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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사고 나면 청와대로···국민청원 800여건 폭주
원인 규명 등 앞서 여론 질타···"의료진 사과, 증거 불채택 '사과법' 제정돼야"
[ 2018년 06월 12일 05시 12분 ]
[데일리메디 한해진 기자] 최근 병원 규모를 막론하고 의료사고 공론화 속도가 빨라지는 것에 대한 의료계의 우려감이 커지고 있다.
 
피해자에 대한 사과와 보상이 제대로 이뤄져야 한다는 데는 공감을 표하고 있지만, 개별 의료기관들에 대한 공격이 자칫하면 전문가들의 전문적 소견이 필요한 영역을 뭉갤 수 있기 때문이다.
 
근래 몇 달간 연달아 일어나고 있는 대형병원들의 의료사고와 관련한 여론의 시선이 곱지 않다.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에는 의료사고와 관련해서 이미 800건이 넘는 청원 글이 올라와 있다.
 
가장 최근 사례는 서울 유명대학병원에서 일어난 조영제 부작용 사망 사건이다.

해당 환자는 병원에서 항암치료를 받고 있던 중 치료 경과를 위해 CT 촬영을 한 후 아나필락시스 쇼크 증상을 보여 응급실로 옮겨졌으나 곧 숨을 거뒀다.
 
아직 부검 결과가 나오기도 전이지만 해당 사건은 국민청원 홈페이지를 시작으로 빠르게 퍼져나가고 있다. 병원은 희박한 확률로 발생하는 부작용에 따른 불가항력이라는 입장이지만 유가족 측은 “CT 촬영 전 조영제 부작용 검사를 했는지, 응급실에서 적절한 조치가 취해졌는지 등이 의심된다”며 의혹을 제기한 상황이다.
 
또 다른 경우는 인천의 한 종합병원에서 종격동 종양 제거 수술을 받다가 사망한 B씨의 청원으로 유가족이 병원 측 과실을 주장하며 의료사고를 인정하라는 글이 올라와 현재까지 약 7000여 명의 동의를 받았다.
 
B씨 아내는 “남편이 종격동 종괴 진단으로 수술을 받던 중 과다출혈이 일어났고 이후 중환자실로 옮겨졌지만 사망했다”며 “주치의도 종괴가 대정맥에 붙어있는걸 모르고 진행하다 대정맥이 찢어져 출혈이 일어났다며 과실을 인정했는데 병원 측은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얼마 전 경기도 소재 K대학병원 또한 수술을 받은 환자 가족이 의료 과실을 지적하며 국민청원 게시판에 글을 올려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해당 환자는 신장이 보통 사람과는 달리 위치해 있는 이소신장 증상을 가지고 있었는데 이를 파악하지 못한 병원이 난소 제거 수술을 하다 멀쩡한 신장을 떼 낸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환자 가족이 “병원에서는 자신들의 행동을 정당화하는 태도를 보였으며 수술 절차상의 문제가 없다는 답변만 했을 뿐”이라며 “의료분쟁으로 인한 소송에서는 병원이 더 수월하다더라. 의학 지식이 전혀 없는 일반인이 어떻게 의료 과실을 입증할 수 있느냐”며 문제를 제기해 논란이 커진 바 있다.
 
이에 최근 보건복지부도 의료분쟁 사건을 중재하는 의료분쟁조정중재원에 소비자 감정위원 확충 계획을 세우고 있다.
 
복지부 관계자는 “중재원의 사업량이 매년 증가하고 있어 의료 중재에 참여할 수 있는 인력을 다수 확보하고 비의료인 감정위원 조건을 완화해 중재 과정에서 피해자 의견을 많이 반영하려 한다”고 설명했다.
 
의료계 “사과하면 외려 처벌 받는 법 바뀌어야”
 
사회적 비난이 커질수록 의사들 또한 부담스럽긴 마찬가지다.

최근 의료사고 논란에 휩싸였던 한 대학병원 고위 관계자는 “특정 사건으로 환자 수가 갑자기 줄어들거나 이미지가 나빠지진 않는다”면서도 “아무래도 우리 병원에서 일어난 일이 알려지면 현장에서 조심스러워지는 부분은 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상급종합병원 교수는 “의사 입장에서는 의료사고가 곧 형사처벌로 이어지는 구조가 지나치다고 보는데 여론은 오히려 징계 수위를 높여야 한다고 주장하는 데서 간극이 있음을 느꼈다”며 “신중한 검토를 통해 과실 여부를 따져야 하는 의료사고 이후의 과정이 자칫 환자와 가족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것처럼 보일까봐 걱정된다”고 말했다.
 
실제로 의료사고 문제가 부각되면서 대한변호사협회는 의료인이 의료사고로 금고 이상의 형사처벌을 받을 경우 의사 면허 취소 등의 강력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이에 대해 대한의사협회 최대집 회장은 “업무상 과실을 이유로 의료인 면허를 취소하게 되면 중증 질환자 기피, 방어진료 등의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며 “현행 의료법이 면허 관련 징계를 가하지 않는 것은 심각한 의료사고에 대해서만 선별적으로 행정처분을 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의료계 내에서는 의료사고를 당한 피해자를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진심어린 사과와 위로를 건넬 수 있도록 하는 사과법 제정이 먼저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이 있다. 
 
대한의학회 염호기 정책이사(인제의대 내과학교실)는 최근 대한의학회 소식지에 게재한 기고를 통해 “의사들이 여전히 의료사고에 대해 쉬쉬하는 분위기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 이런 태도가 환자 및 보호자들의 분노를 일으키고 의료분쟁을 촉발시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의료사고에 대한 사과는 곧 병원측 과실을 인정하는 증거로 채택될 가능성이 있어 잘 이뤄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이와 관련, 염 이사는 “의사가 전지전능하지 않음을 인정하는 사과문화가 가능토록 '사과법'이 만들어져야 한다”며 “이를 통해 의료사고를 대하는 의사들 태도도 바뀔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hjhan@daily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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