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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공의들이 원하는 '네가지 수련환경' 개선 방향
안치현 대한전공의협의회장
[ 2018년 06월 11일 19시 45분 ]

[특별기고]지난 6월 7일 대한전공의협의회는 “배운대로 환자를 지킬 수 있게 해달라”는 슬로건으로 안전한 의료환경을 위한 전국 전공의 집담회를 개최했다.

이 집담회에는 전국 24개 병원 약 900명의 전공의들이 화상회의 및 중앙송출 방식을 이용해 참여했다. 이 집담회를 통해 발표한 요구사항은 다음의 네가지다.
 

먼저, 환자를 안전히 보살필 수 있도록 전공의 당 환자 수를 낮춰달라는 것이다. 전공의법이 시행돼 전공의 수련시간은 주당 80시간으로 상한됐다. 상식적인 접근이라면 환경을 개선해 이 상한을 맞춰야 하지만, 대부분의 수련기관에서 취한 대응은 한 사람에게 더 많은 환자를 맡도록 하는 것이었다.

지난 해 모 일간지에서 시행했던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약 10%의 전공의들은 주간 36명 이상, 야간 150명 이상의 환자를 혼자 맡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당직 중 두 명 이상의 환자가 위험에 처하면 어떤 환자를 살려야 할지 걱정해야 하는 막막한 상황에 놓여있는 것이다.

전공의는 다른 의사와는 달리 스스로 맡은 환자 수를 결정할 수도 없고, 자신의 근무환경을 자유롭게 바꿀 수도 없는 처지에 있다. 한 전공의에게 비인간적으로 많은 환자를 맡기더라도 그저 묵묵히 견뎌낼 수 밖에 없는 현실인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국민들은 이런 실상을 제대로 알지 못한 채 병원들을 가장 신뢰할만한 곳이라고 생각하며 찾고 있다. 그렇기에 전공의가 맡은 환자 수를 줄여 보다 안전하게 그들을 보살필 수 있도록 하기 위한 방안이 반드시 필요하다.
 

두 번째는 전공의들이 충분히 배울 수 있는 수련환경을 마련해 달라는 것이다.

이번 집담회를 준비하며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가장 많은 응답자가 지적한 수련환경 문제 중 하나는 제대로 된 사전교육 없이 실전에 투입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전문가를 양성해 국민 앞에 내놓는 것은 가장 중요한 수련기관의 책무 중 하나다.

그러나 전공의 제도가 만들어진지 60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수련기관의 각 과에서 어떤 수련프로그램을 계획하고 실제로 제공하고 있는지 등을 평가하기 위한 국가에서의 움직임은 전무한 실정이다. 교육프로그램에 대한 평가와 관리로 전문의 양성의 질과 환자 안전을 제고해야 한다.
 

세번째는 진짜 환자 안전을 위한 명확한 수련업무지침을 만들어 달라는 것이다. 

이대목동병원 사건에서 전공의에게 적용된 혐의는 정맥주사를 관리감독 하라거나, 처방약의 투약시간을 모두 명시해야 한다거나, 약품 매뉴얼을 읽어야 한다는 등 비현실적인 내용으로 이뤄져 있다. 전공의가 실제로 환자를 지키기 위해서 해야 할 일들을 공통적으로 규정하고 이를 실제로 할 수 있는 권한과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마지막으로는 환자에게 떳떳할 수 있도록 잘못된 의료제도를 바로 잡아달라는 것이다. 

먼저, 흔히 PA라는 이름으로 병원에서 일하고 있는 병원 내 非의사 직종이 있다. 내용을 들여다보면 간호사가 할 수 있는 일도 있으나 상당수 병원에서는 이들에게 수술 등에서의 침습적인 술기나 의사 아이디를 이용해 처방을 내는 등의 불법적인 업무를 지시하고 있는 실정이다. 만연한 불법행위가 없다고 말하는 가장 편한 방법은 기준을 완화하고 이를 타협하기 위한 규정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방향으로는 환자 안전도, 기본적인 원칙도 지켜질 수 없다. 

"반복되는 일회용 의료기구 재사용의 근원적 문제 대책 마련해야"
 

또 다른 문제는 반복되는 삭감으로 인한 일회용 의료기구 재사용이다. 삭감으로 인해 일부 손실이 발생한다고 일회용 의료기구를 재사용하는 것이 도덕적으로 정당화될 수 있다는 주장을 하려는 것이 아니다. 

의료기관들이 일회용 의료기구를 재사용하는 현상이 감지가 되고 있고 그 배경에 제도적인 문제가 있다면, 의료기관 도덕성과 일선 의료인의 양심만을 비난해서는 환자 안전도, 일선 의료인의 법적 안전도 지켜질 수 없다. 

이제는 환자와 전공의가 모두 안전할 수 있는 병원이 돼야 한다고 이 땅의 전공의들은 분명히 외쳤다. 내부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진행되는 외연 확대는 병폐를 더 넓고 깊게 할 뿐이다. 환자도, 이 환자의 곁을 지키는 전공의들도 이제는 더 안전해질 수 있기를, 동료들과 함께 국민 앞에 당당한 전문가로 설 수 있기를, 배운대로 환자를 지켜낼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란다. 

dailymedi@daily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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