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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스피드 고령사회 진입 대한민국 ‘빨간불’
갈수록 급증 ‘노인의료비’···"재정 대책 등 지혜 모아야"
[ 2018년 11월 06일 05시 55분 ]

이미 고령사회(65세 이상 인구비율 14.2%)로 들어선 우리나라는 노인의료비 폭증으로 인해 골머리를 앓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2023년경 건강보험 누적 적립금이 모두 소진될 것으로 예측한 바 있다. 이에 더해 문재인케어가 구체화되면서 재정 소모 속도는 더욱 빨라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한국보다 일찍 고령사회를 맞은 일본에서는 75세 이상 노인 의료비 비중이 전체 국민의료비의 3분의 1을 넘어서고 있어 이들을 대상으로 본인부담금 비율을 늘리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시작은 늦었지만 일본보다 빠른 속도로 노인 인구가 늘고 있는 우리나라는 어떤 대책을 마련하고 있을까.[편집자주]
 

지난 8월 국민건강보험공단 김용익 이사장이 기자간담회 자리에서 “술에도 건강증진부담금을 부가하는 방안을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밝혀 논란이 된 적 있다.

이는 건강보험 재정 확보를 위한 것으로, 파문이 확산되자 공단은 “주류부담금은 학술적 차원으로 검토한 부분일 뿐 관련 내용을 추진한 적은 없다”고 해명했다. 이처럼 최근에는 건강보험재정 소진 시점에 대한 논의와 관련 대책이 열기를 띠는 중이다.

기획재정부는 소진 시점을 오는 2023년으로 보고 있는데 이는 박근혜 정부 당시 발표한 것보다 2년 앞당겨진 결과다.

장기요양보험 소진 예상 시점은 2년도 채 남지 않은 2020년 이다. 국회예산정책처는 2026년 경으로 예측하고 있다.

여기에는 노인의료비 지출이 많은 영향을 미친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 따르면 65세 이상 노인인구가 사용하는 의료비 지출은 2009년 기준 전체 진료비의 3분의 1이고, 2016년에는 그 비중이 40%에 달한다. 노인 인구가 늘어날수록 이 비중 또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요양서비스 강화 ‘커뮤니티케어’ 본격화

노인 외래 및 입원 다빈도 상병 대부분은 만성질환이 차지한다. 예방 및 장기적인 관리가 필요하다는 의미다. 이에 노인 의료비를 줄이기 위한 다양한 대안들이 제시되고 있다.

보건복지부가 추진하고 있는 커뮤니티케어 사업도 그 중 하나다. 영국, 미국, 일본 등 주요 선진국에서도 진행 중인 커뮤니티 케어는 노인, 장애인 등 수요자가 자택이나 소규모 그룹홈 등에 살며 사회서비스를 통합적으로 제공받을 수 있도록 하는 확장된 개념의 재가서비스다.

가장 최근 복지부 커뮤니티케어 추진본부는 노인 대상 방문 건강 관리를 실시할 방침을 발표했다.

소(小) 생활권 중심 건강생활지원센터 설치(2018년, 66개소)와 보건·복지 서비스 제공 시스템 간 연계방안을 마련해 나갈 예정이다.

또한 병원을 찾기 어려운 퇴원환자를 위한 왕진, 가정간호, 가정형 호스피스 등 재택의료 활성화 방안도 논의하고 있다.

커뮤니티케어 사업에는 81억 원의 예산이 배정됐다. 올해 말 사업에 참여할 12개 지자체를 선정, 각 지자체 당 6억 원 가량 지원된다.

서비스에 실질적으로 참여하게 될 간호사들 또한 적극적 준비에 나섰다. 대한간호협회가 커뮤니티케어 간호협의체를 구축했다. 간호협회 산하 16개 시도간호사회와 112개 분회, 10개 산하단체 등이 대규모로 참여한다.

커뮤니티케어와 노인장기요양보험법의 방문간호사업, 지역보건법의 방문건강관리사업, 의료법의 가정간호사업 등의 통합적인 연계를 위한 법제도 개선 등에 힘쓴다는 방침이다.

협의체는 “커뮤니티케어 최전선에 있는 현장 간호사들의 참여를 위해 112개 시군구 분회 조직에 커뮤니티케어 인프라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커뮤니티케어는 복지정책과도 관련이 있는 만큼 학계에서도 관심의 대상이다.

동국대학교 사회과학대학 김형용 교수는 “동네에 일반의, 주치의가 있어 주민 건강이 항시적으로 관리될 수 있다면 굳이 요양병원에 입원할 이유는 없을 것”이라며 “커뮤니티케어는 결국 이용자들이 요양병원 대신 지역사회 보건의료 서비스를 선택할 유인이 충분하도록 만들어 줘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건보공단이 지역사회 돌봄 인프라에 투자하고 기존 지역사회 서비스 전문기관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퇴원 후 꾸준히 관리하는 ‘진료연계지침’ 도입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은 퇴원 후에도 환자가 집이나 요양시설, 진료 기관 등에서 효과적인 의료 관리를 받을 수 있도록 ‘한국형 486 모델 기반의 국민생활밀착형 노인건강관리 서비스’ 개발을 지원하고 있다.

