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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계도 4차 산업혁명 필연"
이종철 前삼성의료원장
[ 2018년 12월 06일 05시 03분 ]
[데일리메디 한해진 기자] 2016년 세계경제포럼(WEF)에서 탄생한 ‘4차 산업혁명’ 개념이 지금까지 우리 사회의 모든 분야를 휩쓸고 있다. 의료계 또한 4차 산업혁명과 인공지능(AI), 가상현실(VR) 등 첨단 기술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다. 반면 한편에서는 의료기관 내 4차 산업혁명의 실체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기도 한다. 자연스러운 기술 진보를 확대해석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우리나라 의료시스템에 대한 치열한 고민 속에 살았던 원로 의사의 해석은 어떨까. 답은 "반드시 온다"는 것이다. 데일리메디가 최근 76명의 공동저자와 함께 ‘4차 산업혁명과 병원의 미래’를 펴낸 이종철 창원보건소장(前 삼성의료원장)이 강조하는 4차 산업혁명과 의료 함수관계에 대해 들어봤다.[편집자주]
 
Q. 2년간의 집필 과정을 통해 ‘4차 산업혁명과 병원의 미래’ 책을 펴내게 된 계기는
 
지난 1994년 삼성서울병원 기획실장으로 있을 때 일이다. 동생 중 한 명이 늦은 밤 퇴근길에 교통사고를 당했다. 그런데 우리 가족은 다음날 새벽 5시가 돼서야 ‘수술동의서에 서명을 해야 하니 병원으로 오라’는 연락을 받았다. 이송됐을 때가 오후 11시였는데 병원에서 그때까지 보호자를 찾아 헤맸던 것이다. 결국 동생은 다시 깨어나지 못하고 세상을 떠났다. 그때 상당히 큰 충격을 받았다. 신경외과 레지던트 한 명만이 지키는 응급실은 할 수 있는 게 없다는 사실이 피부로 와 닿았다. 그 사건을 계기로 임상에서 병원 경영에 관심을 갖게 됐다.
삼성서울병원 원장을 지낼 때도 비슷한 의문이 들었던게 있다. 환자들은 삼성서울병원이 좋다고 하는데 나는 사실 운영에 무척 애를 먹었기 때문이다. 경영이 꼭 이렇게 힘들어야 하는지 궁금했다. 또 의료비 증가와 고령화 등 모든 나라의 공통적인 고민에 대해 우리는 얼마나 준비돼 있는지도 알고 싶어서 보건대학원 유학을 떠나기도 했다. 여러 관점에서 의료시스템을 지켜본 결과, 의료서비스 수준의 질적 향상을 위해서는 많은 예산이 들어갈 수밖에 없다. 그러나 고령화와 맞물려 사회 복지 수요는 급증하고, 재정 확충은 어려워지고 있기 때문에 의료 체계를 효율적으로 운영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헬스케어 패러다임의 변화를 통한 효율성 개선과 ICT(정보통신) 활용, 산업 간 융합을 통한 혁신이 절실히 필요하다.


“모든 진료과가 미래 예측 준비 철저해야, 의사-환자 커뮤니케이션도 강화”
"4차 산업혁명이 가져오는 다양한 도구를 잘 활용하도록 관심 가져야"
"특정 기술의 변화가 아닌 의료계 패러다임 전체의 변화 불가피"

"병원에 자동화시스템 도입 후 인력 줄 것이라는 선입견 팽배했지만 지금 그렇지 않다"

Q. 4차 산업혁명이 병원을 어떻게 변화시킬 것으로 보는가
 
책을 통해 거대 담론을 얘기하고 싶지는 않았다. 병원 시스템에 있어 가장 중요한 변화는 4차 산업혁명이 환자와 의사와의 커뮤니케이션을 강화시키고 의사 또한 여기에 집중토록 만든다는 점이다. 지금 의사들은 다양한 장비와 씨름하며 정확한 검사 결과를 내야 하는 데 주목하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은 이를 용이하게 만들 것이고 의료진이 환자에게 더 많은 시간을 할애토록 해 줄 것이다. 로봇 같은 최신 기술은 단편적인 측면이다. 4차 산업혁명이 제공하는 도구들을 잘 활용할 수 있도록 관심을 가지고 배워야 한다.
의료기관에 처음 정보화가 강조되면서 EMR이나 PACS가 들어왔을 때 많은 의사들이 지금과 같은 반응을 보였다. 환자는 안 보고 컴퓨터만 들여다보라는 거냐며 불평을 했었다. 그땐 그것이 정보화 혁명인 줄 몰랐던 것이다. 4차 산업혁명도 마찬가지다. 어차피 오게 돼 있고, 이미 늦었을 수도 있다. 우리나라가 더 뒤처지지 않도록 변화를 준비하자는 얘기다.
 
Q. 책을 집필하는 과정에서 어려웠던 점은
 
책을 보면 굉장히 많은 임상 분야가 담겨 있다. 내가 다른 과를 모르기 때문에 공동 저자를 초청했다. 각 의료분야의 변화에 대해 잘 알고 설명하는 데 적합한 사람을 찾아내고 글까지 부탁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한편으로는 이것이 현 의료시스템의 단점이라고 볼 수도 있다. 다른 영역에 대해 잘 알지 못하니 서로 대화가 힘든 것이다. 이런 이질감을 없애는 것도 과제 중의 하나라고 생각한다. 4차 산업혁명은 특정 기술의 변화가 아닌 의료계 패러다임 전체의 변화다. 여기에 속한 의료진들도 변할 수밖에 없다. 그런 의료인들이 봐 줬으면 하는 책이다.
 
Q. 빠른 기술 변화가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는 시각도 제기된다. 또 현실적인 규제 문제가 발목을 잡고 있는데 4차 산업혁명의 전망이 긍정적이라고만 볼 수는 없지 않은지
 
병원장으로 있던 시절 임상병리과에 자동화시스템이 도입됐었는데, 하나같이 ‘이제 임상병리 인력이 절반으로 줄 것’이라며 걱정했다. 헌데 지금은 어떤가. 오히려 늘어났다. 그만큼 의학이 발전했기 때문이다. 지금의 기술 변화도 우리가 이용할 수 있는 도구라고 생각해야 한다. 한 사람의 유전체를 분석하기 위해 과거에는 10억원을 들여도 쩔쩔맸었다. 그게 1억원으로 줄어들더니 지금은 10만원이면 누구나 자기 유전체 정보를 알 수 있게 됐다. 세상이 이렇게 변하는데 우리가 변하지 않아서야 되겠는가. 의료정보 보호에 대한 시민사회단체 등의 우려나 규제 부분은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4차 산업혁명을 맞이한 모든 나라가 고민하는 부분이다. 반대로 보면 이 흐름에 참여해서 함께 해결책을 모색하는 것이 방법이다. 각 분과, 각 의료기관이 맞이하게 될 기술 변화는 모두 다를 것이다. 할 수 있는 부분부터 먼저 풀어가는 것이 순리라고 생각한다.
hjhan@daily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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