던 불빛을 잊을 수 없다. 그 때 시간이 밤 11시경 이었다. 문득 그런 생각을 했다. 이게 바로 우리 아산병원의 힘이구나”하고 말했다.


누군가 등을 떠밀거나 강제로 시키지 않았음에도 교수들이 환자를 위해 저마다 혼신의 힘을 기울였고 또 힘에 부칠 때면 서로 소통하는데 주저하지 않았다. 그것이 바로 서울아산병원의 문화로 확산, 정착됐다는 게 김 교수의 전언이다.


“모든 의료진이 사명감 갖고 산부인과 4차병원 역할 수행”


사실 대한민국에서 산부인과 의사로 살아간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더욱이 서울아산병원이 산부인과로 ‘4차 병원’ 면모를 갖추기까지는 수많은 우여곡절이 있었다.
 

김 교수는 “서울아산병원은 산모들에겐 최후의 보루다. 의료진들 역시 이 곳이 터미널이라는 마음가짐으로 임해왔고 그것은 과거나 지금, 앞으로도 마찬가지”라고 힘줘 말했다.

지난 2004년, 김 교수는 국내 처음으로 태아치료센터를 선보였다. 태아치료란 선천적으로 타고난 태아의 기형을 미리 진단해 자궁 내에서 외과적으로 교정, 치료해 정상적인 아기로 태어나도록 술기다.


김 교수는 “이전에는 태아에게 문제가 생겼을 경우 낙태(인공임신중절)라는 최악의 선택이 유일했으나 임신 상태의 태아를 치료해 임부와 아기에게 새 삶을 열어주게 됐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당연히 서울아산병원 산부인과는 대한민국 산부인과 발전을 위한 주춧돌이 됐고 많은 병원의 역할 모델이 됐다.


그가 진료실에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지난 2012년 정부의 의료분쟁조정법 본격 시행에 맞서 대한산부인과학회 의료분쟁조정법 TFT팀장으로 어깨에 띠를 두른 채 전면에 나서기도 했다.


독소조항이 포함된 채 법률이 시행된다면 의료인이 소신진료를 할 수 없게 될 것이고 무엇보다 후배들을 위해서라도 반드시 막아야 된다는 생각에서였다. 의료 현장의 목소리를 경청해 달라는 거듭된 호소이기도 했다.


"인화(仁和) 기반 소통하며 새로운 조직문화 확립 기여" 


“제가 이제는 굴러들어온 돌이 될 수도 있습니다.”
 

금년 3월말 제안을 받고 삼고초려 끝에 을지병원行을 확정 지은 김 교수는 지금, 새로운 출발선에 선 만큼 옷매무새를 가다듬고 있다.


을지병원 의무원장직을 맡으며 6월1일부터 본격적으로 진료를 시작한다.


김 교수는 “가장 중요한 것은 인화(仁和)다. 인재와 인화를 중시하는 풍토가 자리 잡힐 수 있도록 집중하겠다”며 “또한 조직문화에 잘 맞고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는 인재를 발굴하는데도 관심을 기울일 것”이라고 피력했다.


중요한 것은 경쟁력이다. 특화된 분야를 개발함으로써 을지병원만의 색깔을 가지는 것은 그 어떤 과제보다 절실하다.


김 교수는 “습관과 제도가 당장 변화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면서 “다만, 유연하게 변화를 받아들일 수 있으려면 끊임없이 무언가를 찾으려는 노력이 수반돼야 한다. 거기에 일조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피력했다.

정숙경기자 jsk6931@daily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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