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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초 국산 경구용 항암제 딜레마 '약가'
심평원 입장 불변 대화제약 아픔, "제네릭 수준 약가 불합리한 규제 적용"
[ 2018년 07월 13일 06시 54분 ]

[데일리메디 양보혜 기자] 말기 위암 환자들이 손꼽아 기다리던 세계 최초 경구용 항암제 ‘리포락셀액’이 ‘약가협상’이란 장벽에 부딪혀 시장 진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과 대화제약이 1년 반에 걸친 릴레이 협상을 진행했지만 답보 상태에 빠진 까닭은 무엇일까.
 

12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6월 28일 열린 제9차 약제급여평가위원회 평가에서 파클리탁솔 주사제를 경구용 제품으로 개발한 대화제약 '리포락셀'이 조건부 비급여 판정을 받았다. 

리포락셀은 위암 적응증으로 2016년 9월 식약처로부터 허가를 획득했다. 항암제를 집에서 복용할 수 있고, 부작용도 적으며, 세계 최초로 개발돼 시장성이 좋아 환자, 의료진, 제약업계의 '기대주'로 부상했다.

개량신약이지만 국내 임상 1상, 2상, 3상을 모두 마쳤으며, 정부로부터 기술력 및 제품 가치를 인정 받아 연구개발비 75억원(전체 연구비의 35%)을 지원 받기도 했다. 

'순풍에 돛단듯' 전진하던 리포락셀은 시판을 앞둔 상황에서 약가협상이란 예상치 못한 암초에 걸렸다. 심평원이 대화제약의 예상보다 훨씬 낮은 제네릭 수준의 약가를 제안했기 때문이다. 

리포락셀은 동일성분 주사제(탁솔)가 있어 개량신약(자료제출의약품)으로 허가 받았으며, 자료제출의약품 중 가장 개발 난이도가 높은 '새로운 투여경로 의약품'으로 분류됐다. 

이 경우 다른 개량신약과 달리 산정기준 적용을 받지 못하고, 신약과 동일한 약가 등재 절차를 거쳐야 하는 '협상대상약제'로 구분된다.

두 기준의 가장 큰 차이점은 비교 대상 약제와 가격 계산법이다. 전자의 경우 오리지널 약가 대비 100~110%로 약가가 결정되지만, 후자의 경우 '오리지널+제네릭'의 가중평균가격을 기반으로 최저기준 약가를 산출한다.

이 방식에 따라 대화제약은 오리지널 탁솔주 30mg가격이 아닌 5개 함량(30, 100, 150, 200, 300mg) 제네릭 포함 모든 파클리탁셀주사제의 판매량을 가중한 가격을 기준으로 계산해 약가를 신청했다.

그러나 심평원의 전혀 셈법은 달랐다. 주사제의 경우 조합이 가능하다면 가장 경제적(저렴한)인 가격을 기준으로 삼는다는 원칙을 내세워, 처방액의 90%를 차지하는 30, 100mg은 비교 대상에서 제외하고, 저조한 300mg의 가중평균가격을 제시했다.

눈여겨봐야 할 점은 파클리탁솔 주사제 300mg이 150, 200mg의 가중평균가격보다 싸다는 것이다. 30mg보다 10배 용량임에도 가격이 2.5배 이내로 낮게 형성돼 있다.

장준희 대화제약 이사는 "리포락셀은 복용 편의성 개선 및 부작용을 감소시킨 혁신적인 항암제이지만, 이런 고려 없이 무조건 주사제 고용량 제네릭 가격기준으로 검토돼 신청 약가의 30%만 인정 받는 불합리한 상황에 놓였다"고 호소했다. 

장 이사는 이어 "기존 주사제의 함량-가격 구조가 지나치게 불합리하다면 함량별 판매량을 보정한 가격을 비교가격으로 선정해줘야 한다"며 "제네릭보다 낮은 수준의 약가는 받아들이기 어렵다. 차라리 남들처럼 쉬운 염변경 혹은 용법용량 개량신약을 개발하는 게 나았다는 후회가 들 정도"라고 토로했다.

게다가 심평원이 제시한 약가에는 직접 의료비용도 포함되지 않았다. 암 환자가 주사제로 치료를 받을 경우 주사료(행위비용), 전처치(약물 과민반응 대비 처치) 등의 비용을 부담해야 하지만, 경구제 복용 시 불필요하다.

장준희 이사는 "30mg 함량의 주사제로 치료 받는 경우 3개월간 약값으로만 430만원 이상이 소요되고, 추가로 전처치, 주사제 등 직접비용이 들어간다"며 "우리는 한 번 더 판매량을 가중해 3개월간 360만원가량의 약값을 기준으로 약가를 신청했으나, 심평원은 제조원가에도 못미치는 약가만 제시해 거절할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대화제약는 리포락셀의 약평위 재심의를 요청할 계획이다. 그러나 새로운 자료나 변화된 내용이 없으면 재심의 대상조차 되기 어렵다는 업계 전문가들의 조언에 고심에 빠졌다. 

약가 확정이 늦어지면 최악의 경우 2020년까지 재심사(PMS) 증례를 채우지 못해 허가가 취소될 수도 있다. 더 이상 지체할 수 없는 상황인 셈이다.

장 이사는 "리포락셀은 국내에서 '새로운 투여경로 의약품'으로 허가를 받는 첫 의약품이기 때문에 불합리한 규정만 강조할 게 아니라 유연성을 발휘해주면 좋겠다"면서 "적정약가를 보장해줘야 제약사들이 신약 개발에 뛰어들 것이며, 이렇게 개발된 혁신적인 의약품은 환자들의 삶의 질을 높이며, 장기적으로 건강보험 재정 건전성도 강화하는 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시판 가격을 너무 낮게 받으면 국내 판매는 물론 해외 수출에도 차질이 생긴다"며 "바이어들이 해외 시장에서 약가를 받을 때 국내 약가를 참고하는데, 터무니없이 낮으면 마진이 없어 시장성이 부족하다고 판단해 수출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bohe@daily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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