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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봉에 고개 숙인 폐암 명의···"한순간 중범죄자 오명"
동료의사들 잇단 탄원서 제출, "선한 의도 진료행위를 형사 처벌" 분통
[ 2018년 07월 28일 06시 04분 ]

[데일리메디 정숙경 기자] “한평생 폐암 환자를 위해 살아온 교수의 진료 과정상 판단 행위를 형사 중범죄자로 다룬 사건은 재고돼야 한다. 선의의 의료행위에 대한 범죄 행위와 민사적 과실이 구분되는 기준안을 법원이 마련해 줄 것을 촉구한다.”

의료현안의 결정권이 법원에 주어지면서 판결에 따라 수십 년 동안 의술을 펼쳐오던 명의(名醫)도 한 순간에 휘청 거리며 고개를 떨굴 수밖에 없게 됐다.


현실이 반영되지 못한 채 법봉에 희생을 당한 의사를 위해 동료 의사들은 “그 어떤 가치보다 존중받아야 할 진료권이 판결에 따라 휘둘리고 있다”며 진료 현장에 대한 이해를 호소하고 있다.


최근 경기도 소재 C대학병원 흉부외과 A교수가 폐암환자 진료시 전이성 뇌종양의 진단에 소흘히 했다는 이유로 검사에 의해 금고 1년 6개월의 중형을 구형 받은 사실이 알려지며 일파만파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재판을 당한 끝에 벌금형 유죄 판결을 받은 소식이 전해지자 진료 현장의 의사들이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대한정신건강의학과의사회에 이어 대한흉부심장혈관외과학회와 대한흉부외과의사회도 사법부의 올바른 판단을 촉구하면서 탄원서를 모아 제출하기로 했다.


지난 1996년 국내 최초로 폐 이식술에 성공한 A교수는 지금까지 평생 어려운 케이스의 환자들을 위한 연구와 진료로 다수의 성과들을 도출했고 폐 이식과 폐암 분야에서 명의로 인정받아 왔다.


그러던 중 문제는 지난 2013년 12월 발생했다.


뇌 MRI상 14mm의 병변이 있던 폐암 환자를 진료했는데 머리 결절이 너무 작고 머리를 열고 조직 검사를 하는 것이 어렵다고 판단했다.


당시에는 병변이 애매하고 구체적인 증상이 없어 A교수는 즉각적 조치를 취할 필요는 없다고 결론 내렸다. 이
후 추후 뇌종양이 커져 수술하게 됐고 14mm 당시 치료했다면 없었을 편측마비의 후유증이 남게 됐다며 검사
는 중형을 구형했다.


이 같은 소식이 알려지자 26일 경기도의사회는 "선한 의도로 환자를 치료하는 의사의 판단 행위를 두고 민사적 과실과 형사적 과실 구분없이 무조건 형사적 잣대로 판단하는 것이 적절한지에 대해서는 의문"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한정신건강의학과의사회도 진료를 담당했던 의료진의 늦은 처치로 편측 마비를 갖게 된 것에 대해서는 담당 교수가 주치의로서 도의적, 사회적, 경제적 책임은 져야하겠지만 형사적 처벌에 대해서는 난색을 표했다.

의사회는 "민사적 책임을 져야하는 것은 납득이 가지만 그것이 과연 형사적 처벌의 대상이 돼야 하는가에 대해 사법부에 깊은 개탄을 표할 수 밖에 없다"고 성토했다.

의료계 "사법부가 의사와 환자 기본 신뢰 훼손"

대한흉부심장혈관외과학회와 대한흉부심장혈관외과의사회도 27일 "이번 사건을 바라보며 느낀 점은 열악한 근무환경에서 묵묵히 진료해 왔음에도 누구라도 언제든지 중범죄자가 돼 모멸을 당하며 구속될 수 있다는 것"이라고 참담함을 표했다.

학회 오태윤 이사장은 "의사는 환자에 대해 최선을 다해 진료하지만 의사 또한 전지전능한 신이 아니기에 어떤 의사라도 직업 수행 과정에서 능력과 판단에 한계점이 있을 수밖에 없다"고 호소했다.

예컨대, 모든 위기에 놓여진 사람을 소방관이 순간의 판단 부족으로 다 구출해 내지 못했다고 해서 형사적 처벌의 잣대로 판단하게 된다면 어떠할까.


또 축구선수가 경기에서 실수를 했다고 해서 형사적 처벌의 잣대로 판단한다면 어느 누가 해당 직업을 수행할 수 있을까.


오 이사장은 “최선을 다한 의사의 직업상 행위가 결과적으로 의도하지 않았던 결과로 연결됐지만 선한 의도로 환자를 도우는 의사의 행위를 형사처벌하는 것은 의사와 환자의 기본 신뢰를 훼손하는 것”이라고 분통을 터뜨
렸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 같은 사건으로 인해 의료진은 더욱 소신과 판단에 따른 올바른 진료를 할 수 없다는 점이다.


오 이사장은 “의사 진료행위가 윤리적으로 심각한 문제가 있거나 고의에 준한 과실이 아닌 경우 형사적 범죄행위로 처벌하는 것은 반드시 바로 잡아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이번 사건은 민사소송이 진행된 후 형사소송도 진행됐다. 분명한 것은 민사적 과실과 형사적 과실을 명확히 구분해 소신진료를 위한 의사 직업의 안정성은 보장돼야 한다는 것이다.


환자들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의사들의 진료행위를 잠재적 범죄행위로 보는 법조계의 잘못 형성된 인식이 개선되는 게 급선무다.

의사 직업상 진료상 행위에 대해 고의나 고의에 준하는 중과실이 아닌 경우 ‘교통사고 특례법’에 준하는 ‘의료사고특례법’ 제정을 통한 의사의 직업적 안정성이 보호돼야 한다는 목소리는 일찌감치 제기돼 왔다.


이와 관련, 학회와 의사회는 "대한민국 전문학회와 동료 의사들은 이번 사건이 형사적 범죄로 다뤄져선 안 된다는 전문가로서 입장을 밝힌다"며 "전문가들의 판단을 법원이 존중해 주길 바란다"고 호소했다.

jsk6931@daily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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