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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꼬 튼 남북 ‘보건의료협력’···관건 ‘경제제재’
11월7일 첫 회의 개최, 공동합의문 성과·12월 12일 실무회의서 ‘독감 정보’ 교환
[ 2018년 12월 27일 06시 20분 ]

[데일리메디 고재우 기자] 남북 보건의료협력의 문(門)이 열렸다. 보건복지부 권덕철 차관과 북한 보건성 박영수 국가위생검열원장 등 실무단이 11년 만에 열린 분과회담에서 공동 합의문을 내놨기 때문이다.

당초 남북보건의료협력 필요성에 대한 목소리는 높았다. 감염병에 대한 논의 필요성은 기존부터 강조돼 왔었고, 오랜 기간 분단으로 인해 남북 주민들이 앓고 있는 질병이 상이해지면서 이에 대한 현황 파악도 중요해졌다.

권 차관과 박 원장은 지난 11월 7일 개성 남북연락사무소에서 공동보도문을 도출했다. 공동보도문에 따르면 남과 북은 전염병 유입과 확산 방지를 위한 정보 교환과 대응체계를 구축하고, 올해 안에 시범적으로 전염병 정보 교환을 실시 한다.

또 결핵과 말라리아를 비롯한 전염병 진단 및 예방치료를 위한 실무 문제들과 관련해 문서 등을 교환하고, 보건의료협력 사업도 다양화하기로 했다.

양측은 포괄적이고 중장기적인 방역 및 보건의료협력사업을 다양한 방법으로 적극 추진하고, 더불어 효과적인 이행을 위해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통해 협의를 정례화하기로 했다.

공동보도문에 나온 것처럼 감염병 사안은 큰 차질 없이 협력이 이뤄질 전망이다. 권 차관은 “서울에서 7시 20분 출발해 9시쯤 도착했으니 가까운 거리”라고 했고, 박 원장 또한 “사무소까지 거리가 매우 가까웠다. 전염성 병이 발생하면 전파될 수 있는 짧은 거리”라고 화답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남북은 12월 12일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에서 보건의료 실무회의를 개최하고, 남북 간 인플루엔자(독감) 관련 정보를 시범적으로 교환하기도 했다. 실무회의에는 남측에서 복지부 권준욱 건강정책국장 등 3명이, 북측에서는 보건성 김윤철 국장 등 3명이 대표로 참석했다.

이날 남북은 인플루엔자 관련 정보를 시범교환하고 향후에는 정기적으로 정보를 교환하기로 합의했고, 감염병 정보도 교환하는 방안을 협의했다. 구체적인 사항은 문서교환방식으로 계속 협의된다.

하지만 ‘포괄적’이고 ‘다양한’ 보건의료협력을 위해서는 넘어야 할 난관이 많다. 특히 민간에서 활발히 논의 중인 북한 내 병원 설립은 현재 진행형인 ‘경제제재’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기 때문에 정부에서도 조심스럽다.

보건의료 분야뿐만 아니라 남북협력 자체가 북미(北美) 관계에 따라 크게 좌우되고, 미국의 대북 독자제재를 비롯해 UN 제재의 틀에 어긋나지 않는 선에서 사업이 진행돼야하기 때문에 해당 논의는 살얼음판을 걷는 것과 다를 바 없다.

민간병원 설립 움직임 ‘활발’
남북보건의료협력이 가시화 되자 민간에서는 북한 내 병원을 설립하기 위한 준비가 활발하다. 국가 공공의료의 중추를 맡고 있는 국립중앙의료원(NMC)에서도 진료소 운영 등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장 눈에 띄는 주체는 여의도순복음교회다. 여의도순복음 교회는 평양에 심장전문병원을 건립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는데, 해당 병원은 지난 2010년 5·24조치로 공사가 중단돼 9년 동안 방치돼 있었다.

여의도순복음교회는 평양심장전문병원 완공이 6개월 정도면 가능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교회 측에 따르면 현재 정부는 공사 재개에 100% 찬성하는 입장이지만, 통일부의 허가와는 별개로 남북 및 북미관계가 풀리지 않으면 사업은 진행될 수 없다.

