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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연한 비밀? 대리수술 ‘늪’ 빠진 의료계
국립중앙의료원 폭로 후 부산·울산·파주서도 '불법 횡행' 충격
[ 2018년 12월 30일 17시 52분 ]

[데일리메디 고재우기자. 기획 3] “대리수술, 유령수술이 대한민국 의료계 전반에 만연해 있다는 것이 사실인가?”, “합리적인 의심을 하고 있다. 개인 일탈이나 의료인의 잘못된 인식 등 구조적인 문제다.”

올해 국정감사에서 나온 국립중앙의료원(이하 NMC) 정기현 원장의 답변은 대리수술과 관련해 국민들 불안감을 증폭시키기에 충분했다.

정 원장이 이끌고 있는 NMC는 지난 10월 대리수술 논란의 중심에 있었다. NMC 신경외과 전문의 정상봉 前 과장이 진행한 척추수술에 의료기기 영업사원이 참여했고, 해당 영업사원은 수술 마무리 및 봉합 등의 역할을 했다는 주장까지 나왔다. 더욱이 영업사원의 수술참여가 수 년 간 이어져왔다는 폭로도 있었다.

더불어민주당 윤일규 의원은 “특정 의료기기업체 직원이 정 전 과장을 대신해서 수술을 했다는 의혹이 42건에 달하고, 이를 목격한 5인이 일관되고 구체적인 진술을 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나는 정 과장과 같은 의사이기 때문에 우리끼리는 다 알지 않느냐”며 “지난 2016년 L사 사장의 NMC 수술실 방문사유는 ‘시술’이라고 했다. 여기서 말하는 시술은 무엇인가”라고 재차 압박했다.

이에 대해 정 전 과장은 “기억이 없다” “경찰 수사에 성실히 임하겠다”는 등 원론적인 답변만 내놓으며, 사실관계를 확인을 회피했다. 이는 향후 있을 경찰수사에 대비하는 듯한 모습을 견지한 것이다.

지난 10월 24일 열린 보건복지위 국감에서는 윤 의원 뿐만 아니라 대부분 의원들이 NMC의 대리수술 문제를 질타했다. 과연 대리수술 문제는 NMC에 국한된 것일까. 정 원장이 언급한 ‘합리적인 의심’은 무엇을 뜻하는 것인가.

“유령·대리수술, NMC만의 문제 아니다”

정 前 과장 의혹이 도화선이 돼 대리수술에 대한 일반의 관심이 커졌지만, 사실 대리수술은 NMC만의 문제는 아니다. 의료계에서는 ‘의료진에 의한 대리수술’이나 ‘베테랑 영업 사원’에 대한 이야기가 공공연히 떠돌고 있고, 사실로 확인된 사례도 부지기수다. 정 원장이 제기한 ‘합리적 의심’은 이의 연장선이다.

지난 2016년에는 삼성서울병원 산부인과 교수가 해외학회 참석 등을 이유로 후배 의사에게 자신의 수술을 맡겼다는 사실이 폭로됐다. 이듬 해인 2017년 부산대병원에서도 某교수 수술 23건을 후배 조교수가 대신 집도했고, 해당 사건은 검찰에 넘겨졌다.

지난 5월에는 부산 영도구의 한 정형외과에서 의료기기 납품업체 영업사원이 수술에 나서 환자가 뇌사상태에 빠졌다.

해당 정형외과 원장은 영업사원이 수술을 집도할 때 외래를 봤고, 환자가 마취에 깨기도 전에 퇴근했다. 부산영도 경찰서는 의료법 위반 및 업무상과실치상 혐의 등으로 해당 정형외과 전문의인 원장과 의료기기 영업사원 2명을 구속했다.

울산에서는 모 여성병원 의사 8명·간호사 8명·간무사 6명 등 총 22명이 보건범죄단속법 위반 등 혐의로 검찰에 송치됐다.

울산경찰청에 따르면 지난 2014년 12월부터 해당 병원 의사들은 소속 간호조무사에게 제왕절개 및 복강경 수술시 봉합을 비롯해 요실금 수술, 여성 성형술 등을 710차례나 맡겼다. 같은 병원 다른 간호사는 제왕절개 수술 시 10차례 봉합수술을 하기도 했다.

가장 최근에는 파주의 한 정형외과 병원에서 수술을 받은 환자 2명이 잇따라 숨졌는데, 유족들은 정형외과 의사와 마취과 의사를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고소했다.

