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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건강 피폐, '자살공화국 불명예' 대한민국"
이철 국립정신건강센터장
[ 2019년 03월 04일 07시 46분 ]

 

[정신질환 건강정보 4]스위스 유학 시절 몇몇 친구들과 자기나라 자랑도 하고 험담도 하고 그런 적이 있었다.
 

그런데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고지식하고 원칙을 지키면서 매사 정확한 스위스 사람들이 나를 정말 이해 못하는 경우가 가끔 있었다. 예를 들면 우리나라에서 간혹 쓰이는 “안 되면 되게 하라”, “죽으면 한 번 죽지 두 번 죽나”라는 말에 대한 반응이다.


한국 사람들이 어려운 일이나 또는 큰일을 앞두고 결연한 각오로 임할 때 하는 이런 말을 쓰면서 의지를 다진다고 설명을 해도 고개를 갸우뚱 한다.


그들은 "이미 안 되는 일이라면 무슨 수로 되게 한다는 것인가", "한 번 죽으면 끝인데 무슨 소리를 하는가"라는 일차적 반응을 보인다.

오죽하면 죽음을 선택했을까 안타까움도 있으나, 자살로 죽으면 한 번 죽는 것이 아니다. 가족, 친지들 가슴에 대못을 박고 실제로 여러 명을 죽게 한다는 주장이 스위스 사람들 논리다.


실제로 자살자 유가족의 자살 위험은 일반인 대비 8.3배, 자살자가 남편인 경우 16배, 아내인 경우는 46배로 급증가한다(Agerbo, 2005). 사랑하는 가족을 보낸 이들이 겪는 죄책감, 배신감, 분노, 우울감, 수치심 등은 견디기도 힘들고, 오래 지속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전세계적으로 자살률이 매우 높은 국가 중 하나다. 매우 안타까운 상황이다. 이 같은 심각성을 국민들, 특히 의료인들이 심각하게 알아줬으면 하는 마음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의 가장 많은 자살 동기는 '정신과적 질병 문제'"
 

중앙자살예방센터의 ‘2016 자살예방백서’를 근거로 자살 현황을 살펴봤다. 우리나라 자살률은 2003년 이래 13년 동안 불명예스럽게도 압도적인 세계 1위다. 2016년 OECD 국가 평균 인구 10만 명당 자살률이 12.1명인 반면 우리나라는 25.6명으로 연간 1만3,092명, 매일 36.8명이 삶을 스스로 마감했다. 이는 교통사고 사망률(10.1명)의 2.5배다.
 

1986년부터 자살자 수는 상승하는 추세로 IMF시기인 1998년,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에는 자살률이 남녀 모두 크게 증가했다.


하지만 ‘자살 예방 및 생명존중 문화 조성을 위한 법률’ 제정, 농약 자살 차단 등 민관협력을 통해 다양한 정책적 노력의 결과, 2011년을 기점으로 남녀 모두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으나 획기적으로 줄어드는 데는 한계가 있다.


정부는 2018년 1월 ‘자살 예방 국가 행동계획’ 추진을 선언하면서 오는 2022년 자살률을 17명, 연간 자살자를 1만명 이하인 8,727명 이하로 줄여 OECD 자살률 1위의 불명예를 탈피할 방침이다.

 

우리나라 자살의 특성을 보면 불경기, 특히 실업률 변화에 크게 영향을 받는 것으로 파악됐다. 조선업 구조조정 관련 지역 A시에서 자살자가 2015년 53명에서 2016년 90명으로 급증한 것이 한 예다.


자살의 심각성을 피부로 느끼지 못하는 국민 인식과 자살 동기 1위인 정신질환을 치료받지 않는 문화가 문제다. 2016년 자살동기를 보면 ‘정신과적 질병 문제’(36.2%)가 가장 높았으며, 그 다음이 ‘경제생활 문제(23.4%), ’육체적 질병 문제‘(21.3%) 순이었다. 예상대로 정신과적 측면이 큰 문제라는 것이 확인됐다.

 

2016년 성별 자살률을 보면 남자가 인구 10만 명당 36.2명로 자살자의 70.6%이고, 여성이 15.0명 29.4%, 남녀 비는 약 7:3이다.


연령별 자살률을 보면 30대와 40대는 OECD 국가 증 최고이며 OECD 국가 평균보다 2.2배, 2.0배 높다. 70대(58.3명), 80대 이상(72.1명) 연령대에서도 가장 높은 자살률을 나타내며, OECD 평균 자살률보다 각각 3.2배, 3.3배 높았다.


10대와 20대의 경우 2012년 이후 매년 자살률이 감소했으나 2016년은 전년대비 소폭 높아졌다. 2017년 추이를 검토해서 국가나 사회적으로 적절한 개입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또 연예인 자살 시 청소년들의 모방 자살과 인터넷의 자살카페 확산도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어 앞으로 적극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dailymedi@daily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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