북한에서도 평양심장전문병원 설립과 관련해 순복음교회에 긍정적인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일성 주석의 심장마비로 인한 사망 이후 김정일 위원장이 북한에 심장전문 병원 설립 필요성을 피력한 바 있는데, 심장전문병원 설립 자체가 김 위원장의 유훈(遺訓)인 셈이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교회는 260개 군(郡)에 인민병원을 세울 계획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도 알려졌다. 국제의료봉사단체인 스포츠닥터스도 북한 내 병원 건립 및 의약품 보내기 등을 계획하고 있다.

지난 11월 3일부터 4일까지 양일간 금강산에서 개최된 민족 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민화협) 행사에 참여한 스포츠닥터스는 북측에 종합병원·결핵병원 건립은 물론 의약품 보내기 등을 타진해 긍정적인 답변을 얻었다.
단순히 ‘화두’를 던진 것에 불과하지만 NMC도 지난 6월 14일 ‘NMC-대한신경정신의학회 MOU’ 체결 자리에서 ‘한반도 건강공동체를 위한 길잡이’라는 책을 통해 병원설립에 대한 의사를 표했다.

NMC 정기현 원장은 “개성공단이 재가동될 경우 보건소 형식의 상주 진료소를 구축하고, 운영하는 시스템을 개발 하겠다”고 말했다. 또 평양 등 북한 대도시에 북한 상류층을 겨냥한 치과·성형외과 등 고급화된 진료소 운영에도 나설 입장을 내비치기도 했다.

정 원장은 “보건의료 교류는 지난 남북정상회담 당시 ‘판문점 선언’에서 밝힌 협의에 따른 것”이라며 “남북 당국자가 상주하는 공동연락사무소를 개성지역에 설치하기로 한 것과도 맥락이 닿는 일”이라고 밝혔다.

이어 “남북보건의료연구부는 상주 의료기관을 활성화시켜 궁극적으로는 남북 보건의료 격차를 해소할 수 있는 구체적 방안을 모색할 것”이라며 남북 의료협력컨트롤타워 역할 의지를 전했다.

물론 현재까지는 ‘NMC의 희망사항’에 불과하지만, 민간에 이어 공공분야에서도 병원설립 목소리가 나왔다는 것은 나름대로 상징성이 있다.

대한병원협회(병협)와 대한의사협회(의협) 등 의료계 유력 단체들도 측면지원에 나설 전망이다.

병협 송재찬 상근부회장은 “남북한 보건의료협력 물꼬가 터지기 시작했는데, 본격화 될 경우 병협에서도 역할을 해야 한다”며 “현재 협회 내 미래정책위원회라는 특별위원회를 두고, 남북협력 시 어떤 부분을 해야할지, 의료계는 또 어떤 역할을 해야하는 지 등을 고민 중이다”고 말했다.

의협 박종형 대변인은 “남북보건의료협력이 구체화된다면 의료진 지원 등 의협이 역할을 해야한다”고 강조했다.

민간에서부터 공공영역까지 병원설립 등 보건의료협력 다양화에 대한 목소리를 커지고 있으나, 관건은 여전히 ‘경제제재’에 있다.

특히 트럼프 美 대통령이 대북 경제제재 완화에 대해서는 미온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어 병원이 실제로 설립되기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내년 초 진행될 것으로 보이는 ‘북미 정상회담’에서 획기적인 변화를 기대하고 있기도 하다.
현재 병원설립 이후 내부를 채울 의료진, 의료기기 등은 모두 대북제재 대상이다. 병원 설립을 위한 건설 기자재 등은 말할 필요도 없다.

여의도순복음교회는 공사 재개 논의가 오가는 현 상황을 긍정적으로 판단하고 있지만, 대북제재가 풀려야 건설 기자재 등을 보낼 수 있다.

복지부 관계자는 “병원설립을 위해서는 의료기기, 인력 등 대북제재 물자가 지원돼야 하고, 초음파·내시경 부품 등 미국제품이 들어가면 제재대상에 포함된다”며 “정부에서도 이에 대한 고민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정부는 보건의료협력이 경제제재 논란으로 번지는 것을 막기 위해 상당히 조심스런 모양새를 보이고 있다.

권 차관은 공동보도문 발표 이후 브리핑에서 “약품이나 인적 교류는 유엔 제재대상에 포함되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 면서도 “해당 부분은 외교부·통일부 등 유관부처와 협력해 오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북한이 약품지원이나 인력파견 등 지원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도 “아직 구체적으로 논의되지 않았고, 향후 실무접촉을 통해 협의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답했다.

 [위 내용은 데일리메디 오프라인 송년호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ko@daily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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