이 또한 요양시설, 환자의 집, 일차 및 전문 진료, 장기 요양 시설 등으로의 이동 과정에서 안전하고 효과적인 개입을 통해 환자 관리의 연속성이 보장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최근 나온 성과는 건국대병원에서 시행하고 있는 ‘퇴원 후 연계 (care transition) 임상진료지침’이다. 환자가 입원할 때부터 평가한 자료를 바탕으로 퇴원이나 전원에 맞는 계획을 세우고 환자와 가족, 의료진 간 환자 돌봄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는 것이다.

권고안은 4가지로 ▲의료진은 노인 입원환자 상태와 이에 따른 치료 요구 변화에 대해 입원뿐만 아니라 상태 변화 시와 퇴원 전에 평가할 것 ▲의사는 노인 입원환자의 퇴원 후 연계 계획을 입원 시 치료 계획에 포함할 것 ▲보건의료인은 노인 입원환자와 가족, 간병인을 대상으로 퇴원 후 연계 관리에 대한 교육을 실시할 것 ▲ 의사는 퇴원 후 연계에 필요한 의사소통 기술을 향상시키고, 타기관 의사와 정보를 공유할 것 등이다.

그러나 진료지침 시행을 위해서는 추가 인력이 필요하다. 이에 대부분의 의료기관에서 도입을 어려워하고 있는 실정이다.

진료지침 개발을 주도한 건국대병원 가정의학과 최재경 교수는 “퇴원 후 연계 개념뿐만 아니라 커뮤니티케어, 장기요양보험 등 노인의료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제도적 관리가 부족하다”며 “이번 임상진료지침 또한 정부와의 협업으로 개발된 것인 만큼 활성화를 위한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노인환자가 급속하게 증가하고 있음을 현장에서는 피부로 느낀다. 이를 정부가 어떤 비용으로 감당할 수 있을지 예측하기 어렵다. 이런 때일수록 예방적 관리가 중요하다”며 “수가를 억눌러 의료비용을 줄이는 것 외에도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질환 예방이 가장 확실한 투자”

결국 노인의료비 절감을 위해서는 질환 예방 및 관리를 통해 불필요한 입원을 막아야 한다는 결론이다.

보험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전체 의료기관의 65세 이상 환자 노인 진료비는 2008년 7조5000억원에서 2016년 19조 2000억원으로 2.6배 늘었으며 요양병원의 진료비는 2008년 9900억원에서 2016년 4조7000억원으로 4.7배 급증했다.

보험연구원 측은 “요양병원과 시설 간 전원체계가 미비해 돌봄이 필요한 노인이 요양시설이 아닌 요양병원에 입소하고 의료서비스가 필요한 노인이 요양시설에 입소하는 경우가 생긴다”며 “명확한 전원 기준과 요양병원 시설 간 정보공유가 가능토록 의료정보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심평원은 올해 안에 요양병원에서도 만성 중증질환을 제대로 치료할 수 있도록 수가체계 개편 방안을 마련할 예정이다. 방향은 환자분류군 개편 및 입원환경 개선 등에 초점을 맞출 방침이다.

역설적인 것은 노인의료비 절감을 위해 제도를 개선하려면 추가적인 예산을 투입해야 한다는 것이다. 건강보험재정 위기론이 불거지는 상황에서 보건당국이 여러 개선책을 실천하는 것이 어려워 보이는 대목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예방을 위한 투자가 대규모 손실을 막을 수 있다고 본다. 한림대 의대 감염내과 이재갑 교수에 따르면 확실한 방법 중 하나는 예방접종이다.

이 교수는 “비용효과적으로 노인에게 실질적 도움을 줄 수 있는 예방접종의 재정비가 필요하다”며 “만 65세 이상에게 무료로 접종하는 폐렴구균, 인플루엔자 백신 등을 확대하고 대상포진 등 노인이 걸리기 쉬운 질병 접종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퇴원 후 연계 진료지침 개발을 주도한 건국대병원 가정의학과 최재경 교수 또한 “급증하고 있는 노인의료비는 이미 터진 폭탄”이라며 “우리 사회 고령인구 증가 성향 및 건보 재정 등을 고려할 때 의료비 감소 대책은 필수”라고 지적했다.

최 교수는 “만성질환은 기본 진료비는 낮아도 최소 20년 이상의 관리를 받으며 의료비를 소모하는 셈이기 때문에 정부 재정에 미치는 영향이 더 심각하다”며 “노인들이 질병에 시달리지 않게 끔 사전·사후관리를 해야 더 큰 위기를 막을 수 있다”고 밝혔다.

 [위 내용은 데일리메디 오프라인 가을호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hjhan@daily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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