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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0병상 미만 중소병원 무용론 프레임 '허실(虛實)'
박근빈 기자
[ 2018년 11월 30일 05시 17분 ]

[데일리메디 박근빈 기자/수첩]올 하반기 가장 뜨거운 의료정책 제안은 아마도 '300병상 미만 억제론'이 아닌가 싶다. 통계로 드러난 증거는 중소병원의 존재 자체가 무의미할 정도로 가혹했고 관련 내용은 여러 굵직한 심포지엄이나 학회는 물론 국정감사에서도 제기됐다.


이는 의료전달체계 상 악(惡)으로 규정된 형국으로 애초 근본적 원인인 대형병원 쏠림현상 등 선결과제를 잊게 만드는 중소병원의 미흡한 자질이 도마 위에 올랐다. 오히려 병상 수가 많은 대형병원이 존재해야 제대로 된 의료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는 전제가 깔리기 시작했다.


300병상 미만의 중소병원은 국내 의료계에서 중간자 역할이라는 본분 수행에도 불구하고 '의료 질(質)' 하락의 주범이라는 프레임이 씌워진 것이다.


먼저 이 기준이 나오게 된 것은 19대 국회의원이었던 국민건강보험공단 김용익 이사장이 중소병원의 미흡한 역할론을 차단하는 내용의 개정안을 내놓았기 때문이다.


지난 19대 국회의원 재직 시 김용익 이사장은 ▲300병상 이상 종합병원만 신규개설 허용 ▲중소병원 인수합병 및 퇴출구조 마련 ▲입원중심 병원에 대한 재정 지원 및 수가가산을 골자로 하는 의료법·국민건강보험법 개정안 등을 대표발의한 바 있다.


당시에는 설익은 주장이었다는 비판이 있었지만 이제는 그 근거가 쌓였다.


내년 초 공개를 목적으로 건보공단은 전국 56개 의료생활권 간 의료이용 양상을 비교 분석한 '건강보험 의료이용지도(KNHI_Atlas) 구축 연구'를 진행 중인데, 바로 이 연구가 300병상 미만의 무용론을 뒷받침하는 가장 큰 근거로 작용하고 있다.


서울대 의대 의료관리학교실 김윤 교수가 총괄한 이번 연구에서는 300병상 미만 중소병원 병상이 전체의 69%로 많은 범위를 차지하고 있지만 실질적 효과가 나타나지 않는다는 것으로 귀결점이 모아졌다.


실제로 병상 수가 300병상 미만인 중소병원이 많은 지역일수록 입원율과 재입원율이 타 지역보다 높았고 300병상 이상 종합병원이 늘어날 경우 사망률은 감소했다.


김윤 교수는 “과도한 병상 공급은 입원 의료이용과 재입원 증가로 나타났으나 병상 공급량이 많아도 공급구조가 좋은 경우 의료 이용과 결과가 양호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진단했다.


그는 “불필요한 입원 및 재입원을 예방하고 의료 질을 높이기 위해서는 병상의 공급구조를 개선해야 한다. 현재 300병상 미만 중소병원의 병상 과잉 상태를 OECD 수준으로 내리면 전체 진료비를 9.2% 낮출 수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이를 두고 김용익 이사장은 “의료이용 지도는 선진국이 오래 전부터 병원과 병상을 줄여온 것과는 반대로 우리나라는 계속 늘어나는 것에 대한 결과와 물음에 답하기 위해 시작된 것이다. 한국형 의료전달체계 구축의 근거자료로 활용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평가했다.
 

결국 김용익 이사장이 과거 국회의원 시절 입법발의했던 300병상 미만 중소병원 구조조정 관련 법의 근거를 대규모 연구를 통해 밝히고 있는 과정으로 그려진다. 이는 중소병원을 옥죄서 의료전달체계를 정립하겠다는 수순으로 해석된다.

여기서 발생하는 문제는 개별병원에 대한 검증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지역별로 사망, 재입원을 분석해 결과물을 내놓았고 이를 300병상 미만이라는 프레임에 맞추다보니 지역 내 제대로 된 역할을 하는 중소병원과 그렇지 못한 곳을 구분하지 못하는 허점이 노출됐다.


때문에 중소병원은 ‘의료 질 하락의 주범이면서 뚜렷한 효과를 내지 못한다’는 다소 파격적인 결론을 끌어내기에는 디테일이 부족해 보인다. 사망과 재입원을 넘어 다양한 지표를 반영하는 평가 툴도 필요하다.


특히 중소병원이 전체 병상 수의 69%를 차지하는 기형적 병상구조를 OECD 수준으로 줄이는 과정이 필요하다면 그에 걸맞는 대안도 명확히 제시돼야 하는데 이 부분에 대해서는 큰 고민이 없어 보인다.


현실적으로 현재 운영 중인 중소병원을 폐쇄하기 어려운 상황이므로 낙인을 찍어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보다는 자정작용을 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한 심층적인 고민 역시 필수적이다.

다양한 대안을 두고 현실가능한 범위 내에서 300병상 미만 중소병원 역할을 재점검하는 시기가 필요하다. 이러한 과정 없이 지역별 의료격차를 재확인하고 이를 확대 해석하는 것은 국민들의 알권리 보장 이전에 불안감을 조성할 수 있는 일임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300병상 미만 억제론에 가장 강력한 반대의사를 보인 대한지역병원협의회 측은 “300병상 이하 병원의 신규진입을 막는 것이 의료정상화에 기여할 수 있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소리다. 현재 의료체계의 가장 큰 문제는 대형병원의 거대화와 이에 따른 환자쏠림”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규모가 작은 중소병원을 정리하고 지역 내에 대규모 병원을 짓게 한다는 접근 방식은 전달체계 왜곡을 심화시킬 수밖에 없다. 현 의료 시스템 자체가 개선되지 않는다면 의료의 접근성을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ray@daily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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