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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장 오판으로 1호 여성전문 제일병원 위기
양보혜 기자
[ 2019년 01월 17일 12시 46분 ]

[데일리메디 양보혜 기자/수첩] 국내 1호 여성전문병원인 제일병원이 좌초 위기에 처했다. 난관에 부딪힌 이유는 풍랑과 같은 외부요인보다는 선장의 그릇된 판단에 기인한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현재 제일병원의 선장은 이재곤 제일의료재단 이사장이다. 이재곤 이사장은 제일병원 창립자인 고(故) 이동희 이사장의 장남이다. 이동희 이사장은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자의 조카였다.
 

이 이사장은 1996년 폐암으로 사망하기 전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제일병원을 맡아줄 것을 청한다"는 유언을 남겼다. 유언에 따라 2005년까지 '삼성제일병원'이란 간판을 달고 운영돼 왔다.
 

그러나 이재곤 이사장이 독립을 원하면서 제일병원은 삼성그룹으로부터 분리됐다. 병원 간판도 삼성제일병원에서 제일병원으로 바꿔 달았다.
 

새출발을 하며 장밋빛 미래를 꿈꿨던 제일병원은 기대와 달리 조금씩, 조금씩 내리막길을 걸었다. 이 이사장의 무리한 병원 증·신축 욕심이 화근이었다.
 

이재곤 이사장은 지난 2007년부터 낙후된 병원 건물을 리모델링하기 시작했고, 여성암센터, 건강검진센터 등을 설립했다. 제일의학연구소를 중심으로 기초의학과 임상연구에 투자를 단행했다.

이처럼 대규모 공사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부지 확보를 위해 1100억원에 달하는 부동산 차입 비용이 생겼다. 병원 확대 공사는 건설 경험이 전무한 업체에 맡겨져 논란이 일었다. 여기에 정확한 사실 관계는 확인되지 않지만 추가적인 금융권 대출이 가능했는데 이를 실행하지 않고 다른 방안을 모색한 것도 병원이 나락으로 떨어진 원인으로 관측되고 있다.  

실제로 이 이사장은 2008년부터 2014년까지 병원 증·개축 공사비 명목 등으로 3차례에 걸쳐 1000억원대 담보대출을 받았고, 이 중 수 백억원을 가로챈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고 있다.


문제는 그가 경영난을 벗어나는 돌파구로 의료진 및 직원들의 인건비를 삭감하기로 결정하면서 불거졌다. 노조 역시 처음에는 경영 정상화를 위한 고통분담에 나섰지만 상황은 더 나빠졌다.
 

체불 임금은 더 늘고 의료진은 점점 병원을 떠나기 시작했다. 뿐만 아니라 인사 문제까지 발생하면서 간호사가 집단 사직서를 제출하기도 했다. 참다 못한 노조는 경영진에 책임을 물으며 총파업에 돌입했다.

뒤늦게 사태 수습에 나선 이사장은 체불임금 지급, 이사장 사퇴 및 인수자 선정 등과 같은 노조 제안을 수용했다. 그러나 그 사이 부채는 더 늘었고 동국대 등이 인수 의향을 드러냈지만 적정가격이 성사되지 않으면서 매각이 무산됐다.

결국 제일병원은 '골든타임'을 놓치면서 회생절차 신청만 남은 상태에 놓였다. 이마저도 법원이 청산 결정을 내리면 폐원 수순을 밟게 되고, 회생을 결정하면 제3관리인 지정을 통해 구제 절차에 들어간다.
 
이 와중에 인기여배우 이영애씨가 인수 컨소시엄에 참여한다는 소식이 들리긴 하지만 아직까지는 별다른 움직임은 없다. 병원 대표와 노조 대표, 그리고 의사회 대표 등 4인을 중심으로 회생절차 관련 논의를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사실 이재곤 이사장이 제시한 발전 방향은 옳다. 외형을 확대하고 분만 진료 위주에서 연구 중심으로 나아가야  미래가 있다. 문제는 방법의 적절성이다. 차입을 통한 무리한 공사와 토지 매입 등은 부실을 초래했다.

이 이사장의 오판은 제일병원을 찾은 수많은 환자들을 타 병원으로 전전하게 만들었다. 여기에 수 백명의 의료진과 직원들이 직장을 잃게 되는 상황을 발생시켰다. 이미 많은 직원들이 삶의 터전인 병원을 떠나 이직을 했거나 다른 직장을 알아보고 있다. 

그러나 만회할 기회가 아주 없는 것은 아니다. 지금이라도 이 이사장이 좌초 위기에 놓인 제일병원을 되살리기 위해 적극 나서야 한다.

성에 차지 않은 대금이라도 매각 인수자를 찾거나 의료법인 회생절차를 위한 준비에 뛰어들어야 한다. 55년 역사를 가진 절체절명의 제일병원이 침몰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라도 분골쇄신의 결단을 내려야 한다. 초저출산시대 고위험 산모들이 안심하고 찾을 수 있는 의료기관이 침몰하는 것은 국가적으로도 크나 큰 손실이다.   

bohe@daily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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