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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도 울고 의사도 울고 국민도 울다
임세원 교수·윤한덕 센터장 ‘사망’···대한민국 별이 지다
[ 2019년 04월 03일 14시 05분 ]

[데일리메디 박근빈기자/기획 1]새해 벽두부터 비보가 연이어 날아들었다. 본인의 삶보다 그 누군가의 삶을 위해 혼신의 힘을 쏟았던 두명의 의사는 참담하게 세상을 떠났다. 평소와 같았던 치열한 의료현장에서 갑작스런 죽음을 맞이하게 된 사건이 발생했고 동료의사와 의료인들은 물론 사회적으로도 큰 충격을 받았다. 타인의 고통과 마주하며 가혹하게도 인생을 그렇게 던져온 그들의 삶의 궤적은 많은 숙제를 남겼다. 환자안전이 강조되는 시기에 의사들의 안전이 외면받는 구조적 한계에 직면했음이 그대로 드러났다. 기본적인 보호도 이뤄지지 않았다는 아쉬움은 의료현장의 딜레마로 각인됐도 결국 죽음을 통해서 한 걸음씩 변화가 생기고 있는 상황이다. 더 이상 제2의 임세원, 윤한덕 사건이 발생하지 않도록 가장 안전해야 할 곳에서 외롭게 희생된 그들을 가슴 깊이 추모한다. [편집자주]


임세원, 환자 마음 치료하는 수호천사 
“누군가는 타인에 대한 미움이 고개를 들 때마다 그를 용서하고 그의 행복을 빌어 주라고 말한다. 좋은 말씀이고 필요한 말씀이다. 하지만 나를 비롯해 대부분의 보통 사람들에게 그 정도의 관대함과 관용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우리가 할 수 있는 보다 현실적인 일은 최소한 잘잘못을 따지는 부질없는 짓을 멈추고, 상대를 미워하는 마음을 조금이라도 줄여보려 노력하는 것이다. 상대방을 위해서가 아니라 나 자신의 평화와 안정을 위해서도 이것이 필요하다.”

강북삼성병원 故 임세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가 쓴 ‘죽고 싶은 사람은 없다(2016년, 알키)’의 한 대목이다.

2012년 미국 연수를 앞두고 발병한 만성 허리디스크로 인해 본인이 우울증을 앓고 있음을 고백하며 발간한 이 책은 환자의 고통에 대해 진솔한 얘기를 건네고 있다. 의사와의 거리감을 줄이고 환자와 보폭을 맞춰 걷겠다는 의지가 투영된 것이다.

그는 ‘죽고 싶은 사람은 없다’며 환자와의 공감대를 형성하고자 노력했지만 역설적으로 본인의 환자로부터 피습당했다.

#. 2018년 12월31일 오후 5시40분경 ‘양극성 정서장애’를 앓고 있던 외래 환자 박씨가 정신건강의학과 진료 상담을 하던 임세원 교수에게 미리 준비한 흉기를 휘둘렀고 도망가는 임교수를 뒤쫓아 가슴 부근을 수차례 찔렀다. 임 교수는 응급실로 옮겨져 응급처치를 받았지만 이날 오후 7시 30분경 사망했다.

‘죽고 싶은 사람은 없다’던 그는 사망했지만 숭고한 정신은 유가족들에게 이어졌다. 오히려 “우리 함께 살아보자”는 품격있는 위로를 통해 그의 생각이 틀리지 않았음을 증명했다. 

유족은 커다란 슬픔 앞에서도 담대하게 “고인은 사회적 편견이나 차별 없이, 누구나 쉽게, 정신적 치료와 사회적 지원을 받기를 원했다. 고인의 죽음은 마음의 상처를 다루는 정신건강 의료진과 여러 의료진의 안전 확보 이유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조의금 1억원을 대한정신건강재단에 기부했다. ‘마음이 아픈 사람들’에 헌신했던 고인의 뜻을 받들기 위해서다. 이에 대한신경정신의학회는 성금을 추가로 조성해 임세원상 제정을 추진 중이다.

