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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 제도에서는 색깔있는 병원 만들기 어렵다"
문영수 해운대백병원장
[ 2018년 06월 14일 05시 19분 ]

[데일리메디 양보혜 기자] "현행 의료제도 아래에선 색깔있는 병원을 만들 수 없다."

인제대 해운대백병원 문영수 원장의 말이다. 특정 질환에 전문성을 갖추고 있다고 해서 지원을 받을 수 있는 구조가 아니라 응급실, 중환자실 등의 시설을 갖추고 있어야만 정부로부터 보조를 받을 수 있다. 의료의 질적 향상보다 외형 확장에 집중할 수밖에 없는 상황인 셈이다. 최근 해운대백병원에서 만난 문 원장은 "지역의료 발전을 위해선 왜곡된 의료환경을 만드는 제도 개선이 필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Q. 지역 대학병원들이 수도권 의료 집중화 현상으로 직격탄을 맞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해운대백병원이 빠르게 성장하게 된 비결이 궁금
해운대백병원이 개원한지 8년이 됐는데, 그동안 외형 확대 등 양적 성장을 이뤘다. 대학병원이 4개나 몰려있는 부산 서부권과 달리 동부권에는 큰 병원이 없고, 부산백병원 후광도 빠른 성장에 도움이 된 것 같다. 부산백병원이 워낙 오랫동안 지역 내 자리잡고 있어서 '백병원' 브랜드 자체가 힘이 됐다.

Q. 병원장으로 연임됐는데 지난 2년을 평가하면
병원 일을 조금 알게 되니, 1기 임기(2년)가 끝났다. 처음 원장이 되고 '수술 잘 하는 병원', 즉 외과 쪽에 신경을 썼는데, 큰 수술을 받을 사람은 아직도 서울로 많이 올라간다. 오히려 내과 환자들이 더 많았다. 이에 내과를 지원하면서도 외과 파트 강화에 집중했다. 간 이식을 비롯해 신장 이식, 조혈모세포이식 등 첨단 진료에 가까운 난이도 높은 수술 건수를 늘렸다. 이제는 서울로 가는 사람들이 가까운 곳에서 제대로 치료 받을 수 있는 병원을 만들기 위해 욕심을 내야 하는 단계에 왔다고 생각한다.


"외과 강화하면서 내과도 지원, 내부 역량 강화 총력"
"과감한 기능 조정과 선택, 집중 전략 통해 병원 체질 개선"
"불임클리닉 폐지 신중하게 검토 중"
"어렵게 의료진 충원해도 서울 등 수도권 자리나면 이직하는 사례 많아 고심"  



Q. 임기 2기 동안 집중할 과제는 '치료역량 강화'인가 
그렇다. 껍데기에 불과한 외형보다 내적 성장에 주력할 것이다. 해운대백병원은 개원 당시부터 센터 중심의 진료 시스템을 구축해왔다. 암센터, 뇌혈관센터, 심혈관센터 등 전문진료센터가 많은데, 센터로 묶인 각 진료과들이 유기적으로 결합해 활발하게 운영되지 못한 것 같다. 그 이유는 진료과 간 벽이 여전히 높기 때문이다. 이제부터 모내기 작업이 필요할 것 같다. 제대로 기능하지 못하는 센터는 과감하게 정리하고, 승부를 걸 만한 곳은 의료진 충원 등 적극 지원할 계획이다.

Q. 혹 염두에 두고 있는 방안은 있는지
아직 결정난 것은 없다. 그러나 후보로 생각하고 있는 것은 '불임클리닉'이다. 불임만 전문으로 하는 병원과 대학병원이 경쟁이 안 된다. 한 달에 시술 건수가 몇 건 되지 않아, 직원 월급도 안 나온다. 우리 병원뿐만 아니라 빅5 병원들 가운데도 불임클리닉 포기를 원하는 병원이 있는 것으로 안다.

Q. 앞서 의료진 충원도 언급했는데, 지역 대학병원들의 인력난이 심각해 보인다
의료진 모집은 힘들지 않은데, 서울에 자리가 나면 바로 나가는 게 문제다. 전공의는 더 말할 나위가 없다. 우리 병원의 경우 인력구조가 기형적인데, 전문의(200명)가 전공의(130명)보다 더 많다. 전공의 특별법 시행으로 수련시간을 지키려면 호스피탈리스트를 포함해 더 많은 전문의를 뽑아야 하는 상황이다. 전문의 한 사람의 임금은 전공의 3배 가까이 돼, 인건비 부담이 너무 크다. 게다가 호스피탈리스트는 교수가 아니라 오로지 진료의사로 뽑기 때문에 처우 및 직급의 형평성, 소속감 문제 등이 있어 굉장히 민감하다. 그러나 정부는 법은 지키라고 하면서 부담은 전적으로 병원에 전가하고 있다.  

Q. "의무는 늘고 보상은 없다"는 불만이 병원들에서 터져나오고 있는데
실제 그렇다. 선택진료비가 사라졌고, 초음파 급여화 정책도 갑자기 추진되면서 수익이 크게 줄었다. 대신 의료질 관리 수준에 따라 지원금을 받는 제도가 생겼지만, 상급종합병원이 아닌 병원들은 보상에서 차별을 받는다. 똑같은 의무를 부여 받는데, 보상은 다른 이 제도는 개선이 필요하다. 예를 들면 감염관리를 잘하는 병원들에게 모두 똑같이 지원금을 주고, 추가로 항생제 관리까지 잘했다면 더 보상해주는 방식으로 말이다.

Q. 수도권 의료 쏠림 현상을 막으려면, 지역 의료기관이 차별화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도 있는데
색깔이 있는 병원을 만들 수 없다. 우리나라 의료제도 내에선 전문화, 차별화가 어렵다. 왜냐하면 특정 질환을 잘 본다고 해서 의료질관리지원금 등 인센티브가 주어지는 환경이 아니다. 오히려 지원을 받으려면 중환자실, 응급실을 갖춰야 한다. 그러나 일본만 해도 매우 다르다. 만약 간경화 환자가 밤에 정맥류 때문에 피를 토하는 일이 발생하면, 동경 시내에 식도정맥류 출혈만 잡는 병원으로 환자를 보내면 된다. 하지만 우리는 병원별로 진료 특성화가 돼 있지 않아 모든 질환을 다 봐야 한다. 질환별 특성화, 차별화는 실현되기 힘들다. 

Q. 해외환자 유치에도 적극 나서고 있지 않은지
해운대백병원에는 50여개국 환자들이 온다. 우리가 가장 신경을 쓰는 국가는 '러시아'다. 지리적으로도 가깝고, 지속된 환자 유치로 신뢰감도 쌓였다. 보건사회연구원의 외국인 환자 진료통계에 따르면 우리가 전국에서 가장 많은(절대적 수치) 환자를 본다. 외국인 환자의 지속적인 유치를 위해서도 의료 수준 향상이 매우 중요하다.

Q. '내실 다지기'를 위해선 조직문화도 중요하다. 앞으로 계획은
'간호사 태움' 등 여러 가지 문제가 이슈화되고 있다. 이런 문제는 업무 외 개인적인 시간까지 불필요하게 관여, 간섭하면서 생기는 것 같다. 그래서 근무 외 시간에 연락하지 않고, 업무 인수인계 시 길게 대화하지 않으면서도 효과적으로 관련 정보를 전달할 수 있는 프로토콜을 만들어볼 것을 간호부에 제안했다. 또 불필요한 모임이나 회의도 줄였다. 앞으로도 이런 기조를 이어나갈 것이다. 
bohe@daily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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