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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사들 대변, 더 큰 목소리 내는 단체 지향"
이향애 한국여자의사회장
[ 2018년 06월 04일 05시 22분 ]


"이달 내 여의사 인권센터 출범"
"
미투는 갑질과 비슷, 서로 이해하는 문화 중요"
"임신 전공의 주40시간 근무 관련 근거 기반 목소리 내겠다"
"대한의사협회 내 산하 단체화 추진"

 

미투 운동이 사회 곳곳에서 번지면서 최근 여성 인권 등에 대한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높다. 전문가 집단인 의료계 역시 미투 바람을 피하지 못했다. 대형병원에서 남자 선배 레지던트의 여자 후배 인턴의사 성폭행 사건이 드러나고 20년전 교수가 여자 인턴을 성폭행하려고 했다는 사실이 폭로되면서 파문이 일었다. 여의사들의 폭로가 계속되면서 의료계 내 자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데일리메디는 한국여자의사회 이향애 회장[사진]을 만나 한국여자의사회 역할과 앞으로 나아갈 방향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편집자주]


Q. 미투 바람이 의료계에도 불었다. 한국여자의사회를 통해 민원을 제기하는 경우도 많이 있는지

그렇다. 구체적인 수치를 말하긴 어렵지만 여자의사회 역시 최근 사회의 미투 운동 바람에 영향을 받아 적지 않은 민원이 들어오고 있는 상황이다. 여자의사회 차원에서는 이처럼 민원을 제기한 회원들을 위해 직접 나서고 있다. 최근에는 성추행, 성폭행을 당했다는 피해자의 병원장을 직접 만나 해결했다. 이후 고맙다는 연락을 받았다.


민원이 들어오는 사례를 보면 대다수 대학병원 교수가 여전공의에게, 원장이 봉직의에게 성추행이나 성폭행을 저지른 경우들이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모든 사례를 다 여자의사회에서 해결하기는 어렵다. 법적인 제재를 가할 수가 없기 때문에 사건에 대해 민원을 받더라도 해결하는 데 한계가 있다. 규모가 작은 의원에서 벌어지는 사건의 경우 알기도, 해결하기도 어렵다는 게 아쉽다. 이런 부분을 보완하기 위해 여자의사회는 내규를 마련하고 있다. 사건이 발생하면 사안에 따라서는 처벌이 필요한 경우가 있다. 법적 효력를 갖추기 위해 한국여자변호사협회와 MOU를 맺고 성추행·성폭행을 비롯해 여의사들 민원과 고충을 듣는 ‘여의사 인권센터’를 준비하고 있다. 6월 말 즈음에는 사무실 내에 센터가 생기고 운영될 것으로 예상된다.


Q. 의료계에서 성추행·성폭행 같은 문제가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근본적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미투 운동의 본질에 접근해야 한다. 피해자 중 여성 비율이 높을 뿐, 직장내 성추행이나 성폭행 피해자가 여성이라고 단정짓기는 어렵다. 여성이 가해자일 수도 있고, 가해자가 남성이라고 해서 피해자가 반드시 여성인 것도 아니다. 성(性) 문제가 아닌 것이다. 상대방을 동료로 인정하지 않고 사회적 권력으로 누르기 때문에 자꾸 이런 일이 발생하는 것이다. 결국 미투는 ‘갑질’과 닿아있다고 생각한다. 다만 사회 구조적으로 여성이 권력과 영향력이 작기 때문에 피해자인 경우가 많이 나타날 뿐이다.


이를 근절하기 위해서는 상대를 존중해야 한다. 상대가 나와 다를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하는 인식이 자리 잡는 것이 근본적인 해결책이다. 단순히 사후 처벌을 내리는 것보다 앞으로 의료계 내에서 같은 일들이 벌어지지 않도록 서로를 이해하는 자세를 가지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공존하는 세상’으로 나아가야 한다.


Q. ‘임신 전공의 주40시간 근무 의무화’도 여자의사들과 관련 있다. 한국여자의사회 차원에서 관심을 두고 있는지

그렇다. 여자의사회가 눈여겨보고 있는 현안이다. 근로기준법에는 임신 근로자 주40시간이 명시돼 있다. 하지만 전공의 특별법에서는 수련병원 내 전공의 근무시간이 주80시간을 초과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두 가지 법이 상충되는 상황이다. 전공의는 일을 하면서 배우는 사람이기 때문에 여러 이해관계가 얽혀있다. 그렇지만 어느 한쪽이 맞다고 말하기 어렵다. 각자 입장과 의견이 다른 것이다. 단번에 결정될 수 없고 계속해서 대화하고 논의해야 한다.


여자의사회 역시 내부적으로 이에 대해 연구하고 입장을 정리하는 과정을 거칠 예정이다. 여자의사회가 나서서 보호받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시대가 바뀌고 있기 때문에 ‘우리 때’라는 말은 하고 싶지 않다. 기성세대 목소리만으로는 달라질 수 없다. 조금씩 바꿔 나가기 위해 여자의사회가 할 수 있는 일을 찾을 것이다. 추후 근거를 바탕으로 임신 전공의 주40시간 근무와 관련해서 후배들을 대변해 목소리를 낼 것이다.


Q. 한국여자의사회 나아갈 방향은

앞서 말한 것처럼 구체적으로 오는 6월 말이면 한국여자의사회 사무실 내 인권센터가 생긴다. 여의사들은 인권센터를 통해 의료기관 내 여성폭력 문제 등을 털어놓을 수 있다. 법적 자문을 구하거나 대처 매뉴얼을 마련할 것이다. 여성을 위해 더 좋은 환경을 만들겠다는 목표의 첫 발을 내딛었다고 생각한다.

궁극적으로는 여자의사들 목소리를 더 크게 내는 단체로 자리잡는 방향으로 나아가려 한다. 이를 위해 한국여자의사회의 대한의사협회 내 산하 단체화를 추진하고 있다. 의사들을 위한 정책을 논하는 의협 대의원 280명 중 여자는 6명이다. 6명도 여자의사회 대표가 아닌 의학회, 지역구의사회 소속이다. 의사를 대표하는 의협의 협력단체 대의원이 되면 여의사 성폭력, 전공의 40시간 등에 대해 구체적으로 논의할 수 있다.


또 구체적인 액션 플랜(action plan)을 만들어나가려 한다. 현재 한국여자의사회는 ‘참된 의사로서, 현명한 여성으로서, 건강사회 지도자로서’라는 비전을 갖고 있다. 하지만 이에 대해 구체적인 액션 플랜이 없다. 목적 달성을 위해 가시적인 방향 설정을 추진해 나갈 것이다.

박다영기자 allzero@daily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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