타인에게 도움 주는 삶 실천
그는 20여 년간 우울증과 자살예방을 위해 매진했다. 우울증 및 불안장애와 관련된 학술논문 100여 편을 국내외 학술지에 게재했다. 큰 업적 중 하나는 한국형 표준 자살예방 교육프로그램 ‘보고 듣고 말하기’를 개발한 것이다.

그는 이 프로그램을 군인들에게 교육할 때 무보수 재능기부로 임했다. 이 같은 공로를 인정받아 2017년에는 한국자살예방 협회가 선정한 ‘생명사랑대상’도 받았다.

‘보고 듣고 말하기’를 개발했던 당시 그는 “나는 손재주도 없고 건강도 좋지 못하지만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는 삶을 살고 싶다” 고 밝힌 바 있다. 그가 살아온 삶은 이 한 문장으로 설명된다.

그의 책 속에서도 “내가 타인에게 건넬 수 있는 가장 큰 도움은 매일 만나는 환자들에게 최선을 다하는 것이라고 믿고, 외래 진료가 시작되면 그야말로 전력투구를 한다”고 고백했다.

마지막 순간에서도 그는 도움을 줬다. 임 교수는 사건 당시 옆 진료실과 연결된 문을 열어 피한 뒤, 진료실에서 3층 복도로 통하는 문으로 나와 달아났다. 이 과정에서 진료실 문 앞에 있던 간호사에게 “도망치라”고 외치며 다른 의료진의 안전을 계속 확인했다.

병원 복도의 폐쇄회로(CCTV) 화면에는 반대편으로 도망치던 임 교수가 돌아서서 간호사가 무사히 피했는지를 확인하는 모습이 포착됐다. 끝까지 타인을 위해 도움을 줘야 한다는 일관된 모습을 보인 것이다.

매일 매일 누군가에게 도움을 줄수 있다는 가치를 실현하며 살아온 그의 인생은 47살에 머물렀지만 그가 남긴 업적과 숭고한 정신은 후세에도 영원히 남을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윤한덕, 대한민국 응급의료 영웅
“그는 20년간 의료계 뿐 아니라 이 사회의 가장 어렵고 가늠 하기조차 불가능한 중과부적의 현실에 정면으로 부딪쳐 왔다. 응급의료 현실이 견딜 수 없이 절망적임을 인지하면서도, 개선의 노력조차 무의미하다는 버려진 섹터를 짊어졌다. 정의를 추구하는 사명감을 화력으로 삼아 본인 스스로를 태워 산화시켰다.”

이국종 아주대병원 권역외상센터장은 윤한덕 국립중앙의료원 중앙응급의료센터장의 사망을 두고 이렇게 추모했다.

아는 사람은 윤한덕 센터장을 너무도 잘 알고 있었지만 사실 의료계를 벗어나면 모르는 사람이 더 많았다. 도드라지게 활발한 대외활동을 이어가기보단 본인의 자리에서 묵묵히 고행길을 걷던 수도자였기 때문이다.

#. 설 전날이었던 지난 2월4일 오후 5시경 故 윤한덕 중앙 응급센터장은 그의 사무실에서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의자에 앉은 채로 사망한 것이다. 책상 위에는 설 연휴 재난대비, 외상센터 개선방안, 그리고 아직 완성되지 않은 중앙응급의료센터 발전 방향에 관한 서류가 어지럽게 놓여 있었다. 과로사였다.

그는 환자 개개인을 치료하고 돌봐주는 의사이면서도 대한민국 응급의료체계를 바꾸고자 노력했다. 2002년 국립의료원 중앙응급의료센터 응급의료기획팀 팀장이자 서기관으로 공직에 입문한 이유다.