파주경찰서는 정형외과 의사로부터 “자신이 아닌 다른 의사가 수술을 했다”는 진술을 확보했고, 관련 진술을 확보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리수술이 민간에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지난 10월 11일 감사원이 공개한 ‘군 보건의료체계 운영실태’에 따르면 군 병원 정형외과 군의관 6명이 의료기기 납품업체 직원에게 12차례에 걸쳐 무릎천공, 힘줄 손질·삽입 등 의료행위를 하도록 했다.

이는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3월까지 감사원이 모 군병원 무릎 손상 환자 11명에 12차례 이뤄진 전·후방십자인대 수술 현황을 수술실 CCTV 자료 등을 통해 점검한 결과다.

감사원은 현직 군의관 5명과 전역한 1명을 의료법 위반혐의로 고발했고, 자격정지 등 행정처분이 이뤄지도록 조치했다. 복무 중인 군의관 5명에 대해서는 경징계 이상의 징계를 내리도록 국군의무사령관에게 요구했다.

정기현 국립중앙의료원장이 지적한 대리수술에 대한 ‘합리적 의심’이 사회 전반에서 공공연히 벌어지고 있었던 셈이다.

화들짝 놀란 의료계, 대책 마련 ‘고심’

NMC로부터 시작된 논란이 의료계 전반으로 확산되자 의료계는 발빠른 대응에 나섰다. 특히 잦은 대리수술 논란에 휩싸였던 대한정형외과학회는 회원 제명 등 학회가 내놓을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징계를 내렸고, 대한의사협회(의협)에서도 ‘자율징계권’ 요구 주장도 나왔다.

또 정부에서는 수술실 CCTV 설치 및 PA간호사 제도화 등이 논의되고 있고, 국회에서는 대리수술을 시킨 의료인에 대해 ‘면허취소’를 하는 것도 검토하고 있다.

우선 대한정형외과학회는 의료평가윤리위원회와 이사회 심의를 거쳐 부산 정형외과 원장을 제명했다. 제명 처분은 학회가 내릴 수 있는 징계 중 가장 높은 수위로, 해당 의사는 영구적으로 정형외과학회 회원자격을 얻을 수 없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회원 자격정지를 징계로 볼 수 있느냐’에 대해서는 큰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몇 년 전 대리수술 논란으로 도마 위에 올랐던 대한성형외과학회 김광석 이사장은 “학회 차원에서 징계에 나서고 있지만, 중징계라고 해봐야 회원 자격정지 정도”라며 “자체 정화를 위해서는 징계권이 필요한데 학회에는 큰 징계권이 없다”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대전광역시정형외과의사회는 “퇴행성질환과 외상질환에 대해 다양한 수술법이 나오고 있는데 영업사원에게 수술을 전담시키는 불법행위는 환자 안전을 위협하고, 전문의 권위를 추락시키는바 엄정한 처벌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의협에서는 “자율징계권을 부여해야 한다”는 주장이 거듭 제기됐다. 지난 10월 8일 의협은 “이번 일로 의료계 내부의 자정역량 강화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다”며 “정부는 의료계가 엄격한 자정활동을 통해 일부 의사들의 비윤리적 행위를 근절할 수 있도록 강력하고 실질적인 징계권한을 부여해야한다”고 주장했다.

의료계의 자정노력 외에도 정부에서는 수술실 CCTV 설치 및 PA간호사 제도화, 국회는 면허취소 등 대리수술 관련 의료인에 대한 강력한 대책을 준비 중이다.

특히 올해 국감에서 국립대병원장들은 수술실 CCTV 설치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전북대병원 조남천 병원장은 “한자와 합의만 하면 CCTV를 설치할 수 있다”며 “병원은 지난 2014년부터 30대의 CCTV를 복도와 각 수술실에 설치해 운영 중이나 현재는 환자 동의 등 이유 때문에 녹화는 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부산대병원 이창운 병원장 등 다른 국립대병원장들도 CCTV 설치에 긍정적인 답을 내놨다.

그렇다면 대리수술 논란으로 질타를 받았던 NMC의 후속 조치는 어땠을까.

NMC는 영업사원 수술실 출입금지 및 수술실 CCTV 설치 등 대안을 제시했다. 단, 개인정보 관련 논란이 있는 만큼, 일단 수술실로 통하는 통로에 CCTV를 설치할 방침이다.

또 대리수술 논란을 일으킨 정 前 과장을 직무정지 및 대기발령 ·직위 해제시키고, 연내에 조직쇄신을 위한 개편을 실시할 방침이다.

[위 내용은 데일리메디 오프라인 2018 송년호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ko@daily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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