또 2012년 중앙응급의료센터가 복지부에서 분리될 때 부이사관 직급을 달고 있었지만 고위 공무원이라는 신분을 포기한 채 센터장으로 자리를 지켰다.

전체를 위한 삶을 살아간 그의 어깨는 누구보다 무거웠을 것이다. 결국 대의(大義)를 위한 고뇌와 고통은 하나밖에 없는 생명을 앗아간 형국이 됐다.

과로가 일상이었던 그의 근무환경은 열악하기 그지없었다. 중앙응급의료센터는 재난·응급의료상황실을 포함해 1실, 8개팀으로 본부를 구성하고 전국 17개 응급의료지원센터를 총괄하고 있다.

윤한덕 센터장은 응급의료기획연구팀장, 응급의료평가질 향상팀장 역할까지 수행해야 했다. 환자 진료가 없는데도 집에서 휴식을 취하지 못한 삶을 살 수밖에 없었던 이유다.

부족한 인력과 미흡한 정부의 지원체계는 그를 사망케 한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응급의료예산 확보 총력 매진했지만 개인적 이익은 포기
그가 세상을 떠난 뒤 사회를 떠들썩하게 한 부분은 그의 가정 경제 상황이였다. 자식들의 등록금 마련도 어려운 실정이라는 것이 공개적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앞서 언급했듯 그는 부이사관을 달고 안정적 삶을 추구할 수 있는 공무원의 특권을 포기했고 의사로서 누릴 수 있는 경제적 이익도 바라지 않았다.

응급의료를 위해 모든 것을 희생했지만 안양 소재 오래된 전세 아파트와 1억원의 빚이 전부였다. 미망인은 고등학교·대학교 학생 자녀 두 명을 홀로 키우고 생계를 책임져야 하는 상황에 부닥쳤다.

아이러니하게도 그는 돈을 갈구했다. 응급의료 운영을 위한 예산 마련에 누구보다 적극적으로 나섰다.  응급의료 관련 예산은 모두 ‘응급의료기금’을 확보하는 것이 관건이다.

응급환자 진료비 미수금 대지급을 위해 1995년 조성됐고 2002년부터 사업성 기금으로 확대됐음에도 2009년까지 연간 400억~500억원 수준이었다. 그러나 올해 편성된 기금은 사업비만 2323억원 정도로 확장됐다.

명칭은 기금이지만 도로교통법상 범칙금의 20%와 과태료의 20%가 일반회계로부터 마련되는 까닭에 매년 기획재정부와 국회를 오갔다. 윤 센터장은 복지부와 함께 세종과 여의도를 오가며 예산 확보를 위해 매진했다.

다행스러운 점은 그의 모교인 전남대 의과대학 동창회가 5억원을 목표로 ‘윤한덕 추모기금’을 모집하고 있으며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는 점이다. 최종금액 중 절반은 유족에게 전달하고 나머지 절반은 윤한덕상 제정에 사용될 예정이다.

국립중앙의료원 역시 윤 센터장에 대한 산업재해 인정에 적극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다. 산재로 인정될 경우 유족은 ‘유족급여’와 ‘장의비’가 지급된다.

유족급여는 ‘평균임금 365일분의 47%+가산금액’(12등분 매월 지급)이며, 장의비는 평균임금 120일분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보건복지부는 윤한덕 센터장을 국가유공자로 지정하기 위해 관련 법률을 검토 중이다. ‘국가 사회발전 특별 공로자’로 예우를 갖추겠다는 의미다. 국가보훈처 등과 지정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그는 살아생전에 물질적 가치를 기반으로 한 풍족한 삶을 누리지 못했지만, 세상을 떠난 뒤 그의 남긴 가치는 더욱 빛을 발할 것으로 관측된다. 이 시대의 영웅을 감히 돈으로 설명할 수는 없지만 값진 의미로 그가 지속적으로 추모되길 바란다.

[위 내용은 데일리메디 오프라인 봄호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ray@dailymediily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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